도서 소개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학교생활이 늘 즐겁던 송아는 3학년이 되면서부터 공부에 부담을 느낀다. 초등학교에 시험이 없어졌다는 말은 순 뻥이었다. 선생님은 단원 평가라는 명목으로 매주 수학 쪽지 시험을 본다.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 게 어려운 송아는 이러다가 정말 수포자가 되게 생겼다. 게다가 얼마 전 조예준이 송아의 50점짜리 시험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바람에 교실에서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다. 덤으로 ‘수바(수학 바보)’라는 별명까지 얻어 속상하다.
기분이 우울한 하굣길, 막대 사탕이나 사 먹을까 싶어 삼거리 슈퍼에 갔는데, 슈퍼는 온데간데없고 처음 보는 미용실 하나가 댕그라니 서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슈퍼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낯선 미용실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송아는 쇼윈도에 진열된 샴푸에 눈길이 멈추자 용기를 내 안으로 들어간다. 주인 할머니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릴 하면서 송아에게 ‘샴푸퐁’이라는 샴푸를 건넨다. 믿기 힘들지만… 까짓것, 할머니 말을 한번 믿어 보기로 한다.
그 뒤로 송아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정말 미용실 할머니가 말한 대로 샴푸퐁 효과가 있는 것일까? 3학년 들어 생긴 인생 최대의 고민은 얼결에 해결되었지만, 또 다른 고민이 스멀스멀 송아에게 다가오는데…. 새로운 기회가 또다시 찾아올까? 그렇다면 송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출판사 리뷰
마음속에 환상을 간직하고 산다는 것한 아이가 우연히 어떤 샴푸를 손에 넣게 되었고, 그걸로 머리를 감은 날이면 시험을 보는 족족 100점을 받게 되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라는 걸 안다. 그런데 왠지 믿고 싶어진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주인공 송아가 ‘나도 수학 100점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사실 샴푸퐁 같은 물건이 생기게 해 달라고 조른 적은 없다. 그럼 간절히 원하지도 않았는데, 왜 샴푸퐁이 송아에게 나타난 것일까? 어쩐지 샴푸퐁 이야기가 송아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갑자기 샴푸퐁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다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서 보여 주고 스스로 생각하게 할 뿐이다. 송아와 친구들 덕분에 재미난 상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산타클로스가 진짜 있다고 믿지 않으면서도 산타를 기다리는 건 마음속에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에서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환상일지라도 ‘만약에’를 품고 산다는 건 꽤 설레는 일이다.
거품 100점보다 스스로 노력해 얻은 게 더 소중해진 아이샴푸퐁을 손에 넣은 송아는 시험을 볼 때마다 샴푸퐁으로 머리를 감았고, 모든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 송아를 괴롭히던 ‘수바’라는 별명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느새 ‘100점 요정’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어려운 문제를 들고 와 물을 때마다 송아는 도망치고 싶었다.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떠야 했고, 절친 혜주와도 오해가 쌓여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사실대로 털어놓을까도 싶었지만, 친구들 모두가 샴푸퐁으로 머리를 감고 너도나도 100점 요정이 되는 건 또 싫었다. 욕심이 자라고 머뭇거림이 길어지면서 송아는 점점 혼자가 되었고, 샴푸퐁이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걱정이 몰려들었다. 실력이 거품처럼 부풀려져 있으니 언제고 펑 터져서 자기의 실체가 드러날지 모를 일이었다.
