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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와 이라
비인간화 시대의 대/화
에디투스 | 부모님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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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여행문학이나 철학 에세이의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독특한 장르의 책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시원始原적 공간들을 넘나드는 스케일에서뿐 아니라 고대의 시간과 서울 지하철의 풍경이 곧장 연결되는 자유로운 이야기의 전개와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시공간의 짜임들이 오늘 우리의 문명적 현실에 대한 생동감 있는 비평의 세계를 펼쳐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카’와 ‘이라’라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이어져 있다. 이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른바 ‘마술적 사실주의’에 입각한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작품들이 제1세계가 지워 버린 선주민의 세계와 닿아 있으면서 동시에 현대사회에 대한 문명비평을 담고 있듯이, 콜롬비아 작가의 이 여행 대화집도 한편의 빼어난 문학이면서 철학적인 문명비평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처에서 전개되는 몽환적이면서 시적인 아름다움과 도저한 사유의 깊이로 직조된 이 대화집의 매력은 미리 정해 놓은 논리적 결론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공명을 따라 생생한 사유의 숲을 걷는 순례의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는 데 있다.

  출판사 리뷰

현대와 시원始原 사이를 오가는 순례 여행길에 펼쳐지는
몽환적이고도 우아한 시적・철학적 대/화

콜롬비아 작가 미겔 로차 바바스의 『아르카와 이라―비인간화 시대의 대/화』는 여행문학이나 철학 에세이의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독특한 장르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전 지구적 행보라 할 만한 저자의 다양한 여행이 바탕을 이루지만, 일반적인 여행 보고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이미 첫 장에서 소비자이면서 소비의 대상이 되는, 쉽게 상품 취급을 당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대상을 상품 취급하는 여행객(관광객)과 거리를 두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책 속의 여행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순례의 여정으로 배치된다.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순차적이거나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아시아나 다른 공간과 연결되고, 시간 또한 연대기적이 아니라 고대와 현대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거나 교차된다.

제목에서 암시되어 있듯이, 이 책은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모두 ‘아르카’와 ‘이라’라는 두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친구 사이의 남미인들이면서 동시에 아르카와 이라는 ‘시쿠’ 혹은 ‘삼포냐’라고 부르는 안데스 취주악기를 의인화시킨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화는 실제에 바탕하면서 하나의 작품 속에서 재배치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따로, 또 함께 여행한 것들을 토대로 대화하며, 가끔은 두에르메아우토피스타스라는 긴 이름의 야윈 개와 더불어 걷기도 한다. 아르카와 이라는 일종의 대/화의 메타포이다. 이들의 대화는 공명하는 악기의 연주를 닮았고, ‘새들의 노래’(6장)를 닮았고, 두 날개로 꿈처럼 나는 ‘나비의 비행’(4장)을 닮았다. ‘현자의 꿈’(4장)들을 오늘날 다시 해석해 내고자 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주로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하지만 제주도(5장)를 비롯한 아시아와 다양한 지역으로도 이어지면서, 장자와 타고르, 이주와 관광, 사랑과 연민, 죽음, 우정, 여행, 자연에 대해 논한다. 대화는 도처에서 몽환적이면서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가 하면 도저한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대화가 미리 정해 놓은 논리적 결론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공명을 따라 움직이며 생생한 사유의 숲을 헤쳐나가는 순례의 여정으로 독자들을 이끈다는 점이다.

『아르카와 이라』는 시장市場으로 모두 수렴되는 이론과 수학 공식 같은 문학작품이 넘쳐 나는 시대에, 프로그래밍 되지 않은 비평의 세계를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 사유는 머리로부터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신체에서 발현되고, 서사와 상상력과 대화를 통해 쇄신된다. 아르카와 이라의 대/화는 철학, 종교, 과학, 원초적 언어의 기원으로 시적인 회귀를 유도하며, 그 현재상도 포착하게 해준다. 두 사람의 질문, 경탄, 이미지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인간 조건에서 출현하고, 또한 이 조건에 수렴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 조건의 많은 부분은 자연, 문화, 그리고 인간 범주로 국한하면 안 되는 인간을 포함한 일체의 생명과 무생물 등의 합에 빚지고 있고, 이 합과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아르카와 이라』는 한마디로 이주, 배타적 인종주의, 사회생태적 불공정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다움을 회복하라는 시적·윤리적 촉구이고, 동시에 인간의 만물에 대한 폭력적 우위, 인간종種의 지구에 대한 폭력적 우위라는 인간 중심주의적 현실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맞서고 있는 대화적 비판인 셈이다.

이 비인간화 시대의 대/화는 필시 보다 풍요로운 장에서 지속될 것이다. 한국의 독자인 우리는 이 책의 5장인 「제주, 하하」를 읽으며 신선한 감동을 얻게 된다. 그것은 우선 그저 가벼운 제주 스케치가 아니라 제주라는 또 다른 세계와의 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성찰을 담고 있는 데서 얻게 되는 것인데 우리에게 열린 다차원적인 대화의 세계로 나아갈 것을 권유하는 강렬한 초대로 읽히기 때문이다. 『아르카와 이라』가 여행기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여행은 필연적으로 타자, 타문화와의 접촉을 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의 문제의식의 하나인 신자유주의적 세계는 이주가 인간 조건이 된 세상, 따라서 타자, 타문화와의 접촉이 일상이 되어 상호 문화적 이해가 없이는 갈등과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여행은 그 인간 조건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두에르메아우토피스타스라는 개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다차원적 대화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장치일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과 동물,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리라. 콜롬비아로부터 전달된 이 독창적인 여행 대화집이 우리의 삶의 여행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리엔탈리스트 관광객은 더는 타지마할과 만리장성 엽서에 만족하지 않아. 지금은 그에게 동양인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패키지가 제공돼.”
“그 모든 것은 자기애적 경향이라고 불리는 것과 연결되어 있어.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더 근사한 의상이나 이국적인 장소가 필요하지. 자기애적인 관광객은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것으로 위장할 수 있어. 그와 타자는 사진 포즈의 플라스틱 자아 속에서 하나가 되는 거지.”

