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한 사람에 대해 말하기가 한 세계에 대해 말하기로 투명한 폭발을 일으킨다!”
- 정세랑(소설가)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찬란한 여정이 시작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어머니가 남긴 기묘한 유산에서 시작된 여정
상실, 가족, 여성, 변화, 자연에 관한 아름답고 대담한 회고록!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환경 고전으로 평가받는 《안식처》의 저자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의 《빈 일기》는 경이로움과 폭발력, 빛나는 통찰로 수많은 매체와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논픽션이다. 윌리엄스는 야생 지역 보존을 위해 헌신해 온 보존주의자이자, 여성의 정체성 찾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매년 간직해 온 일기들을 딸에게 남기면서 당부한다. “네게 내 일기장을 모두 남길게. 하지만 약속해야 해. 내가 가기 전까지는 일기장을 보지 않겠다고.” 저자는 그 약속을 지켰고, 어머니의 일기를 읽을 시간이 왔을 때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다. 수십 권의 일기장이 모조리 비어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왜 일기장을 백지로 남겨 두었을까. 빈 일기장 너머 어머니가 하려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의 유산인 빈 일기장들에서 시작된 이 책은 상실, 가족, 여성, 변화, 자연 등 다양한 주제로 자유분방하게 뻗어 나간다. 우리는 이 특이한 유산의 운 좋은 수혜자로서 불확실한 세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일기를 읽기에 알맞은 시간이었다. 일기장은 어머니가 말한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천으로 장정한 아름다운 책들이 꽂힌 세 개의 선반. 책등이 선반 끝부분에 맞춰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첫 번째 일기장을 펼쳤다. 비어 있었다. 두 번째 일기장을 펼쳤다. 비어 있었다. 세 번째를 펼쳤다. 역시 비어 있었다. 넷째, 다섯째, 여섯째도. 선반 하나하나에 꽂힌 어머니 일기장은 모조리 비어 있었다.”
목소리를 발견한다는 것
빈 지면에 채워 나간 나의 목소리윌리엄스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언어 장애를 겪지만 사려 깊은 언어 치료사 파킨슨 부인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에 깃든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발견한다. 《빈 일기》는 저자가 두려움을 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과정을 그려 내는 한편. 섹슈얼리티, 임신중단, 사랑, 결혼, 환경, 교육, 정치, 종교 등 까다롭고 복잡한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채워 나간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증조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집안 여자들이 어떻게 서로를 돌보고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침묵으로(“르완다에서는 한 사람의 침묵이 사자의 으르렁거림으로 들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혹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목소리를 주었는지 보여 주는 일화들이 흥미롭다.
“어머니는 살아 있을 때도, 죽어 있을 때도, 자신의 목소리를 억누름으로써 내게 목소리를 주었다. 어머니는 대체로 조용하고 우아한 제스처를 통해 말했다. 편지 한 통. 밥 한 끼. 함께하는 산책.
반면, 미미(할머니)는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내게 목소리를 주었다. 직접적으로, 정직하게, 그리고 때때로 충격적으로. 브룩과 내가 결혼하려고 한다고 미미에게 말하러 갔을 때 미미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멋지구나! 그리고 잘 안 풀리면 언제든 이혼하면 돼.”
이 책은 5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54라는 숫자는 저자의 어머니 다이앤 딕슨 템페스트가 세상을 떠날 때의 나이이자, 《빈 일기》를 쓰기 시작한 시점의 저자 나이이다. 마치 각기 다른 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음색을 지닌 54개의 장은 어머니에 대한 회고록이자, 목소리에 관한 절묘한 산문시로 혹은 가부장적 종교와 문화에 저항하는 파격적인 선언으로도 읽힌다. 저자는 침묵으로 채워진 어머니의 일기장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힘으로써 빈 지면을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낸다.
