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푸른사상 시선 166권. 조숙향 시집. 일상적 삶의 무게에 짓눌린 슬픔과 상실감의 정서가 시집의 저변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에 매몰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오르듯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어 깊은 감동을 준다.
출판사 리뷰
혹독한 시간을 이겨내며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나비 같은 시편
조숙향 시인의 시집 『오늘의 지층』이 <푸른사상 시선 166>로 출간되었다. 일상적 삶의 무게에 짓눌린 슬픔과 상실감의 정서가 시집의 저변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에 매몰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오르듯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어 깊은 감동을 준다.
오늘의 지층
1
너에게서 나에게로 가는 저녁
경계가 지워지는 하늘
신선한 아침에 빛났던
너의 눈동자에 모래바람이 분다
너무 많은 밝음에서 너무 흔한 어둠으로
서로를 통과하며
흐린 고요를 남긴다
짝을 잃은
풍산개의 풀린 눈빛에 저녁이 담겨 있다
2
흰나비 떼가 날아오른다
오늘의 일기 앞에서
하늘을 물들이는 낯익은 새소리
철 지난 진달래 꽃잎
웃자란 새싹들
버석거리는 소나무 입술
쉴 곳을 잃어버린 바람이 내 뒤로 사라진다
먼 산에 하얗게 얼음이 덮인다
여기, 서성이다
1
여기, 겨울 아침 흔들며 흘러가는 물소리가 있다
물소리에 섞여 자갈은 굴러가고
강물에 발 담그고 우두커니 서 있는 잿빛 두루미도 있다
강 가장자리에서 반짝이는 얼음빛줄기와
강가를 지키는 댓잎에 걸린 햇살이 시리다
2
여기, 어둠이 번져 얼룩진 유리창에 손을 대면
불 꺼진 거실에서 맴도는 정적이 숨 쉰다
눈 감으면 소리 없이 움직이는 시계 초침 보이고
실금 간 접시에 담긴 타버린 생선이
깨진 믿음과 닫힌 마음 사이에서 일렁거린다
3
오래된 침식과 세월의 뼈, 또는 그 뼈와 강물의 파동 사이
나는 여기 머물고 또 흐른다
접속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온다
내 몸에 붙는다
더듬이를 까닥까닥
내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걸음을 당기자
내 주변을 샅샅이 탐색하다가
내가 지나온 오솔길 상수리 나뭇잎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나비는 내가
먼지인지 구름인지 바람인지
새소리인지 알아챘을까
나는 마스크를 벗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숙향
강릉 자조와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스무 살쯤 강릉을 떠났고, 울산에서 살면서 현재 독서 교육을 하고 있다.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도둑고양이 되기』, 동인지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등이 있다. 울산작가상을 받았다.
목차
제1부
밤나무 그늘에 앉아 / 오늘의 지층 / 그림자 / 그 밤의 텍스트 / 청춘 / 침대에 눕다 말고 / 꽃 핀 날 / 소식 / 여기, 서성이다 / 낯선 아침 / 검은 것이 내려앉는 오후 / 지갑 / 놀이터 / 연극이 끝나면
제2부
코로나19 / 오동꽃이 지고 있다 / 선택된 장례식 / 발설 / 그 흔한 복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그해 여름, 처용 / 어떤 기숙사 / 그 겨울의 삽화 / 요양원이 사는 법 / 섬마을 영순이 / 뇌물을 받는다 / 휠체어를 밀고 가는 저녁 / 서로의 풍경 / I have a dream
제3부
부석 / 어떤 부부 / 맨드라미 붉게 피다 / 수신 중 / 그날 토끼는 죽었다 / 임종 / 애증 / 잠들 때까지 / 두텁게 다가오는 것 / 홍도의 밤 / 가상현실 / 안개 아침 / 둥근 가을 / 월식
제4부
어떤 날은 / 강물에 갇혀 / 그녀의 방 / 한낮, 냄새에 취하다 / 일상이 낀 열쇠 / 희망 사항은 희망일 뿐 / 겨울 산책길 / 나르시즘 / 꿈 이야기 / 처용과 물길 / 환상이 깨질 때 / 아직도 땡삐가 / 연결고리 / 접속
작품 해설 : 차지위물화, 그 아날로지의 사유-이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