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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풀어 수를 놓다
이경숙 관장의 실과 바늘 이야기
다할미디어 | 부모님 |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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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자수 박물관 ‘수’를 운영, 수많은 자수 유물을 다루며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이해의 가교를 잇는 이경숙 관장의 에세이다. 동양화가이자 조형학 박사로 전통 색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수의 아름다움에 눈 뜬 저자는 이내 수를 놓는 옛 여인들의 마음과 생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바닥 한 뼘만 한 베갯모 안에 가족에 대한 모든 기원을 담아 그것이 영원하기를 바란 어머니들의 기도의 마음을 읽어낸 것.

이 책은 전통 자수에 대한 예찬과 현대적 해석을 담은 칼럼 ‘이경숙의 실과 바늘 이야기’(「영남일보」 연재)에서 39편을 갈무리해 내놓은 것이다. 서정적인 미문으로 ‘자수 정신’의 정수를 소개한 글편 모음. “바느질로도 천 개의 꽃을 피워낸 어머니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이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이다.

  출판사 리뷰

수, 옛 여인들의 사랑과 염원을 담아내다
… 서정적이고 토속적 필치로 그려낸
전통 규방예술 예찬론

한국 전통 색상인 오방색(五方色)의 미학적 극치를 보여주는 수(繡).
여름에 주로 길쌈을 하던 옛 여인들은 추운 겨울이면 호롱불 아래 모여 자수를 놓곤 했다. 한 올 한 올 비단실로 베갯모에 꽃과 새를 새기거나 수(壽), 복(福), 부귀(富貴), 다남(多男) 등의 글자를 새겼다. 바느질은 느리고 단조로운 행위지만 선과 선, 점과 점을 이으며 가족의 안녕과 복을 빌었다. 옛 여인들에게 자수는 온전한 정신과 마음을 담는 아름다운 노동이었던 셈이다.

# 베갯모 자수에서 전통 색채의 아름다움을

대학 시절 미술을 전공하며 전통 색채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한국의 색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옛 유물들을 찾아다니다가 베갯모를 장식한 자수에서 한국 고유의 색을 찾았다. 하지만 이내 베개 수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수를 놓은 사람’ 이야기, 수에 담겨진 옛 여인들의 마음과 생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바닥 한 뼘만 한 베갯모 안에 가족에 대한 모든 기원을 담아 그것이 영원하기를 바란 기도와 사랑을 읽어낸 것. 그러한 무형의 정신을 담은 수는 한국적 정체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모은 베개 유물이 2천여 점에 이르자, 2010년 자수 박물관 ‘수’도 열었다. “전통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은 사소한 유물 속에 깃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느끼는 데서 시작한다.”는 믿음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기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였다. 박물관 수가 소장한 자수품에는 베갯모뿐만 아니라 각종 민화류, 자수 의류, 자수용 실, 목각인형, 기명절지 자수병풍 등 다양한 유물이 포함된다.

# 자수 유물 감상에서 예찬론으로

이 책 『검은 머리 풀어 수를 놓다』는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인 물건이라 쉽게 버려지고 지나쳤던 소중한 옛것들에서 과거 우리가 갖고 있던 소중하고 숭고한 정신을 길어 올리려 한다.”는 취지로 자수, 바느질, 뜨개질, 재봉 등 다양한 작업에서 찾은 전통의 숨결을 엮어낸 ‘예술 에세이’다. 곤히 잠든 자식의 머리맡에서 새긴 꽃수, 해구름물돌소나무대나무영지거북학사슴 등 십장생을 자수로 새긴 베갯모와 수젓집, 유학의 핵심 가르침을 10폭에 담은 양반가의 자수 병풍, 그리고 한국적 이미지를 담은 민화와 불화의 영역까지 뻗어나간 자수 등 다양한 유물을 감상하고 조망하며 사유한 족적이다.
특히 독특한 조형성을 자랑하는 ‘강릉자수보’는 19세기 후반 강릉에서 유행했지만 현대 공예품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내놓는다. 이러한 자수의 전통은 근대에도 이어지는데, 일제강점기 남궁 억 선생에 의해 보급된 ‘무궁화 꽃수’는 간도에 있는 독립투사들에게 전해져 애국지사들을 더욱 단단한 연대로 맺어지게 했다는 것.
「영남일보」에 인기리 연재한 칼럼 ‘이경숙의 실과 바늘 이야기’ 39편을 갈무리해 내놓은 책이다. 서정적이고 토속적인 필치로 전통 규방예술을 예찬했다. “바느질로도 천 개의 꽃을 피워낸 어머니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이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할머니는 늘 호롱불 아래에서 바느질을 하셨습니다. 잉어를 받아든 꿈을 꾸고 첫 아들을 가졌을 때도, 엄마의 뉴똥 치마 끝자락을 함부로 자르다 꾸지람 들은 손녀를 감쌀 때도, 도회지로 떠나 자주 오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가 야속할 때도 할머니는 말없이 버선을 깁고, 베갯모에 꽃수를 놓고, 흰 옥양목에 십자수를 새기며 자식들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꿈길에서도 바느질을 하며 온 가족의 행복과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마음. 수(繡)와 바느질이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며 올올이 수놓아진 어머니들 의 기도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자수는 박물관을 차지하는 유물 그 이상입니다. 수는 자수를 비롯해 민화, 불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이미지를 오롯이 담고 있는 예술 장르인 동시에, 민중의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우리네 삶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최근까지도 없어서는 안 되는 친근한 실용품이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하지만 강릉자수보는 나무며 새들이 한 몸이 된 듯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사방으로 뻗은 대칭적인 조형성이 전통의 사실적인 자수에서 볼 수 없는 형태들이다.
그리고 그 구성보다 더 독특한 것은 색상이다. 마치 아이들이 나비의 본질적인 색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느낌을 따라 선택한 색실처럼 본래 나무와 새가 가지는 색을 없애버렸다. 마치 무지개 띠처럼 혹은 색동 천 조각을 잇듯 나무와 새에게도 새로운 색감의 질서를 부여했다. 그래서 그것은 이미 현실의 나무와 새가 아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치 하늘에서 바라본 것처럼 나무의 수형은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어떤 근원적인 질서 위에 꽃이 피듯 혹은 새로운 싹이 나듯 반달 모양의 잎들이 무성하게 뻗어나가고 있다. 그 모양은 움직임을 이룬다. 그래서 정적인 공간 위에 묘한 생동감을 준다.
-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한 비밀의 문양’ 중에서

