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해와나무 환상책방 시리즈 14번째 동화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는 2018년 한낙원과학소설 상을 비롯해 SF 과학 분야의 상을 다수 수상하며 장르문학 분야의 빛나는 신예로 등장한 남유하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쓴 이 동화는 과학 기술과 융합하여 진화한 미래 인간, 포스트휴먼 시대가 배경이다.
엄마가 화성으로 파견 가는 바람에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 유나. 그동안 엄마가 미뤄 왔던 파견을 가는 이유는 특별근무수당을 받아 할머니의 낡은 ‘바디’를 신형으로 바꿔 주고 싶어서이다. 그렇다. 올해 예순다섯 살인 유나의 할머니는 사이보그다.
작가는 ‘사이보그’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현실 세계의 이야기처럼 유연하게 그려냈다. ‘상상’에 그치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법한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로 표현해 SF의 경계를 넘어 한 편의 성장 동화를 읽는 듯하다.
출판사 리뷰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사라지는
포스트휴먼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소중한 ‘가족’!할머니가 사이보그가 된 건 8년 전, 유나가 어렸을 때 있었던 큰 사고 때문이다. 그 사고 이후, 유나의 일이라면 유난스러울 정도로 과잉보호를 하는 통에 유나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유나는 어렸고 사건도 머릿속에서 잊혀 점점 할머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작고 큰 위험으로부터 유나를 지키려고 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유나에게는 그저 잔소리로만 여겨져 자꾸만 할머니의 과도한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부모님이나 조부모와 아이의 갈등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미래 포스트 휴먼 시대에서도 이러한 가족의 모습이 존재할까? 작가는 비록 인간과 로봇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포스트휴먼 시대라 할지라도 가족에 대한 사랑, 연민, 애정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을 이야기에 녹아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유나와 할머니의 이야기는, 다가올 미래를 맞이하며 꼭 간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유나와 할머니는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 주었어요.
포스트휴먼 시대에도 가족들은 오해하고, 이해하고, 화해하면서,
무엇보다 사랑하면서 살아갈 거라고 속삭였지요.
_작가의 말 중
포스트휴먼 시대를 살아가는
유나와 할머니의 이야기유나를 구하려다 큰 사고를 당한 할머니는 머리와 목신경, 심장 같은 몇몇 장기 외에는 모두 기계로 바꿔야 했다. 여유롭지 않은 형편 탓에 비싼 소프트 바디 대신 중고 바디로 이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장이 나면 병원이 아닌 황 박사네 정비소를 찾게 된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은 더 편리해지고, 삶을 더 연장할 수 있는 것 등 현 세계보다 더 행복해질 거라는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쩌면 미래는 현실 세계보다 기술적인 혜택의 격차가 있어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나의 할머니처럼 형편이 어려운 사이보그는 중고 바디를 이식받고, 그들을 돕는 황 박사와 같은 사이보그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인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새로운 인류, 포스트휴먼이 만들어갈 세상은 열린 마음으로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이 없기를 바란다.
감성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그림‘사이보그’가 주인공인 SF 동화이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센개 작가님의 그림은 단순한 듯 풍부함을 가득 품고 있다. 작가 특유의 간결한 구도와 우주를 연상케 하는 미묘한 색채, 웹툰을 보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이야기를 한층 더 재미있게 표현해 주었다. 특히 사이보그인 유나의 할머니는 미래 포스트휴먼의 모습이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로봇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책 속에 구성된 모든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뭉클함, 아련함 등은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엄마는 내일부터 일 년 동안 화성으로 파견을 간다.
나 때문에 줄곧 미뤄 왔는데, 올해 가지 않으면 내년에 승진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화성에 가는 다른 이유도 알고 있다. 화성에서 일하면 특별근무수당이 나온다. 엄마는 항상 할머니의 낡은 ‘바디’를 신형 모델로 바꿔 주고 싶어 했다. 그렇다.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다.
올해 예순다섯 살인 할머니가 사이보그가 된 건, 8년 전. 내가 네 살 때의 일이다. 할머니는 궤도를 이탈한 자기부상열차가 나를 덮치는 걸 막느라 몸이 으스러지고 말았다. 남은 건 머리와 목신경, 심장 같은 몇몇 장기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기계로 바꿔야 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쓰던 중고 바디로 말이다. 우리 집은 엄청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편도 아니어서, 비싼 소프트 바디를 이식할 형편은 못 되었다.
나는 밥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할머니가 발라 주는 살코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할머니 손이 떨리는 바람에 양념만 식탁 위에 점점이 튀었다.
“에구, 이놈의 손가락이 왜 이런다니.”
할머니가 겸연쩍은 듯 갈비를 내려놓았다.
“괜찮아, 할머니. 나 젓가락질 잘해.”
젓가락으로 고기 조각을 쿡 찍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부드러운 고기가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만,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달달 떨리는 할머니의 손 때문이었다.
엄마랑 할머니가 통화하던 내용이 떠올랐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돈 아끼지 말고 사이보그 병원에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사이보그가 된 사람들은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은 사이보그 병원에 가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데, 할머니는 자꾸 멀쩡하다며 핑계를 댔다.
할머니는 식탁 아래로 손을 감추더니 공연히 허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로 걸어가는 할머니가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렸다. 손만 떠는 게 아니라 다리까지 문제라니, 큰일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남유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한다.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다이웰 주식회사』, 『양꼬치의 기쁨』, 창작동화집 『나무가 된 아이』, SF 동화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 소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평범한 아이들』 등이 있다. 『다이웰 주식회사』에 수록된 단편 「국립존엄보장센터」는 2019년 미국 SF 잡지 『클락스월드』 10월호에 번역, 소개되었다. 『우주의 집』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등 여러 앤솔로지 작업에도 참여했다.2018년 제5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에서 「미래의 여자」로 우수상을 받았고, 「푸른 머리카락」으로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다. 호러 소설 창작 그룹 ‘괴이학회’의 창립 멤버이다.
목차
할머니 댁으로 … 7
엄마가 없는 동안 … 16
황 박사네 정비소 … 29
언제든지 놀러 와 … 44
흥미진진한 여름 방학 … 50
자전거가 갖고 싶어! … 62
8년 전의 사고 … 69
미안해요, 할머니 … 82
따뜻하고 포근한 손 … 89
황 박사와 유나의 정비소 … 96
작가의 말 …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