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김한경 시인의 그윽한 차 향기 같은 시와 에세이. 강원도 함백산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여전한 시심(詩心)으로 손에서 펜을 놓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한경 시인이 새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김한경 시인의 차 한 잔의 행복》은 아름다고 신비로운 자연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따듯한 만남을 글과 시로 담아 독자들과 차 한 잔을 나누듯 공유하고 싶어 쓴 책이다. 이 책은 감동스러운 이야기와 깊이 있는 시가 함께 어우러졌다. 긴 세월을 묵힌 시인만의 사색의 깊이도 그윽하지만,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도 놓치지 않는다. 이제는 채우기보다 비워야 하는 시간, 함백산 기슭에서 차 한 잔 내려놓고 보내는 초대장을 음미해보자.
함백산에서 온 차 한 잔의 초대장“초승달 눈썹만큼 남은 일몰(日沒)의 생(生) 앞에서, 채우면서 살아온 세월들이 이제는 비우면서 비우면서… 그 많은 만남의 인연들도 하나둘 떠남의 이별로 지워지는… 평생 마음 고생시킨 사랑과 행복도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확인이 아니라 확신이어야 한다는 것도…”
강원도 함백산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여전한 시심(詩心)으로 손에서 펜을 놓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한경 시인이 새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김한경 시인의 차 한 잔의 행복》은 아름다고 신비로운 자연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따듯한 만남을 글과 시로 담아 독자들과 차 한 잔을 나누듯 공유하고 싶어 쓴 책이다.
시인의 나이가 되면 그 많은 만남의 인연들도 하나둘 떠남의 이별로 지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평생 마음 고생시킨 사랑과 행복도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확신할 수 있기도 하다. 이제는 채우기보다 비워야 하는 시간, 함백산 기슭에서 차 한 잔 내려놓고 보내는 초대장을 음미해보자.
만 원의 행복“동네 병원이 문을 닫아 아침에는 짜증스럽기만 하던 것이, 지금은 내게 이런 행복을 맛보게 하려고 휴진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괜한 짜증을 냈다 싶은 후회스런 마음으로 버스를 타니, 함백산 겨울 풍경들이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바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슴이지요.”
시인의 아내가 감기로 기침이 심한데 마을에 하나 있는 병원이 휴진을 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30여 분 걸리는 태백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어서 버스터미널 옆 식당 골목으로 갔는데, 해장국과 소주를 배부르게 먹고도 모두 합해 만 원이었다. 몸도 마음도 든든하고 대한(大寒)인데도 바람도 없이 따듯한 날씨에 둘이 손을 잡고 걷다 보니, 오십여 년을 함께 곁을 지켜주며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다행스러움을 느꼈다.
동네 병원이 문을 닫아 아침에는 짜증스럽기만 하던 것이, 지금은 내게 이런 행복을 맛보게 하려고 휴진을 했구나 싶었다. 아주 작은 일에도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바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슴이다. 만 원이 가져다준 행복이었다.
가을을 음미하다“그래 함께 문학을 하는 도반에게 단풍찌개 이야기를 했더니만 ‘어유 김 시인은 아름다운 단풍의 가을 산을 홀랑홀랑 잡수셨네요.’ 하기에 함께 웃으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새록새록 음미했답니다.”
손주들과 함께 강릉을 다녀오면서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길을 꼬불꼬불 돌고 도니, 가을 단풍에 흠뻑 취했다. 오는 길에 예쁜 단풍잎새 몇 개를 주워 집에 와서 고추장을 풀고 양파 감자 호박 두부 찌개를 끓였다. 그 위에 단풍잎새 몇 개를 띄우고는 반주를 곁들이니, 붉게 물든 가을 산을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시인은 이승을 떠나게 될 때 단풍잎새들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게 해달라고 기원하면서, 자신의 살아온 삶을 반추했다. 때를 알고 떠남을 준비하는 단풍의 모습들이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 사람들도 때를 알고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한다. 가을을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음미한 시간이었다.
산속까지 찾아온 엄마 참새“어머니는 돌아가신 뒤에도 이 깊은 산속까지 찾아다니시며 우리 가족들을 보살펴 주시는데, 그런 부모의 은혜를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참으로 불효막심한 자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일 시장에서 좁쌀을 사 오기 전까지 잡수시라 쟁반에 쌀을 놓아드렸답니다.”
오래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공원묘지에 모시고 떠나려는데 묘지 옆 작은 나무 위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곁에 가도 날아가지 않아 손을 내미니 손 위로 올라왔다. ‘아! 어머니 영혼이 참새가 되셨나 보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참 뒤 이사한 아파트에서도, 그 후 지금 사는 함백산으로 온 후에서 불쑥 나타나는 참새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고 한다. 작은 일상도 가벼이 넘기지 않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일화다.
이렇듯 《김한경 시인의 차 한 잔의 행복》은 감동스러운 이야기와 깊이 있는 시가 함께 어우러진 책이다. 긴 세월을 묵힌 시인만의 사색의 깊이도 그윽하지만,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도 놓치지 않는다.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매력을 차를 마시듯 만끽해보자.

사람들의 인심이 각박해지고 이기주의 성향으로 흐르다 보니 사랑도 그리 변하는가 봅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의 사랑관이, 받는 만큼 줄 거라고들 한답니다. 아니 주는 사랑이 없는데 받는 사랑만이 있을 수 있나요. 아파트 물탱크(옥상 저수조)에 물이 없는데 수도꼭지 튼다고 물이 나오나요. 그 저수조에 물이 차야만 물이 나오지요. 그 물이 바로 부부의 사랑이랍니다. 그래 그 사랑을 마시고, 씻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사는 것이지요. 사람의 몸은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지요. 그물이 바로 사랑이랍니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의 원천. 그래 진솔한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의 잡티는 하나도 안 보이고 좋은 점만 크게 보이며,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포용하게 된답니다. 지구라는 별에 태어나서 이러한 사랑을 한 번쯤 해보고 떠난다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이곳 함백산 기슭은 겨울이 6개월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그만큼 겨울이 길지요, 그래 5월이 지나야 겨울이 갔구나 생각된답니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개나리가 피고 목련에 진달래, 철쭉이 피고는 다음에 쥐똥나무꽃이 피지요.
쥐똥나무 꽃향기가 기가 막히게 좋아, 향기 나는 쪽을 살펴보면 쥐똥나무 잎새에 가려진, 총총히 모여 앉은 아주 작은 꽃잎새들을 만나게 된답니다. 열매들이 쥐똥만 하게 작아서 쥐똥나무꽃이라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필자 생각으로는, 꽃이 너무 작아 쥐똥나무 잎새에 가려져 자신들의 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들지 못하니, 향으로 사람의 눈길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아마도 기막힌 향을 뿜어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도 된답니다.
자신들을 가리고 덮어 사람들 눈에 못 들게 되는 잎새들을 원망이나 탓하지 않고, 스스로 기막힌 향을 내뿜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저 쥐똥나무 꽃잎들의 지혜로움에 탄식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쥐똥나무꽃의 지혜로움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말입니다.
그러고는 어느 날인가 향이 씻은 듯 사라져 코를 벌렁거리며 쥐똥나무 속을 살펴보면 언제 피었다 졌는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답니다. 아주 짧은 시간, 잠시 왔다 가면서 사람들을 그리 기쁘고 즐겁게 해주고는 자취 없이 사라지는 저 작은 꽃잎새들…. 내년 봄이 돼야만 다시 쥐똥나무의 기막힌 꽃향기를 맡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