한반도 무궁화 꽃수를 고안하고 보급한 사람은 남궁억(1863~1939, 한말 독립운동가) 선생이다. 그는 일제의 무궁화 말살정책에 대항해 무궁화 묘목을 보급하고 한반도 꽃수의 자수 도안을 직접 만들어 여학생들에게 보급했다. 이렇게 수놓아진 자수는 독립 운동가들이 있는 간도로 보내졌으며, 태극기와 함께 그들의 가슴에 소중하게 품어졌다. 그러나 그 수를 놓는 상황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민족정신의 상징인 무궁화를 말살하려는 일제의 정책과 대치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무궁화 5잎이 슬쩍 4잎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것은 무궁화 꽃이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처럼 혹독한 감시 하에 사라져가는 무궁화 꽃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남궁억 선생은 강원도 홍천의 보리울 학교에 수만 그루의 묘목을 심는다. 그리고 뽕나무 묘목 주문이 들어오면 무궁화를 끼워 주어서 전국에 무궁화 번식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1933년 11월 2일 결국 7만 주가 넘는 무궁화 묘목이 잡지 사원을 가장한 일본 경찰에 의해 발각되어 보리울 학교까지 폐쇄되는 ‘무궁화 동산 사건’이 발생한다.
- ‘무궁화, 애국지사의 가슴을 울리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경숙
박물관 수(繡) 관장.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수를 만났다. 그중에서도 화려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베갯모 자수에 끌려 베갯모를 포함한 전통문화를 깊이 공부하게 됐다.2010년에는 그동안 모은 자수를 가지고 박물관 수를 설립, 소장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수와 전통문화 보급에 앞장서는 등 시대와 소통하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대구광역시박물관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고 (사)한국사립박물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경북대 미술학과를 거쳐 동대학원 미술교육학 석사학위와 경주대 대학원 문화재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구대 대학원 미술디자인학과 박사(조형 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베갯모 꽃수』, 『바늘그림』, 『한국 근대 십자수』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_ 간절한 기도의 마음, 수(繡)

1장_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

하늘에 가닿는 간절한 기도
국화향 베개 들여와 호접몽을 꾸어라
꿈길에 비는 다산과 태평성대
십자수에 깃든 삶의 이야기들
문자의 힘을 믿는 만큼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한 비밀의 문양

2장_ 사랑으로 수를 놓다

사랑을 위해 검은 머리를 풀다
온종일 나란히 떠 떨어질 줄 모르네
매화꽃을 사랑한 남자
무궁화, 애국지사의 가슴을 울리다
더 오래 사는 것의 행복
오늘을 사는 이유
반가의 자수, 사람의 도리를 새기다

3장_ 수로써 나라를 지키다

바늘 끝의 점과 점을 이어
한 나라의 문화를 지키는 일
아이의 손에 바늘과 천을 들려주세요
왜 우리의 옷을 입어야 하는가
작은 자투리도 귀한 것으로
습관이 오래되면 본성이 된다
색동, 삶의 모든 순간을 축제로

4장_ 마음에 수를 놓다

마음에 수를 놓는 일
글씨를 수놓은 가보
화관 쓴 여인들, 길상을 수놓다
반백 년 자수를 지켜온 마음들
님의 모시옷, 내 몸에 잘도 맞는다고
진정한 소통에 이른 세계
실과 바늘로 사랑을 그리다

5장_ 수에서 역사를 읽다

수를 놓기엔 긴 밤도 짧다
길쌈과 바느질이라는 숭고한 노동
베갯모 자수, 시대의 인문정신을 드러내다
색동옷 인형과 전쟁고아의 아픈 역사
혼례와 장례만은 최고의 예로
민족 공동의 환상, 한복

6장_ 어머니의 바느질

어머니의 재봉틀
추억은 모두 이야기가 된다
아름다운 꽃수가 더 삭기 전에
길쌈하는 옛 여인들을 추억하며
어머니는 비단 꽃수를 놓고 가셨다
지붕을 덮는 어르신의 바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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