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인류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토를 정복한 왕답지 않게 알렉산더는 매우 너그러운 사람이었다고 해요. 베로네세의 <알렉산더와 다리우스 가족>에서 이런 면모를 엿볼 수 있어요. 알렉산더가 그의 친구 헤페스티온과 함께 포로로 잡힌 다리우스 가족을 만나러 갔을 때, 다리우스의 어머니는 자기 눈에 가장 화려해 보이는 사람의 발 앞에 엎드렸어요. 하지만 그가 알렉산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목숨을 잃을까 봐 벌벌 떨었지요. 이때 알렉산더는 태연히 말했다고 해요.
“걱정 마세요. 그 역시 알렉산더입니다.” -본문 18쪽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잔치를 연다더니 별 볼 일 없군.”
안토니우스가 일어서려고 하자 클레오파트라는 빙긋이 웃으며 심부름꾼에게 손짓을 했어요. 그러자 심부름꾼이 황금으로 장식된 예쁜 유리잔에 식초를 담아 왔어요. 그녀는 ‘달의 눈물’이라 불리는 엄청나게 값비싼 굵은 진주 귀고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빼내 잔에 담갔어요.
티에폴로의 〈클레오파트라의 연회〉는 이 장면을 담은 작품이에요. 진주가 독한 식초에 녹아 버리자 클레오파트라는 단숨에 들이켰답니다. 그녀는 이어서 또 하나의 진주 귀걸이를 빼어 그 속에 담그려고 했어요. 그러자 안토니우스는 깜짝 놀라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지요.
“됐소, 그만 하시오! 내가 졌소!” -본문 48쪽 중에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는 어떻게 로마를 세웠을까?
클레오파트라가 값비싼 진주를 꿀꺽 삼킨 이유가 무엇일까?
자두 푸딩이 위험에 처했다니 무슨 얘기일까?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는 왜 욕실에서 죽었을까?
전쟁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화가들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자기가 살던 시대의 역사 현장을 그리기도 했지만, 지나간 시대에서 두드러진 사건이나 인물을 그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림 속에는 두 개의 역사가 공존하기도 한다. 하나는 그림으로 표현된 역사이며, 다른 하나는 그림을 그린 화가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다. 화가의 손에 의해 시간 격차가 큰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이 절묘하게 오버랩 되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화가의 붓은 적과 싸우는 무기가 되기도,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깃발이 되기도 했으며, 상처를 보듬는 위로의 손길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미술 작품들을 통해 화가들이 어떤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았는지 살펴볼 수 있으며, 같은 역사적 사건이라도 화가에 따라 어떻게 달리 표현되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화가들은 왜 그림 속에 역사를 담았을까? 하고많은 소재들 가운데 왜 하필 역사를 골랐을까? 그리고 그림은 역사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역사를 배우는 특별한 도구, 미술작품역사는 기나긴 강물처럼 이어질 뿐만 아니라 또 다시 되풀이된다. 과거의 역사가 언제든지 현재의 시간 속에 되살아날 수 있으며, 현재의 역사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미래의 역사도 결정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나 인물을 기억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지나간 역사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 위한 것이다.
역사가 화가들이 즐겨 찾는 소재가 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화가들은 그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와 고민을 그림 속에 담으면서 역사가 던지는 교훈을 읽어내고, 완성한 그림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반성과 비판의 기회를 주고자 했다. 따라서 역사화를 볼 때는 그것을 그린 화가의 생각과 시대정신을 함께 읽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는 왜 그림 속으로 들어갔을까?>는 낮은산에서 출간하는 ‘그림과 친해지는 그림 톺아보기’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의 관점에서 어린이의 방식으로 그림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책으로, ‘톺아보기’라는 시리즈명이 뜻하듯 미술 작품 한 점 한 점을 시간을 들여 샅샅이 뒤지고 살펴봄으로써 명화를 깊고 꼼꼼하게 읽도록 만들어 준다.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찾아라! 명화 속 숨은 그림>에서는 화가가 그림 속에 숨겨 놓은 엉뚱하고 기발한 장치들을 ‘수수께끼’처럼 찾아보게 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역사’의 좌표 위에 있는 명화들을 소개함으로써 그림으로 역사를 읽고 통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역사를 공부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그림’이라는 특별한 언어를 도구로 삼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매우 유효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사물이나 현상을 전체적인 면보다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포착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할 때도 전체보다는 개개의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기 쉽다. 그림은, 역사라는 길고 긴 대서사의 한 지점을 포착하여 하나의 화폭에 압축해 낸 것이기에,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무엇보다 역사적 사건을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우렁찬 함성이 들려오는 듯한 전투 장면, 비탄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의 표정, 폭풍우가 몰아치는 험준한 산속 풍경, 처형 직전의 긴장어린 순간 들은 어린이들에게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 역사를 구성하는 퍼즐 조각들을 유심히 보게 만든다. 이 퍼즐 조각 하나하나는 개별적인 역사적 사건인 동시에 역사라는 거대한 퍼즐 판의 한 부분이기에, 퍼즐의 전체 그림과의 연결성과 관계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그림이라는 도구는 역사를 연대순으로 훑는 지루하고도 피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하나의 사건을 여러 각도로 충분히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역사를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39점의 세계명화와 함께
흥미진진한 역사 현장으로 떠나 보자!이 책은 역사의 큰 흐름에 따라 고대 문명에서부터 영웅들이 만들어간 역사, 그리고 전쟁과 평화, 혁명의 물결로 시작된 현대사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고대와 문명’에서는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된 고대그리스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본다. 페르시아 대군과 맞서 싸울 장소로 테르모필레라는 좁은 협곡을 선택한 스파르타의 군사들의 희생을 암시하는 다비드의 그림은 고대그리스가 주변의 강국들로부터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냈는지 보여준다. 폼페이의 유물인 <이수스 전투>는 알렉산더 대왕의 활약과 헬레니즘의 탄생 과정을, 우첼로의 <산 로마노 전투>는 르네상스가 시작된 배경을 풍부하게 이야기해주는 작품들이다.
