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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그곳이 있었네
문학의 공간들
오월의책 | 부모님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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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광주 모노그래프 4권. ‘오리탕거리’로만 미식가들에게 알려진 광주 유동의 뒷골목과 광주의 오래된 유원지인 무등산 언저리의 지산유원지, 광주의 달동네 광주 천변 발산마을, 지금은 챔피언스필드가 된 무등경기장과 그날의 총탄이 박힌 금남로 전일빌딩, 김남주 등이 수감됐던 광주교도소에 관한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아프고 진솔한 고백들이 담겨 있다.

<돌아보면 그곳이 있었네>는 여섯 명의 문학인들이 자신의 기억보관소에서 퍼 올린 단 하나의 주소지에 관한 이야기다. 겪어낸 공간 속의 기억을 ‘글’이라는 또 다른 공간으로 옮겨내는 것이 문학이라고 할 때, 이 책은 문학이 문학의 옷을 입기 이전의 공간과 시절에 관한 기록인 셈이다.

  출판사 리뷰

광주는 고유명사이면서도 보통명사다.
곽재구, 고재종, 공선옥, 김선정, 김호균, 이영진.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이 살아낸 광주는 어떤 곳이었을까.
우리가 익히 짐작하는 ‘그 광주’보다 더 깊은 광주의 속살을
그들은 어떤 기억으로 보듬고 있었을까.

■ 출간 의의

이 책에는 ‘오리탕거리’로만 미식가들에게 알려진 광주 유동의 뒷골목과 광주의 오래된 유원지인 무등산 언저리의 지산유원지, 광주의 달동네 광주 천변 발산마을, 지금은 챔피언스필드가 된 무등경기장과 그날의 총탄이 박힌 금남로 전일빌딩, 김남주 등이 수감됐던 광주교도소에 관한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아프고 진솔한 고백들이 담겨 있다.

『돌아보면 그곳이 있었네』는 여섯 명의 문학인들이 자신의 기억보관소에서 퍼 올린 단 하나의 주소지에 관한 이야기다. 겪어낸 공간 속의 기억을 ‘글’이라는 또 다른 공간으로 옮겨내는 것이 문학이라고 할 때, 이 책은 문학이 문학의 옷을 입기 이전의 공간과 시절에 관한 기록인 셈이다.

고재종 시인의 광주 기억은 유동의 달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출과 빈곤, 방황의 시기였던 유동 시절에 “실존적 부조리에 대한 몸부림만으로 허덕이며 울분을 터트리고, 황음에 빠지고, 폐허의 무저갱만 떠다녔다.”고 하는 고백은 한 문학청년의 좌절과 회한이 가득 묻어난다. 그리고 어느 날 시인이 벼락처럼 마주쳤던 민중 문화 운동의 도도한 물결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시대의 거대한 기록화 같다.

윤정현과 나는 처음 만난 뒤 꽤 자주 유동 골목의 술집들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입대를 얼마 앞둔 그의 인도로, 1985년 4월 말경 YWCA에서 열린 민중문화연구회(가칭 민문연) 창립기념공연장에 같이 갔다. 민문연은 당시 지역문화운동 공동체로 출범한 조직으로 광주에서는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작가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한 단체였다. 그 이름도 쟁쟁한 문병란, 송기숙, 황석영, 박석무 등 문인들이 공동대표를 맡고 화가 홍성담, 연극인 박효선이 운영위원장을 맡아 문학, 미술, 연희, 노래, 출판 등 5개 분과를 결성, 활동을 개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어떻게 저것이, 어떻게 저렇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하는 의구심만 머리에 끊임없이 맴돌았을 것이다. 나는 스물일곱 살 때까지 살아오도록 기껏해야 나 개인의 실존적 부조리에 대한 몸부림만으로 허덕이며 울분을 터트리고, 황음에 빠지고, 폐허의 무저갱만 떠다녔는데.
-고재종의 <삶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겪었던 광주 유동의 시간들> 중에서

