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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박물지  이미지

우리 문화 박물지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의 시선 63
디자인하우스 | 부모님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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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최근 K팝, K푸드, K콘텐츠 등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한국 문화의 원형이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문화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어령은 일찍이 우리가 태어난 산하의 의미,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모른 채 살아가는 현 세태를 안타까워하면서 “제 것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새로운 삶과 지식이 열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사물을 통해 한국 문화와 디자인을 알아보는 《우리 문화 박물지》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책이다. 옛것을 잘 알지 못하는 세대에겐 한국의 참모습을, K컬처 열풍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사람들에겐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2007년 출간된 이후 수많은 독자들에게 한국 문화의 길잡이가 되어준 책을 새롭게 단장해 내놓았다.

평생을 한국의 문화 원형 연구에 힘쓴 이어령의 《우리 문화 박물지》는 갓, 거문고, 보자기 등 한국 고유의 생활용품부터 바지, 바구니, 종과 같은 동서양 공통의 발명품과 고봉, 한글 자모 ㄹ, 윷놀이 등의 무형 문화, 호랑이, 논길, 박과 같은 자연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63가지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탐색기이자 우리 문화 독해서다. 저자는 대대로 손때가 묻어온 물건에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물건이 갖는 상징성과 이데올로기적 메시지, 도덕성 등을 포착한다. 사전에서도 역사책에서도 읽을 수 없는 독창적인 문화 해석은 도구에 담긴 한국인의 모습과 생각, 혼과 마음을 읽어내려는 시도, 즉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지도를 만들려는 시도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창조적 상상력과 자유로운 사고방식은 우리를 문화 문맹에서 벗어나게 하고, 무의식에 잠들어 있던 한국인의 마음을 되살아나게 한다.

  출판사 리뷰

한국 문화의 심층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암호를 찾아 나서는 탐험

이어령은 “우리가 사용해온 물건들은 서명이 없는 디자인이며 조각이며 책”이라고 적었다. 우리의 일상과 함께해온 물건 하나하나에 한국인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물의 실용적인 면과 미적인 면만 들여다봐서는 이를 제대로 알 수 없다. 한국 문화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려면 사물 속에 박힌 함축적인 상징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업은 마치 비밀지도를 들고 보물을 찾아가는 모험과 같다.
보물을 찾기 위해 멀고 험한 여정은 필요치 않다. 쉽게 닿을 수 없는 진귀하고 호화로운 양반의 물건이 아닌 가위, 골무, 낫, 짚신, 바구니, 화로와 같이 흔하고 평범해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민중의 농기구나 생활필수품에 보물이 묻혀 있는 까닭이다. 탐색 지점을 확인한 저자는 이어서 도구의 만듦새와 쓰임새, 만들어진 연원 등을 살펴보며 보물을 둘러싼 층위를 파헤쳐나간다. 이때 단순히 사물의 껍질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뒤집어보고, 들춰보고, 견주어보는 과정을 통해 여러 켜마다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는 의미를 굴착한다. 한 켜를 들어내어 우리가 지나치고 간과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켜를 뒤집어보며 단점이라고 여겼던 부분에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달걀을 반만 싸서 반은 밖으로 드러낸 달걀꾸러미에서는 짚과 달걀이라는 대조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대충대충 짜서 틈이 벌어지는 한옥의 문에서는 문풍지 소리의 정취를 즐기는 한국인의 마음을 찾아낸다. 또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전복적인 기능을 알아내고, 동서양 문화를 측량하고 견주어봄으로써 숨겨진 눈금을 밝혀내기도 한다. 날이 안으로 향한 낫과 호미는 풀을 베는 기능을 넘어서서 때론 자기를 향한 경고의 칼날이 되고, 수저는 개인주의의 산물인 서양의 포크, 나이프와 대비되며 한국의 소통 문화를 대표하는 기물이 된다.

융합, 생명, 융통성…
문화 유전자 지도를 통해 읽는 한국 문화의 본질

저자의 생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문화에 관한 몇 가지 핵심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융합과 생명, 융통성 등이 그것이다. 융합은 대립과 모순을 중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이 태어난다. 바구니는 노동과 놀이를 통합한 도구이고, 장독대는 볕과 바람이 들되 은밀한 곳이어야만 하는 조화의 공간이다. 키는 곡식을 모으는 동시에 쭉정이를 날리는 모순적인 기능을 융합함으로써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추고, 베갯모에서는 십장생이 서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세계가 펼쳐진다.
생명은 투쟁과 정복이 아닌 성심과 포용의 소산물이다. 한국 논길의 구불구불한 모양은 지극한 정성이 필요한 벼농사가 만들어내는 생명적인 곡선이고, 종소리는 인간의 생명을 구원하고 영혼을 씻어준다.
융통성은 인공적인 기계성의 대척점에 서 있다. 정확한 치수를 재지 않고 넉넉하게 만든 한복 바지와 치마는 몸에 맞춰 입는 신축자재성이 특징적이고, 보자기는 쓰임에 따라 가방이 되기도 하고 두건이나 끈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저자는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해 한국 문화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읽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이어령 특유의 시적 직관과 상상력