새를 향한 사랑에서 반핵운동까지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전사다”템페스트 일가의 여자들, 어머니와 두 할머니, 그리고 여섯 명의 숙모, 이모, 고모는 모두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술을 받았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비극이 네바다의 핵실험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반핵운동에 투신한다. 이러한 신념의 바탕에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통해 품게 된 새를 비롯한 다른 생물을 향한 사랑, 사막과 황무지에 대한 깊은 경외심이 깔려 있다. 유타의 자연은 윌리엄에게 “그 어떤 종교의 교리보다 믿음직”한 가르침을 주었고, “그 자체로 진실을 내장한 개인적인 우주”였다.
이 책의 원제는 ‘When Women Were Birds(여자들이 새였을 때)’이다. 저자는 새들에게서 “목소리와 관련한 최초의 개인 지도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새에 조예가 깊었던 할머니와의 따뜻한 일화, 무아지경으로 빠져들던 야생 탐조 경험들, 새에 관한 아름다운 언어들…… 모든 페이지마다 날갯짓 소리가 속살거린다. 저자는 “하늘과 땅을 잇는” 새의 이미지를 자신의 집안 여자들에게 투영함으로써 그들을 “유방암 피해자가 아니라 전사”로 명명할 수 있었다.
“그때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이미지가 나로 하여금 우리 집안 여자들을 유방암 피해자가 아니라 전사로 이해하게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로 남기를 선택했다. “나는 날개 달린 여자이다.” 한때 나는 이렇게 썼고 이제는 이 말들을 수정할 것이다. “나는 날개 달린 다른 여자들과 함께 춤을 추는 날개 달린 여자이다.”
한 사람에 대해 말하기가 한 세계에 대해 말하기로
이야기가 품은 힘과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여기에 왜 있는 걸까?”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게 하려고.”저자의 가족은 하나같이 이야기꾼이었다. 어머니는 일기장에 단어 하나 쓰지 않았지만, 수많은 편지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글을 남겼다. 할머니는 현장 도감을 일기장으로 삼아 자연에서 발견한 비밀과 전율을 꼼꼼히 기록했다. 증조할머니는 임신한 채 말을 타고 국경을 넘은 이야기를 실감 나게 전해 주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필경사였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된다. 저자는 자신의 가계에 포함된 여자들에 그치지 않고, 강렬한 리더십으로 아프리카를 변화시킨 왕가리 마타이, 여자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은밀한 언어 ‘누슈’의 마지막 사용자 양 후아니 등 “태어난 곳의 제약을 초월해 멀리 걷는 여자들”에게 지면을 할애한다.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는 이 책 《빈 일기》와 관련한 록산 게이와의 인터뷰에서 “회고록라는 장르를 쓸 때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대한 경계를 어떻게 정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것이 사라지고 개인적인 것이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사적인 것은 나 혼자만의 것이지만, 개인적인 것은 인간이 되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사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변환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야기”가 하는 일일 것이다. 어머니가 저자에게 물려준 “텅 빈 지면”은 풍부한 은유와 흥미로운 역설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야기가 부여될 때 혼자만의 일기는 모두의 것으로 확장된다. 《빈 일기》는 침묵에 이야기를 부여할 때 일어나는 “투명한 폭발”의 강렬한 여운을 독자들에게 남길 것이다.

풍경에 대한 갈망은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바로 여기서 나는 그 힘과 숭고함을 깨닫고 물과 사랑에 빠졌고,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나를 죽일 수 있다는, 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예기치 못한 파도로 나를 익사시키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진실을 체득하게 되었다. 아울러 내가 나에게 상처 주는 것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곳 역시 이곳이었다.
내가 내 목소리를 찾아낸 게 아니었다. 내 목소리가 나를 찾아낸 것이었다. 시가 언어의 우아함과 서정성을 통해 어떻게 우리를 바꿔 놓는지를 이해한 선생님의 공감 능력을 통해. 파킨슨 부인은 시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나와 공유함으로써 내가 두려워하는 자아를 넘어서서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