공선옥 작가는 518이라는 거대한 사건 언저리에서 가난과 고독을 견뎌야 했던 청춘들의 서사를 기록한다. 주류가 되지 못한 채 변두리로 밀려나 있던 청춘들의 남루한 기억들이 무등산 언저리와 지산유원지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아, 무등산. 70년대 중국의 청춘들에게 베이징이 있었다면 80년대 광주의 청춘들에게는 무등산이 있었다.”
그 아이들에게 무등산은 가장 놀기 좋은, 혹은 시간 보내기 좋은 “동네 뒷산”이었다.
무등산 가는 버스를 타고 원효사까지 가면 거기 산장이 있었다. 누군가가 그때(그는 굳이 5월이라고 말하지 않고 3년 전 80년 5월을 ‘그때’ 라고 말했다), “무기 회수령” 떨어지기 전에 산장 옆 바위 밑에 총을 숨겨놓았다고 말하자마자, 그날의 행선지는 바로 무등산으로 정해졌다.
- 공선옥의 <햇빛 쏟아지는 날들> 중에서

곽재구 시인은 유년시절부터 학창시절까지를 보냈던 광주 천변 발산마을의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끼니를 거를 만큼 가난했지만 훔쳐 온 쌀로 쑨 죽도 함께 나눠 먹었던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시를 평하다 대검까지 휘둘러 경찰서에 끌려갔던 문학청년들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슬프다.

천변에는 양잿물에 빨래를 삶아주거나 염색을 해주는 커다란 가마솥들이 늘어서 있었다. 솥에서 삶아진 빨래는 광주천 물로 씻어 자갈밭 위에서 말렸다. 빨래 삶는 아줌마에게 묻는 날이 있었다. 빨래 내가 헹굴 수 있어요. 아줌마가 나와 동생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는 것 같았다. 배고프지? 아줌마가 물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줌마가 우리를 데리고 양동시장의 한 판잣집으로 데려갔다. 맛있는 냄새가 훅 풍겨 왔다. 그곳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빨래터에는
착한 아줌마가 산다
가난한 아이들이
손잡고 놀러 오면
짜장면을 사준다
무지개가 뜬다
나는 이 동시를 거의 기억한다. 이 동시가 무지개라는 제목으로 소년 한국일보에 실렸기 때문이다.
- 곽재구의<무지개가 뜨는 마을에서 첫 꿈을 꾸었네> 중

동화작가 김선정은 금남로에서 우뚝 서서 광주의 일들을 목격한 전일빌딩과 조선대학교, 두 개의 하얀 건물 사이를 오갔던 한 시절을 이야기한다. 마치 한 편의 성장영화처럼 충장로와 금남로를 살아낸 90년대 학번들의 성장기와 고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나에게 광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 동네들 사이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두 개의 하얀 건물이다. 금남로로 들어가면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전일빌딩과 무등산 쪽을 바라보면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조선대학교가 그것이다.

나를 태운 아빠의 자전거가 충장로 초입 제일은행을 향했다. 그리고 그날, 은행에서 나오는 길에 나는 보았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체크 남방을 입은 사람을 때리고 있는 모습을.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 사람을 군인은 몽둥이로 때리고 있었고 맞는 사람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무 옛날이라 어렴풋할 텐데도 이상하게 그 장면은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다.
- 김선정의 <두 개의 하얀 건물에 대한 기억> 중에서

김호균 시인을 통해 만나보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현장 서사다. 야구경기장 쯤으로 알려져있는 옛 무등경기장의 서사에는 개발에 밀려나야했던 서민들의 녹진한 삶, 5·18 당시 택시운전사들의 차량시위, 야구장에서 울고 웃던 호남사람들의 애환이 고루 스며있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등경기장의 철제 담장인 만자인 듯 격자인 듯 뒤섞인 무늬의 빈 허공으로 온몸을 구겨 넣어 꾸역꾸역 들어가곤 했다. 동네 형들은 그걸 일명 ‘빠이롱’이라고 불렀다. 경기장 안쪽에는 경계가 삼엄했지만 나는 용케도 그 눈을 피해 내가 보고 싶은 세상에 곧잘 도달하는 재주를 터득하고 있었다. 그때의 호기심과 동경 어린 눈빛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도덕보다 힘이 셌던 것 같다. 나는 그걸 이룸으로써 그때까지 맛보지 못한 또 다른 희열을 맛보았던 같다. 내가 미지의 세계로 경계를 넘어가는 일들이 이제 그렇게 막 시작되고 있었다.