미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글은 이어령 글쓰기의 장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저자가 펼쳐내는 한국 문화론은 방대한 지식에 특유의 직관과 감성, 상상력이 더해져 흡인력을 갖는다. 고봉의 원추형은 정이라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빛이 퍼지지 않게 사방을 막은 초롱은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밤의 어둠을 즐기기 위한 조명기구다.
국어국문학자인 저자는 언어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문화 코드를 해독해나가기도 한다. 한국인은 고립무원의 상태를 “끈이 떨어졌다”라고 말하는데, 이를 통해 한국인의 인간관을 맺고 풀고 잇는 끈의 관계로 풀어낸다. 또한 한국어에는 내일이라는 말이 없지만 모레와 글피라는 말이 있는 것에서 눈앞의 현실이 아닌 먼 미래를 새기며 살아가는 한국인의 미륵신앙과 연관 짓는다. 이러한 자유로운 상상력은 이성적인 사유를 뛰어넘어 현상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사물과 풍속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우리의 심상은 과거의 들판으로, 초가집 지붕 위로, 겨울밤 화롯가로, 꿈과 몽상의 자리로 옮겨간다. 잊혀갔던 것들이 되살아나고, 평범한 사물이 한국인의 혼과 마음이 담긴 특별한 물건이 된다. 더 이상 전통문화는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과 디자인이 태어나는 요람이 된다.




태초에 사람들은 하늘에 흩어져 있는 별들을 그냥 바라보지는 않았다. 북두칠성처럼 별과 별을 이어서 하나의 별자리를 만들어냈다. 별을 만들어낸 것은 하늘이지만 별자리를 만들어낸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자기로부터 몇천 광년 떨어진 별빛을 가지고도 별자리를 그려낸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와 가장 가까운 물건들, 일상 속에서 자기와 함께 생활해온 물건들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었겠는가. 밥 먹을 때 쓰는 젓가락, 옷 입을 때 매는 옷고름 자락 그리고 누워서 바라보는 대청마루의 서까래… 한국인들이 사용해온 물건들 하나하나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들은 서명되어 있지 않은 디자인이며 조각이며 책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한국의 영상과 한국인의 생각의 별자리를 읽으려는 욕망 그리고 그 읽기의 새로운 실험에서 탄생하였다.
― 들어가며

가위는 무엇을 자르기 위해 고안된 도구이기 때문에 자연히 악역 노릇을 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랑받지 못한 가위의 이미지를 역전시켜 그 일탈의 시적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한국의 엿장수 가위다. 우선 그 생김새를 보면 끝이 무디고 날이 어긋나 아무것도 잘라낼 수 없게 되어 있다. 그야말로 가위에서 가위의 기능을 가위질해버린 것이 엿장수 가위다. 엿장수 가위는 자르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내는 음향효과에 그 기능을 두었기 때문이다. 절단 작용을 청각 작용으로 전환시킨 순간 가위는 악역에서 정겨운 주역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 소리는 늘 현실을 넘어선 꿈결 속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그 가위는 무엇이 잘리는 공포, 프로이트가 말하는 거세 콤플렉스의 불안이 아니라 오히려 듬뿍 덤을 주는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한다.
― 가위: 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어령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지성의 오솔길』 『젊음의 탄생』 『한국인 이야기』, 문학평론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 문명론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가위바위보 문명론』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목차

들어가며

가위_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 | 갓_머리의 언어 | 거문고_누워 있는 악기 | 고봉_무한한 마음을 담는 기법 | 골무_손가락의 투구 | 나전칠기_어둠 속에 빛을 상감하는 법 | 낫과 호미_자기로 향한 칼날 | 논길_팽창주의를 거부하는 선 | 다듬이_악기가 된 평화로운 곤봉 | 달걀꾸러미_포장 문화의 원형 | 담_ 일인칭 복수의 문화 | 담뱃대_노인들의 천국 | 돗자리_하늘을 나는 융단 | 뒤주_집안의 작은 신전 | 떡_마음의 지층 | ㄹ_통합, 그리고 연속의 무늬 | 매듭_맺고 푸는 선의 드라마 | 맷돌_분쇄의 기술 | 무덤_죽음의 순서 | 문_문풍지 문화 | 물레방아_환상의 바퀴 | 미륵_50억 년의 미소 | 바구니_뽕도 따고 님도 보고 | 바지_치수 없는 옷 | 박_초가지붕 위의 마술사 | 버선_오이씨가 된 발 | 베갯모_우주와 사랑의 꿈 | 병풍_움직이는 벽 | 보자기_탈근대화의 발상 | 부채_계절을 초월한 아름다움 | 붓_정신의 흔적 | 사물놀이_우주와 사계절의 소리 | 상_억제와 해방의 미각 | 서까래_안과 바깥의 매개 공간 | 수저_짝의 사상 | 신발_문화의 출발점 | 씨름_긴장 속의 탈출구 | 연_빈 구멍의 비밀 | 엽전_우주를 담은 돈 | 윷놀이_우연의 놀이 | 이불과 방석_사람과 함께 있는 도구 | 장롱_심연의 밑바닥 | 장독대_가정의 제단 | 장승_수직과 짝을 염원하는 삶 | 정자_에콜로지의 건축학 | 종_여운을 만들어내는 정신 | 지게_균형과 조화의 운반체 | 창호지_나무의 가장 순수한 넋 | 처마_욕망의 건축학 | 초롱_밤의 빛 | 치마_감싸는 미학 | 칼_무딘 칼의 철학 | 키_이상한 돛을 지닌 배 | 탈_삶의 볼록거울 | 태권도_허공에 쓰는 붓글씨 | 태극_가장 잘 구르는 수레바퀴 | 팔만대장경_칼을 이긴 인쇄 문화 | 풍경_대기를 헤엄치는 물고기 소리 | 한글_기호론적 우주 | 한약_생명을 위안하는 상형문자 | 항아리_불의 자궁에서 꺼낸 육체 | 호랑이_웃음으로 바뀌는 폭력 | 화로_불들의 납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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