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102회 나오키상 수상, 팔콘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랭킹 1위 등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정점이라 할 《내가 죽인 소녀》. 2009년 국내에 소개되어 낭만 마초 사와자키의 매력을 알리며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 작품이 13년 만에 개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 독자를 찾는다.
10여 년의 세월을 반영해 현재의 감각으로 전문을 섬세하게 가다듬은 것은 물론, 전작과 일체감을 높이는 표지 디자인을 완성해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도 제고했다. 무엇보다 특전으로 특별 수록된 국내 미공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은 이번 개정판의 백미라 할 만하다.
출판사 리뷰
★★제102회 나오키상 수상작★★
★★19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
★★1990년 팔콘상 수상작★★
정통 하드보일드의 절대 미학
낭만 마초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최정점!
가족 실종 문제로 상담하고 싶다며 탐정의 방문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 하지만 자택을 찾아간 사와자키는 사건을 의뢰받기는커녕 유괴사건의 한복판으로 휘말려들고 만다. 얼결에 몸값 전달책 신세가 되지만, 도리어 접선 장소에서 습격을 받아 돈가방을 도난당하고 만다. 돌연 협상을 중단한 채 잠적해버린 유괴범,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피해자 가족,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경찰, 어쩐지 묘한 부탁을 해오는 야쿠자… 사와자키를 기다리는 것은 끔찍한 덫일까, 작은 행운일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혜성같이 문단에 등장, 단 여섯 권의 작품만으로 일본 땅에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이식하고 꽃피운 전설의 스타일리스트 하라 료.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는 고품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보이며 이미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내가 죽인 소녀》는 시리즈의 정점이자 일본 문학사에서도 하나의 지표로 손꼽히는 기념비적 작품. 추리소설로서는 이례적으로 제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함으로써,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르문학이 대중적 문학상에 진출하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아울러 당해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랭킹 1위에 선정되고, 이듬해에는 팔콘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 등 서점가와 평단을 동시에 평정하며 명작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음악 신동 유괴 사건, 거기에 휘말려버린 탐정, 의심 가득한 경찰…
이 시대의 걸작, 출간 13년 만에 전면개정!
“나에게 있어 하드보일드는 오직 문체의 문제입니다”라는 발언을 스스로 증명하듯, 《내가 죽인 소녀》는 불필요한 수사가 철저히 배제된, 건조하면서도 밀도 높은 하라 료 특유의 문장력으로 읽는 이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동시에 현실적 매력과 극적 완결성을 겸비한, 생생한 캐릭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물론, 스타일과 캐릭터가 전부는 아니다. 작가는 하드보일드 작품의 단점으로 흔히 지적받는 소설적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유괴 사건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뒤틀리며 계속 반전을 이어나가고, 질주하는 속도감으로 독자를 이끄는 이 이야기는 충격적인 반전까지 준비되어 있다.
빼어난 스타일부터 매혹적 캐릭터, 촘촘하게 설계된 서사, 읽는 재미와 경악스러운 반전까지. 문자 그대로 추리소설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미덕을 빠짐없이 갖춘 《내가 죽인 소녀》는 지난 2009년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나 탐정 사와자키의 매력을 한껏 알린 바 있다. 출간 13년 만에 진행된 전면 개정을 맞아 십여 년 남짓한 세월의 흐름을 반영해 전문을 세심하게 가다듬었고, 시리즈다운 일체감 있는 표지 디자인으로 새 옷을 입었다. 무엇보다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개정판 특전’으로 수록된 국내 미공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자기 애인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받은 사와자키가 또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함께 지켜보시길.
“(개정판이)오래 걸린 만큼 독자 여러분의 만족이 더 크리라 믿습니다.”
_번역자 권일영
초여름 점심때가 조금 지났을 무렵, 자연을 거의 상실해가는 이 거대한 도시에도 푸른 나뭇잎이 내뿜는 풋풋한 냄새가 가득했다. 니시신주쿠에 있는 사무실을 출발해 도시마 구 메지로를 향해 블루버드를 몰았다. 오전에 전화로 들어온 의뢰는 미심쩍은 점이 거의 없었다. (…) 웬일로 블루버드도 속을 썩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운은 거기까지였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운 없는 하루가 그 전화로 시작된 것이다.
와타나베가 강탈사건을 일으키게 된 까닭도, 그리고 그 사건의 이유가 된 알코올 의존증도 모두 옆에 붙어 있던 내 책임이라는 것이 논리를 무시한 니시고리의 결론이었다. (…)
메지로 경찰서에서 나오기 직전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뒤 문을 나서다가 니시고리와 마주쳤다.
“오후 2시에 마카베 씨 집 옆에 서 있던 야마토 택배 밴을 조사해줘.” 내가 말했다. “앞쪽 범퍼 양쪽이 아래로 처졌어.”
“건방 떨지 마, 탐정.” 니시고리가 말했다.
“좋아.” 내가 말했다. “네가 죽으면 어떤 놈이 죽였는지 조사하지.”
하시즈메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사가라가 긴급 연락용 부저를 누르고, 들어온 문이 아닌 다른 비상용 문으로 달려가 안쪽에서 걸어둔 잠금장치를 풀었다. (…)
나는 문 앞에서 사가라에게 말했다. “너희는 툭하면 ‘부탁이야’라고 하면서 스스로 마무리할 줄 아는 건 하나도 없나?”
밖으로 나와 문을 닫자 바로 병실 안에서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하라 료
1946년 사가 현 도스 시에서 태어나 규슈 대학 문학부 미학미술사학과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상경하여 재즈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유명 색소포니스트 다카키 모토테루의 트리오 멤버로 연주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후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가 글쓰기에 매진, 1988년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늦깎이 작가로 문단에 정식으로 발을 들였다. 데뷔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중년의 사립탐정 ‘사와자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하드보일드물로,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제2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이듬해 발표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내가 죽인 소녀》로 제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르는 등, 단 두 편의 장편소설로 일본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표 기수로 우뚝 섰다. 이후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 시리즈 세 번째 장편 《안녕, 긴 잠이여》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정교한 플롯, 매력적인 등장인물, 철저하게 계산된 대화, 현실감 있는 전개 등 정통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매력을 오롯이 담았다는 호평을 받았다.《지금부터의 내일》은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후 십사 년 만에 출간되어 더욱 화제를 모은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두 번째 작품. 출간 즉시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각종 미스터리 차트를 연거푸 석권하는 등 독자들은 긴 간극에도 아랑곳없이 변함없는 애정으로 ‘낭만 마초’의 귀환을 뜨겁게 반겼다. 무엇보다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에 필적하는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의지를 스스로 증명하듯, 작가가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집념으로 이어온 이 시리즈 가 마침내 절정에 다다랐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올곧게 지켜가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시크한 매력은 물론, 여전하다. 과작으로 이름난 작가이지만, 한 인터뷰를 통해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은 이미 확실히 세워두었다고 밝히는 등 하라 료는 탐정 사와자키를 아끼는 이들을 여전히 가슴 설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