반면 리코더 연주는 수학 시험이랑은 달랐다. 재밌어서 열심히 연습했더니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수학 시험 100점을 받았을 때보다 몇 배는 기뻤다. 그동안 내 것이 아닌 걸 갖고 있어서 마음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절친 혜주가 스스로 노력해서 점수가 오르자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 송아에게 울림이 되었다. 결과가 몇 점이든, 거품처럼 부풀려진 가짜 점수가 아니라 노력한 만큼 받은 진짜 내 점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점수 자체보다 결과 앞에서 당당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자기를 믿어 주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송아가 혜주에게 갑자기 100점을 받게 된 까닭에 대해 솔직히 말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게 된 건 혜주가 송아에게 건넨 말 때문이었다. 네가 열심히 노력해서 100점 요정이 된 것처럼 나도 열심히 할 거라고,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송아는 그렇게 말하는 혜주 앞에서 거저 받게 된 100점이라는 말을 할 순 없었다. 자기에 대한 혜주의 믿음 덕분에 송아는 언젠가 정말로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에 책임을 지고 싶어서 노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니 곁에서 누군가가 따스한 시선으로, 믿음을 가지고 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떠올려 본다. 자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언제나 정확하게 알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라면 훨
씬 어렵지 않을까 싶다. 눈 밝은 사람이 되어 어떤 사람의 장점을 찾아 믿어 줌으로써 그 사람에게 좋은 친구, 좋은 어른이 되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 자라난다. 그리고 나를 믿어 주는 누군가에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도!

담임 선생님은 수포자, 즉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매주 쪽지 시험을 봤어요. 하지만 송아는 당장 수포자가 되게 생겼어요.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나니 정말 포기하고 싶었거든요.
‘나도 수학 100점 받고 싶다!’
송아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오늘같이 기분 꿀꿀한 날에는 달달한 막대 사탕이지!”
긴 막대 끝에 달린 사탕을 입 안에 넣고 돌돌 돌려 먹을 때면 단물이 가득 차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송아는 책가방 앞주머니를 열었어요. 막대 사탕 두 개씩은 꼭 가방에 넣어 다니거든요. 하굣길에 혜주와 하나씩 나눠 먹으려고요. 둘은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늘 참새처럼 재잘거렸어요. 그러다 웃음이 빵 터지기도 하고요.
‘어, 없네? 오늘은 혜주도 없고, 막대 사탕도 없고…….’
송아는 가방을 다시 고쳐 멨어요. 막대 사탕을 사러 갈 참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유치원 때 예준이랑 막대 사탕을 물고 함께 찍은 사진이 있어요. 예준이 생각이 나자 사탕 생각이 더 간절해졌어요. 오늘은 특별히 와드득와드득 깨물어 먹고 싶었어요. 바짝 오른 스트레스가 확 풀리게 말이에요. 송아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어요.
별별 문방구를 지나 골목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삼거리 슈퍼가 나와요.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꼬깃꼬깃하게 접힌 천 원짜리 지폐가 만져졌어요.
골목을 다 빠져나와 삼거리 앞에 섰을 때였어요.
“어, 어디 갔지?”
삼거리 슈퍼는 온데간데없고, 처음 보는 미용실 하나가 댕그라니 있지 뭐예요.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슈퍼가 있던 자리였는데 말이에요.
‘퐁퐁 헤어? 내 막대 사탕은?’
송아는 금세 울상이 되었어요. 다른 가게는 한참을 가야 있거든요. 한숨을 쉬며 올려다본 미용실 지붕에서 송아는 희한한 걸 발견했어요. 빨간 지붕 위 삐쭉 선 하얀 굴뚝에서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거품 방울은 하나둘씩 굴뚝 밖으로 퐁퐁 떠올랐어요.
“저게 뭐지?”
- 본문 중에서 -
작가 소개
지은이 : 정희용
대학과 대학원에서 아동학을 공부한 뒤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기획하고 만들었다.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고, 제1회 ㈜미래엔 창작글감공모전에서 「실수를 축하해!」로 우수상을 받았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짓고, 이야기 안에서 독자들과 뛰노는 일을 좋아한다. 쓴 책으로 『부풀어 용기 껌』, 『무적 판박이가 나타났다』, 『삐리꼴라의 방학 숙제』, 『떼쟁이, 요셉을 만나다(공저)』 등이 있다.
목차
꼬리잡기
이상한 미용실
샴푸퐁 효과
더 이상 수바가 아니야
오해가 퐁퐁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메롱, 쌤통이다!
샴푸퐁을 하나 더?
다시 꼬리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