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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잠
천년의시작 | 부모님 |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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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작시인선 427권. 수피아 시인의 첫 시집. 타자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주체가 자신의 밖에 섬을 감수함으로써, 자신의 생각 안에 머무르지 않고 ‘내 생각 밖의’ 것들을 사유하게 하는데, 이를 통해 시인은 이렇게 생각과 생각 밖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언어화하기 위해 더 작은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라본다.

이 과정에서 수피아의 화자는 모든 비인간 물질에 대한 은유적 존재로 대체되며, 이들 식물과 동물, 사물을 포함한 비인간의 타자들은 대상을 넘어서 주체의 자리에 섬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항의 경계를 허문다. 이처럼 시인은 은유와 함께 움직이는 말하기로, 은유가 되는 삶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썩어 가는 나뭇잎처럼’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그 나뭇잎이 가진 작은 가능성을 깨우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출판사 리뷰

수피아 시인의 첫 시집 『은유의 잠』이 시작시인선 0427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7년 『시안』 봄호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은유의 잠』은 “은유로부터 나아가는 말하기”를 통해 “일상의 질서 속에서 포착할 수 없는 사태들” 즉 “은유가 잠든 공간”(「해설」)으로 우리를 이끈다. 해설을 쓴 방승호(문학평론가)는 “수피아의 은유는 언어를 구속하는 원리가 아닌 언어에 자유를 주기 위한 방법론”으로 “‘사람의 길’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하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 다시 말해 타자가 만들어 가는 길”을 상상하는 방법론임을 지적한다. 이처럼 “타자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주체가 자신의 밖에 섬을 감수함으로써, 자신의 생각 안에 머무르지 않고 ‘내 생각 밖의’ 것들을 사유하게” 하는데, 이를 통해 “수피아 시인은 이렇게 “생각”과 “생각 밖”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언어화하기 위해 더 작은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라본다”. “이 과정에서 수피아의 화자는 모든 비인간 물질에 대한 은유적 존재로 대체”되며, 이들 “식물과 동물, 사물을 포함한 비인간의 타자들은 대상을 넘어서 주체의 자리에 섬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항의 경계를 허문다”. 이처럼 수피아 시인은 “은유와 함께 움직이는 말하기로, 은유가 되는 삶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썩어 가는 나뭇잎처럼’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그 나뭇잎이 가진 작은 가능성을 깨우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타자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주체가 자신의 밖에 섬을 감수함으로써, 자신의 생각 안에 머무르지 않고 “내 생각 밖의” 것들을 사유하게 한다. 고정된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시 생각해 보”는 행위로 우리는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태들을 내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너무 어두웠어”라는 화자의 말처럼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우리가 감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수피아 시인은 이렇게 “생각”과 “생각 밖”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언어화하기 위해 더 작은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라본다.
제인 베넷은 『생동하는 물질』(현실문화, 2020)에서 비인간 물질에서 비롯되는 능동적인 활력을 하나의 행위소로 인정한다.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난 이러한 입장은 생태학적이고 물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수피아의 시가 나아가려는 방향도 이와 비슷하다. 행위 주체성을 인간의 소관에서 이동시켜 비인간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피아의 화자는 모든 비인간 물질에 대한 은유적 존재로 대체된다. 이번 시집에서 출몰하는 식물과 동물, 사물을 포함한 비인간의 타자들은 대상을 넘어서 주체의 자리에 섬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항의 경계를 허문다.
―해설 중에서

은유의 잠

썩어 가는 나뭇잎처럼 나른한
은유에 누워 잠들었어

사람의 길이 보이지 않아

입산 금지 후 숲에는
오지도, 가지도 않게 된
사람의 길이 사라지고
나무의 길, 꽃의 길, 벌의 길이 생겼어
썩어 가는 나뭇잎이어서 새로 생긴 길이 좋아
오지도, 가지도 못하도록 사라져 버린
길 위에
떠나 버린 당신의 말(語)이
노란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어

이제 당신과 다른 방식의 언어야, 나는

바람이 몸을 비틀어 깨울 때까지
은유에 누워 썩어 가는 나뭇잎이거든

  작가 소개

지은이 : 수피아
2007년 『시안』 봄호 신인상으로 등단.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재학 중.한국시인협회 회원. 〈빈터〉 동인.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날개가 돋아서 13
거북이 14
겔라다개코원숭이와 거미처럼 16
조용한 창문 18
캥거루 가죽 모자 20
그리운 mc 22
여우 속눈썹 24
송정동 산책길에서 25
고양이 한 마리가 26
첫사랑, 나비 27
비밀의 방 28
쪽방에 사는 젠투펭귄 30
프레스코 사랑법 32
코리의 아르바이트 일기 2 34

제2부

가난한 눈으로 내린다는 것 37
은유의 잠 38
가을에는 39
수련꽃 출사出寫 40
이삭 41
파리지옥 42
레이니 레인 43
나무의 지도 44
사과의 방 46
성형된 솔숲 향 48
졸음의 각도 50
시청 앞 가을 풍경 52
뒤뜰이 아름다운 집 1 54

제3부

눈처럼 살아 보기 57
마취된 겨울 58
물의 침묵 60
시월의 안개 61
쇼윈도에 진열된 겨울 62
서울라사 장 씨 64
시詩 65
당겨 돋는 봄 66
눈먼 햇살일레라 68
라스코 동굴벽화를 떠올리며 70
표선 해비치 해안을 걸으며 71
남미의 땅처럼 누워 72
목판에서 꺼낸 자화상 74

제4부

탁자에 둘러앉은 빛 77
카메라 옵스큐라 78
숨은 고양이 찾기 80
도서관에 간다 82
달구비 83
그때, 열아홉이었지 84
조화 꽃이 피었네 86
돌아라, 팽이 87
시간을 습작하다 88
매미 90
무의미한 경계 91
강과 길을 위한 주례사 92
시력 잃은 돌 94
권태 1 96

해설
방승호 먼저 은유가 되어 가는 사람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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