몇 명이 모이기만 해도 감시의 눈초리를 의식해야 했고, 학교에도 안기부 직원, 정보과 형사, 짭새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광주 무등경기장은 수천 명이 한꺼번에 함성을 질러대도 상관없는 유일한 합법 공간이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로 시작하는 슬픈 곡조의 메아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지곤 했다. 해태가 이겨도 져도 ’목포의 눈물‘은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 김호균의 <원형경기장, 그 안과 밖의 경계> 중에서


이영진 시인은 광주 혁명가들의 가장 큰 대학이었던 광주교도소를 소환한다. 유년에 목격했던 동명동 시절의 광주교도소와 법원, 그리고 광주 혁명가, 이 나라 민주 투사들이 저항하다 갇혔던 압도적인 시스템으로서 문흥동 광주교도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는 이 호남고속도로를 온종일 울면서 내려오던 날을 잊지 못한다. 87년 6·10 때다. 장례위원이었던 나는 이한열의 시신을 망월동으로 옮기기 위해 많은 인사들과 함께 내려오고 있었다. 고속도로 가에 한없이 늘어서 있던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지상 위의 어떤 영웅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주 망월동까지 370km를 장송객들의 전송을 받으며 귀향한단 말인가. 가장 장엄하고 슬픈 귀향이었다. 운구차가 동광주 톨게이트를 지나 망월동 입구를 지키고 있는 광주교도소 옆 도로를 지나갔다. 그곳 특별 사동 깊은 어둠 속에는 김남주가 살고 있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30여 명의 인사들이 일제히 외쳤다.
“남주 형!”
2년 후 김남주는 전주 교도소에서 출감했다. 그러나 불과 6년 후 그는 지상의 거처를 망월동으로 옮겨버렸다. 광주교도소에 머물렀던 수 많은 사람들이 망월 묘역의 비석 위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 이영진의 <발자국이 쌓여 길이 되었다-광주교도소> 중에서.

사진가 안희정은 여섯 명의 문학인들이 털어놓은 여섯 개의 공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서정적 색채와 깊이있는 시선으로 다가가고 있다.

어떤 공간도 시간과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보냈던 한 철이 삶을 바꾸기도 하고, 문학을 잉태하기도 한다. 이 책에 담긴 여섯 명의 문학인들이 복원해낸 공간의 기억들은 특별한 이야기이면서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목도한 시절과 공간은 문학을 통해 세상과 공감되었기 때문이고, 우리의 한 시대를 이룬 거대한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고재종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으로 등단. 시집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등 다수. 에세이집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시간의 말』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송수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이 : 공선옥
1991년 계간 『창작과 비평』 에 중편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장편 『오지리에 두고온 서른살』 『시절들』 『수수밭으로 오세요』 『유랑가족』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은주의 영화』 산문집『마흔에 길을 나서다』 『자운영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등이 있다. 신동엽창작기금, 만해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은이 : 곽재구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사평역에서」 당선 작품활동 시작. 시집 『사평역에서』 『와온바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의 노래』 『꽃으로 엮은 방패』 등이 있고 산문집 『포구기행』 『예술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 있다. 신동엽 창작문학상, 대한민국 예술상(시)등을 수상했다.

지은이 : 이영진
1976년 『한국문학』 에 「법성포」 등을 발표,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1981년 '오월시(五月詩)' 동인 결성. 1986년부터 2년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시집 『6.25와 참외씨』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 『아파트 사이로 수평선을 본다』 등이 있다.

지은이 : 김선정
동화작가. 오랫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이제 학교 밖 세상에서 다른 많은 것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최기봉을 찾아라!』 『방학 탐구 생활』 『우리 반 채무관계』 『멧돼지가 살던 별』 등을 썼다.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은이 : 김호균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세숫대야론」 <광주매일> 신춘문예 에 동화 「첫눈과 종이비행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가 있음. 제1회 5월문학상 수상.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과 2022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목차

책을 펴내며
고재종
공선옥
곽재구
김선정
김호균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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