“타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순례자가 있어.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배움을 얻기 위해, 또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떫은맛을 음미하며 남쪽의 한 가족과 마주 앉아 마테차를 마시는 여행자…”
“맞아. 아직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예약하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지. 바다에 닿기 위한 사전 예약 없이, 강물에 발을 담그듯, 삶과 더불어 걷기 시작할 수 있어.”
(「여행, 바퀴, 레일 그리고 동물의 구속」 중에서)

“마치 ‘흔들어 터시오!’라고 말하듯이 삶이 머리와 얼굴에 쌓이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우리를 덮고 있다고 생각해 봐.”
“눈 덮인 (중부 안데스의) 거대한 산에서 배우는 것이 바로 겸양이야. 그 산신들에 둘러싸여 인간에게 걸맞은 진정한 크기로 돌아가는 거지. 거대한 건물 위와 기념비적인 초인간적 건축물 아래를 걸으며 경험하는 가공의 우월성을 뽐내지 않고 전체의 일부가 되는 것 말이야.”

“기후에 침식된 빙하 위에 서서 떠돌아다니는 눈옷 입은 북극곰의 이미지… 또는 야생동물 인형처럼 안마당에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매자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늘보… 이것들은 생태 비평이 허위로 만들어 낸 사례가 아니야… 치아파스에서 우리에 갇힌 케찰을 보았어. 긴 깃털이 떨어진 상태였는데도 아직 뻔뻔하게 사진을 찍어 대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인간이라는 종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그래서 그들과 맞서야 했어.”
“케찰은 공허한 시선으로부터 도망쳐 고속도로와 기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 삶의 내밀함 속에서 아름다움이 꽃을 피우는 법이지. 어떤 투어도 우리를 그 아름다움으로 데려갈 수 없고 그곳에 이르는 유일한 가이드는 마음이야.”
(「자유로운 케찰을 보다. 두 번이나!」 중에서)

“중력의 법칙은 인력의 법칙이기도 해. 땅은 하늘의 애무를 요구하지. 아무리 가벼워도 무게가 있는 것은 결코 지구의 흙의 부름을 피할 수 없어.”
“심지어 먼지도 사랑에 빠져 끌려가지…”
“케베도가 노래한 사랑에 빠진 먼지는 미래의 우리야. ‘먼지가 되리라. 그러나 사랑에 빠진 먼지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든 시대를 통틀어 시가 우리에게 제공한 가장 사실적인 동시에 가장 희망적인 이미지 중 하나야.”

“고대 메소아메리카 신인 늙은 불의 제왕 테오티우아칸의 이미지가 생각나. 노인은 엄청난 무게의 의례용 화로를 머리에 얹은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어. 노인의 몸짓은 우리에게 노년의 기품, 즉 머리 위에 남은 불의 잔재 같은 연륜을 드러내지. 상상의 재는 백발에서 빛을 발하는 비교적 견딜 수 있는 하중을 생성해.”
“노인이 머리 위에 얹고 있는 재는 그의 일생 동안 타버린 모든 불의 잔해야.”
“삶의 현실에 대한 매우 조형적인 표현. 그런 신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진실된 거울이야. 그것은 무릇 예술의 신성한 속성 중 하나지.”
“시간을 측정하는 최상의 도구는 시계가 아니라 거울이야.”
(「사랑에 빠진 먼지」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미겔 로차 비바스
콜롬비아의 문학박사, 작가, 상호문화 교육가. 현재 보고타 소재 하베리아나 대학 부교수이자 자신이 동 대학 사회과학대학에 설립한 생태비평·상호문화연구센터 소장이며, 다수의 에세이와 서사집을 펴냈다. 최근 수년간 한국과 콜롬비아의 예술가 및 연구자들을 잇는 학술 활동을 여러 차례 조직하였으며 또한 서울, 부산, 제주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주최 국제학술대회와 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 주최 AALA문학포럼(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에 참가한 바 있다. 2009년 콜롬비아 문학 부문 연구상을 수상하였으며, 2016년에는 현대 콜롬비아 선주민들의 글쓰기에 대한 『말의 협업Mingas de la palabra』으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아메리카의 집Casa de las Amricas(쿠바) 연구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영어판으로 번역되기도 했다(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출판부, 2021). 최근에는 『이미지의 협업: 선주민·상호문화 연구Mingas de la imagen. Estudios indgenas e interculturales』(하베리아나 대학 출판부)를 공동 편찬했다.

  목차

여행, 바퀴, 레일 그리고 동물의 구속
자유로운 케찰을 보다. 두 번이나!
사랑에 빠진 먼지
나비의 비행, 현자의 꿈
제주, 하하
새들의 노래
침묵과 탈창조
몇 사람의 얼싸안기
희생 혹은 상호 의존?
지금의 이주자… 그리고 예전의 이주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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