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후 일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 선집. 안고는 다자이 오사무, 이시카와 준 등과 ‘무뢰파(無賴派)’라 불리면서 전후 일본사회의 혼란과 퇴폐를 반영한 독자적인 작풍을 선보였으며, 전쟁 후 일본의 새로운 출발점을 통찰했다. 이 책은 안고의 문학관과 사상을 보여주는 두 편의 산문 외에도 일곱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자전적 소설, 우화 소설, 설화 소설, 평론적 산문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이며, 일본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부터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유머,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동화적이고 신비로운 전개와 결말로 담아낸 이야기 등 자신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다양한 빛깔로 그려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일본 현대문학의 선구자, 사카구치 안고
전후 일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 선집. 안고는 다자이 오사무, 이시카와 준 등과 ‘무뢰파(無賴派)’라 불리면서 전후 일본사회의 혼란과 퇴폐를 반영한 독자적인 작풍을 선보였으며, 전쟁 후 일본의 새로운 출발점을 통찰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간장선생〉의 원작자로 알려진 안고의 몇몇 작품이 국내에 번역 소개되긴 했으나 그의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균형 있게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이 책은 안고의 문학관과 사상을 보여주는 두 편의 산문 외에도 일곱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자전적 소설, 우화 소설, 설화 소설, 평론적 산문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이며, 일본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부터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유머,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동화적이고 신비로운 전개와 결말로 담아낸 이야기 등 자신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다양한 빛깔로 그려내고 있다.
▷ 위대한 낙오자의 고독이 길러낸 육체의 사상
사카구치 안고의 문학 세계는 흔히 ‘육체의 사상’으로 표현된다. 그는 일본이 아시아 전체,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목표로 침략 전쟁을 벌이던 시대의 도덕과 정신을 불신했으며, 이들이 인간을 조작하고 억압하며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통찰했다. 따라서 인간 본연의 영혼에 이르는 통로는 육체와 감정임을 자신의 소설과 문학론을 통해 역설한다.
단편 〈어디로〉에는 육체와 감정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발견하려는 작가의 노력과 좌절이 드러나 있다. 또 다른 수록작 〈나는 바다를 껴안고 싶다〉는 마침내 발견한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저자 스스로도 문학은 이성과 논리, 사회의 규범과 가치 체계를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관점에서 가족과 집, 고향이 갖는 선험적 가치로부터 이반〔〈돌의 생각〉〕할 필요를 느끼고 평생 방랑과 낙오자의 삶을 살아간다. 말년에 공권력을 상대로 격렬한 투쟁을 벌이기도 한 그는 소설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해 이러한 ‘부정’을 실천했다.
이 선집에는 안고의 강렬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 외에도 문학적으로 독창적인 작품도 실려 있다. 소극(笑劇), 광대극을 뜻하는 파스farce의 특성과 효과에 착안한 소설론인 ‘파스론’에 입각하여 쓴 〈바람박사〉와 〈한바탕 마을 소동〉이 그것인데, 이 작품들은 논리나 지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공상이 만들어낸 현실과 인간의 묘사를 통해 어리석어 보이는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긍정을 드러낸다.
▷ 타락하라, 그리고 살아라
전후에 발표된 〈타락론〉과 〈백치〉는 문단에서 거의 사라진 안고를 다시 부각시켰다. 〈타락론〉은 인간에게 주어진 정신적 가치는 그 사회의 지도층과 권력층이 권력과 체제 유지를 위해 창조한 것이며 인간을 왜곡하고 조정하기 위한 것임을 논한다. 따라서 패전은 슬퍼할 일이 아니라 날조된 가치를 일거에 허물 수 있게 해준 위대한 파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후 일본 사회는 정신적 가치의 강조로 인해 가려진 인간 본연의 영혼을 회복하고 직시하여 구원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을 모색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백치〉는 육체적 쾌락에 빠진 한 백치 여자와 궁핍한 현실 속에서 허덕이던 주인공 이자와가 우연히 함께 살게 되며 일어난 일을 그린다. 앞날을 계획할 수 없는 전쟁통 속에서 둘은 피난을 떠나게 되는데, 삶의 의욕과 희망을 잃고 기본적인 욕구만 남은 이자와의 모습이 흡사 피난길에서도 졸리다고 자버리는 백치를 점점 닮아가는 듯 보인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의 사랑 따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오히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겠지만 내게는 아버지가 있었고, 그 아버지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불려가 먹을 갈아주는 관계이며, 아버지의 우거지상을 보고 심기가 불편해지고 그러다 뭔가 잔소리를 듣고는 화를 내며 돌아서 나올 뿐이었다. 그랬기에 ‘아버지의 사랑’ 같은 말은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만큼 나와는 무관한 것이었다._<돌의 생각>
여자의 몸이 내 방에 기거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었지만 어차피 오십보백보다. 냄비와 솥, 식기가 살기 시작했다. 내 영혼은 퇴폐하고 황폐해졌다. 이미 여자를 소유해버린 나는 식기를 방에서 몰아낼 만큼의 순결에 대한 정절을 상실해버렸다. 나는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총채질하는 모습 따윌 보고 있느니 차라리 길거리에 나가 귀신같이 생긴 여자 걸인을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방에 먼지가 한 뼘이나 쌓여 있다 해도 여자가 그걸 쓸어내기보다 그냥 먼지 속에 앉아 있어주길 바란다._<어디로>
나는 옛날부터 행복을 의심하고 그것의 작음을 슬퍼하면서도 동경하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야 겨우 행복과 손을 끊을 수 있으리라 느낀다. 나는 이제 다시 처음부터 불행과 고통을 찾아나서는 거다. 이제 행복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행복 같은 건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여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려는 생각 따위는 해선 안 된다. 인간의 영혼은 영원히 고독한 것이니까. 나는 아주 위세 좋게 이런 염불 같은 생각을 했다._<나는 바다를 껴안고 싶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사카구치 안고
일본의 태평양전쟁 전후에 걸쳐 활약한 근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 순문학뿐 아니라 역사소설, 추리소설 등 광범위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남겼고 전후 일본 사회를 분석한 날카로운 평론과 수필도 다수 남겼다. 십대 시절 보들레르, 이시카와 타쿠보쿠 등의 영향을 받아 ‘위대한 낙오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작가를 지망했다. 도요대학 인도철학과에 입학해 불교를 공부했고 프랑스어를 비롯해 5개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동인지를 통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쳤다. 「바람 박사」 「구로타니 마을」 같은 초기 단편이 시마자키 도손, 우노 코지 등 선배 작가들의 인정을 받으며 문단에서 작가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절대 고독과 고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고 일본의 패전 이후 발표한 「타락론」과 「백치」 등의 작품으로 일약 시대의 총아로 불리며 전후 인기 작가로 올라섰다. 우울증과 필로폰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으나 정력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혀가 꼬인다’며 갑자기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했다. 사후 고향인 니가타의 신사에 그의 시비가 건립되었다.
목차
돌의 생각
어디로
나는 바다를 껴안고 싶다
백치
타락론
속 타락론
바람박사
한바탕 마을 소동
벚나무 숲 속 만개한 꽃그늘 아래
작가 인터뷰
작가 연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