2장 ‘영웅이 만드는 역사’에서는 영웅들의 삶이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반대로 역사가 영웅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나폴레옹, 잔 다르크, 한니발, 클레오파트라 등 역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는 한편, 영웅들의 또 다른 얼굴-잔인하고, 야비하고, 오만한-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험준한 바위산을 묘사한 터너의 작품에서는 코끼리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은 위대한 영웅도 자연 앞에서는 미약한 존재일 뿐임을 강렬하게 시사한다. 티에폴로의 <클레오파트라의 연회>에서는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잔치도 모자라 당시 십여 개의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시려는 클레오파트라의 대담한 배짱을 엿볼 수 있다.
3장 ‘전쟁, 그리고 평화’에서는 화가들이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큰 슬픔으로 기록한 전쟁의 비극을 살펴본다. 1808년 이틀 동안 스페인 민중과 프랑스 군대 사이에서 일어난 참혹한 살상 현장은 고야의 붓 끝에서 되살아나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뼈아프게 상기시킨다. 특히 이 장에는 미국이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로 최근까지도 반입이 금지되었던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전쟁 당시 신천군 인구의 4분의 1이 학살당한 역사적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한편, 금이 간 해골들이 쌓여 있는 베르시차긴의 충격적인 그림 <전쟁 예찬>은 전쟁을 멈춰야만 하는 이유를 강렬하게 호소한다.
4장 ‘혁명의 물결로 시작된 현대사’에서는 시민혁명, 산업혁명처럼 우리 사회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오늘날의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 유명한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을 통해 프랑스대혁명 지도자인 마라의 입장, 마라의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마라를 살해한 코르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른 작품도 소개하여 같은 사건, 같은 인물이 화가에 따라 어떻게 달리 해석되는지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필즈의 <노숙자 수용소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나 로버트 콜러의 <파업>은 어린이 미술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생각해보는 뜻 깊은 시간을 제공한다.
이 책에 수록된 39점의 명화들에는 몇 천 년 전의 역사부터 가장 가까운 역사에 이르기까지의 굵직한 사건과 인물들이 표현돼 있음은 물론,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시선, 생각, 감정까지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대가들의 붓 끝에서 탄생한 역사적 순간을 감상하는 시각적 즐거움을 갖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인간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헤아려 보는 소중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책의 맨 뒷부분에는 ‘이 책에 나오는 명화 속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정리하여,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명화 속에 등장하는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목차
머리말-역사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까닭은?
1장 고대와 문명
다비드, <테르모필레의 레오니다스>
스파르타는 왜 협곡을 선택했을까?
폼페이 유물, <이수스 전투>
헬레니즘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그리스 철학자 다 모여라!
우첼로, <산 로마노 전투>
르네상스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2장 영웅이 만드는 역사
푸생, <사비니 여인들의 약탈>
두 얼굴의 영웅, 로물루스
터너, <눈보라: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
한니발은 왜 알프스를 넘었을까?
티에폴로, <클레오파트라의 연회>
여왕은 왜 독사에게 물려 죽었나?
앵그르, <샤를 7세 대관식의 잔 다르크>
오를레앙의 소녀 영웅, 잔 다르크
다비드,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프랑스 대혁명의 영웅, 나폴레옹
3장 전쟁, 그리고 평화
고야,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마네, <황제 막시밀리안의 처형> |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죄 없는 민중이 왜 죽어야 했을까?
벨라스케스, <브레다 시의 항복-창>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
베레시차긴, <전쟁 예찬>
전쟁은 이제 그만!
4장 혁명의 물결로 시작된 현대사
다비드, <마라의 죽음>
어느 혁명가의 최후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필즈, <노숙자 수용소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산업 혁명의 빛과 그림자
이 책에 나오는 명화 속 역사적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