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모악 시인선 28권. 2022년 계간 『시에』로 등단한 이복희 시인이 펴내는 첫 시집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시적 흥분과 열기가 감지되지만, 절제된 시어들이 들뜨기 쉬운 시적 목소리를 차분하게 당긴다. 그럼에도 방심하는 순간에 훅, 하고 밀려드는 시적 열기가 있다면, 그것은 시집 『오래된 거미집』이 우리 생의 가장 간절했던 순간들을 호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판사 리뷰
“멋진 유머 감각과 날렵한 언어센스를 갖춘 시세계!”
“유쾌한 풍자시, 에로틱한 사랑시, 친근한 일상시!”
우리 생의 가장 간절했던 순간들
모악시인선 28번으로 출간된 『오래된 거미집』은 2022년 계간 『시에』로 등단한 이복희 시인이 펴내는 첫 시집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시적 흥분과 열기가 감지되지만, 절제된 시어들이 들뜨기 쉬운 시적 목소리를 차분하게 당긴다. 그럼에도 방심하는 순간에 훅, 하고 밀려드는 시적 열기가 있다면, 그것은 시집 『오래된 거미집』이 우리 생의 가장 간절했던 순간들을 호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거미집』은 시인의 마음이 자주 드나들었던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 시집은 시인이 “몸으로 쓴 시”(「오래된 거미집」)라고 할 수 있다. 몸의 기척과 몸의 기울기, 몸의 열기와 한기 그리고 몸의 체취 같은 “몸속에 피던 꿈들”(「홍매화 열반」)을 담담하면서도 가지런하게 풀어놓는다. 그 꿈들은 사실 “현실의 가슴 아픈, 혹은 뼈아픈 이야기”(이승하, 「해설」)에 가깝고, 그런 까닭에 시를 읽고 나면 문득 “성한 곳 하나 건질 게 없는 내 몸뚱어리”(「장기 삽니다」)를 생각하게 한다. 온몸으로 삶의 중심을 뚫고 지나온 사람만이 느끼고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는, 그래서 “한번은 맘 놓고 고독을 즐길 수 있”(「변명을 훔치다」)는 순간을 시인은 시집 『오래된 거미집』에 새겨놓았다.
고요한 실금이 삶의 무늬를 이룬다
이복희 시인의 시는 “묵은 잔에 생긴 실금”(「오래된 잔」)처럼 “비늘만큼은 은빛으로 반짝”(「도루묵」)거리는 시간을 머금고 있다. 그러한 실금의 시간을 채우는 것은 “서늘한 기억 껴안은 어머니”(「바람집을 썰다」)이고 “목청 터지도록 뽕짝 부르는 말복이 아버지”(「술빛처럼 탁한 날」)이다. 시인이 실금의 시간을 변주하는 이유는 “나 아닌 또 다른 나를 찾아 걸어가”(「이름값」)고 싶기 때문이다.
입 벌린 조기 한 마리
달궈진 불판 위에 올린다
가로로 칼을 맞고도
뒤집을 때마다
바다를 헤엄치던 습관으로
꼬리지느러미 파닥거린다
뜨거움을 번갈아 맛본 등짝
흐르는 대로 흘러가자는 잠행인지
온몸이 고요하다
고단한 몸이
유선형으로 굳어가는 골격을 이끌고
뉘엿뉘엿 집으로 돌아온다
―「조기를 굽는 저녁」 부분
이복희의 시 쓰기는 “고단한 몸”이 “뉘엿뉘엿 집으로 돌아온” 순간 시작한다. “바다를 헤엄치”느라 “뜨거움을 번갈아 맛본 등짝”에는 고요한 실금이 삶의 무늬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삶의 갈피를 이리저리 뒤집어 봐도 “유선형으로 굳어가는 골격”은 “온몸이 고요”할 뿐이다. 이것이 이복희 시인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향해 “너의 몸은 침묵의 시집”(「어느 압사」)이라고 이유이다. 시인은 우리의 몸에서 실금처럼 퍼져 있는 “잠시 펴지도 못한 굽은 등의 시간”(「너거 집서 살란다」)을 건져 올려 언어의 실금으로 직조해낸다. 그리하여 “가닥 진 기억 끈을 건져 후루룩거리다가 / 넘어오는 슬픔을 꾸역꾸역 되삼키고”(「그날의 기억」)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는 구멍 숭숭 뚫린”(「영혼충전소」) “몸의 구멍 안쪽에서 보랏빛 싹을”(「어색한 화장」) 발견해낸다. 이것이 첫 시집을 내는 이복희 시인의 솜씨다.
영혼의 떨림을 포착해낸 시인의 언어
시인의 시 쓰기는 “타박타박 사막을 걸어온 낙타가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닮았다. 낙타의 몸에 실금처럼 새겨진 사막의 모래바람이 낙타의 삶이듯, 시인은 자기 몸에 새겨진 “뜨거움과 차가움을 번갈아 맛본 / 만다라의 실금”(「오래된 잔」)을 더듬는다. 그리하여 “문득, 살갗 다 닳으면 어디로 갈지”(「지붕 위의 타이어」)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복희 시인이 어디로 갈 것인지 이미 알고 있다. “다른 나에게 다가가려고 / 무진 애를 썼지만 / 그때마다 다른 나는 / 내게서 멀어져 갔”(「시인의 말」)다고 말하는 순간, 시인은 이미 진정한 ‘다른 나’에게 도착해 있었다. 그 순간에 “우물거리면 절대 안 되는 거”(「토마토 키스」)다. 『토마토 키스』는 바로 그 ‘다른 나’의 삶을 “지그시 혀끝으로 누르다 보면 / 목구멍이 꿈틀”(「토마토 키스」)대는 순간에 실금처럼 번져가는 떨림을 담아낸 시집이다. 그러니 『오래된 거미집』을 읽는 독자라면 분명 영혼에 쫙, 하고 실금 가는 떨림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복희
이복희 시인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이 당선되고 2022년 계간 『시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그의 첫 시집이다.
목차
1부 바람집을 썰다
둥근 지붕 / 바람집을 썰다 / 오일 간의 거래 / 강 / 너거 집서 살란다 / 오래된 거미집 / 그날의 국수 / 아버지의 그늘 / 조기 굽는 저녁 / 어색한 화장 / 아닌 밤중에 봇물이
2부 술빛처럼 탁한 날
담쟁이의 예절 / 홍매화 열반 / 영혼충전소 / 출구 / 집들이 / 도루묵 / 자동세차기 / 지붕 위의 타이어 / 박카스 한 병 / 술빛처럼 탁한 날 / 나무아미타불
3부 꼬불꼬불 꽃 피우다
꼬불꼬불 꽃 피우다 / 변명을 훔치다 / 머리카락 해부학 / 바람론 / 달, 분양 / 장기 삽니다 / 흰 꽃 흩날리는 날 / 히아신스가 나를 작부라고 나무랄 때 / 이름값 / 둥지 / 구두의 ㅤㅂㅑㅇ향
4부 연화지의 봄밤
쉬폰 치마 / 토마토 키스 / 문학동네에서 왔어요 / 놈 / 양말을 널다 / 어느 압사 / 단물, 그 이후 / 엿 파는 품바 / 연화지의 봄밤 / 술독, 들여앉혔나 / 시인의 값
해설 세상의 비극을 잊게 하는 유쾌한 유머 감각・이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