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주식시장과 양성애를 다룬 하드보일드 장편 <하늘다리>로 논란을 일으켰던 작가가, 한국문학 해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은 <성자 셰익스피어> 그리고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어가며 탐욕의 금융세계를 다룬 <더 월> 이후 11년 만에 원고지 3100매 분량의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어눌해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문장에 듣보잡 허방 캐릭터를 내세워 웃음과 비애가 파도처럼 몰아치는 스토리를 16부작 인생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출판사 리뷰
모욕과 비애의 삶, 그리고 눈앞의 성공.
허방 캐릭터,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문장, 페이지 터너 스토리.
크게 성공해 아내를 왕비로 등극시키겠다는 한 샴푸 세일즈맨의 굳은 의지와 미친 노력, 그런데 누가 자꾸 이 남자를 유혹하나.
주식시장과 양성애를 다룬 하드보일드 장편 ‘하늘다리’로 논란을 일으켰던 작가가, 한국문학 해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은 ‘성자 셰익스피어’ 그리고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어가며 탐욕의 금융세계를 다룬 ‘더 월’ 이후 11년 만에 원고지 3100매 분량의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이전 세 권의 장편소설에서 제1급의 필력을 선보인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는 어눌해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문장에 듣보잡 허방 캐릭터를 내세워 웃음과 비애가 파도처럼 몰아치는 스토리를 16부작 인생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두 권짜리 소설임에도 페이지 터너가 매우 빠른 편이고 서사 위주임에도 디테일은 풍성하면서도 치밀하다. 이야기의 중간 중간 빼어난 서정성이 우리의 가슴을 침범한다. 2권으로 진입해서도 스토리의 힘이 떨어지지 않는 면이 있다. 캐릭터나 문장 등에 있어서 이 작픔과 한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는 비슷한 소설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어가 이렇게 의외로 쓰이기도 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건 하나의 발견이라 하겠다. 더 붙이자면 한 번씩 제대로 웃기고 모욕과 비애의 쓴맛을 수시로 제공한다. 마치 어디서 느닷없이 나타난 소설 같다.
- 강력한 감정이입을 부르는 장편소설. 디테일 면에서도 숨이 막힌다
철강회사에서 납품 비리 건으로 해직된 40대 가장 김무종은, 일식당에 나가고 있는 아내 변가영과 초등 1학년 아들 경서, 유치원 다니는 딸 민주와 함께 18평 연립주택에 살며 샴푸 세일즈맨으로 뛰고 있다. 3년 안에 영업왕이 되어 아파트를 사고 가정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그의 앞에 17년 전 짝사랑했던 옛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왜 나타났으며 그는 과연 세일즈로 성공할 것인가.
이 소설을 읽으려면 먼저 소설에 대한 우리의 기존 개념을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캐릭터와 함께 세상 어디서 막연히 존재하고 있을 듯한 문장들로 가득한 매우 수상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서사가 기본 뼈대인 장편소설에서 디테일이 어느 선까지 허용되는지 시험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로 장면 장면의 디테일이 때로 숨 막힐 정도로 치밀하다. 남성이발소나 녹색 어머니회 상대의 모닝샴푸 소개 강연, 퇴직임원들과의 만남 등 몇몇 장면은 특별히 인상적이다.
스토리는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예상 못 한 결말로 치닫는다.
때로 과하다 할 만큼 상세한 묘사, 작품성과 오락성을 함께 담보하려는 시도 등
무리해 보이는 면도 없지 않은 편이나 인내할 만한 수준이다. 미스터리적 요소의 전개와 결말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으나, 나오는 장면마다 스토리와 동떨어진 내용이 거의 없을 만큼 전체적으로 긴밀한 내외적 연계성을 갖고 있어 플롯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독자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한 글쓰기임에도 감정이입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강력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우리 모두 약간은 배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래의 시 만큼은 아닐지라도.
배를 내민 남자
하늘이 해와 달을 내밀듯
바다가 섬들을 내밀듯
땅이 산맥을 내밀듯
국가는 징집영장과 세금고지서를 내밀고
회사는 실적 그래프와 해고 문자를 내미는데
그는 오직 배를 내밀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더는 어디로 떨어진다 말인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남자를 보라! 사랑도 연애도 심지어 이별조차 멋지지 않은가. 너와 헤어졌다가 아니라 사회적인 존재인 누구와 헤어졌다는 게 중요한 여자들이 있다. 현아 씨와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 무종은 존재감이 있는 남자로 그녀에게 각인되고 싶었다. 욕을 얻어먹더라도 그러한 존재로 욕을 얻어먹고 싶은 것이다. 가령 세계를 상대로 돌아다니는 슈퍼 세일즈맨의 존재로, 아니라면 KTX를 타고 국내 출장이 잦은 직급 있는 세일즈맨으로, 그것도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든 그녀에게 괜찮은 식사를 제공하고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 티켓을 예약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아 그것도 아니면 그 인간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사는구나 하고 증오심을 품게 하기라도. 그래, 밋밋한 거보단 증오가 낫지.
화장실에 들어가자 모닝샴푸가 욕조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게 보였다. 세면대에는 요즘 한창 까불어대는 LG 프리미엄 샴푸가 린스와 세트로 있었는데 누나와 아이들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모닝샴푸는 어머니 혼자만 쓰는 거였다. 하긴 어머니도 무종이 중학교 다닐 무렵엔 럭키인지 차밍인지 하는 샴푸를 애용했고, 머리를 막 감고 나왔을 때나 무종의 옷매무새를 고쳐줄 때나 무종이 학원을 빼먹고 담배 피우며 돌아다니다 들켜 ‘어이구 이놈아!’ 등짝을 내리칠 때에 풍겼던,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건너온 것 같은 그 향기로운 냄새가 불현듯 살아났다. 그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냄새였다. 지금은 가늘고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이 샴푸 성분마저 흡수하지 못하는지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이.... 무종은 오열하는 대신 변기 뚜껑을 올리고 오줌물을 오래오래 흘렸다.
무종은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포문을 연 후 “요 몇 년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여기 오면서 보니까 이 지역도 대단위아파트가 상당히 많고 자산가치가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 즐거우시죠?”하고 분위기를 띄웠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잘못 짚은 것 같았다. 해서 “에... 주식도 블루칩이 충분히 오르고 나면 그다음으로 옐로우칩이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아파트도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고 희망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런데 곧바로,
“이 동네는 옐로우칩이 아니라 저가잡주거든요.” 하고 어디서 뾰족한 소리가 나왔다.
“아... 잡주... 하하 그렇게 비하하시면 안 되고, 제가 보니 저평가 가치주로 보입니다. 인내하시고 때가 되면 눈 밝은 사람들이 매수신호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저 전월세 살거든요. 그러니 오르든 말든 일 없어요.”
얼굴이 기중 아름다운 여인이 거의 뻔뻔한 태도로 쏘아붙였다. 전월세 산다고? 내심 반가움이 솟구쳤으나 무종은 숙연한 얼굴을 잠시 했다가 빙그레 웃고는, “요즘은 무주택자가 아파트 청약기회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녀가 많은 가정은 특히 기회가 더 주어진다고 들었습니다.” 하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저씨. 샴푸 얘기하러 오신 것 아닌가요?”
실내에서 목도리도 풀지 않은 아주머니가 새된 소리를 하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우영창
1956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증권사 여직원의 일상과 사랑을 파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하늘다리’로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이후 매우 이상한 이유로 성인(聖人)이 되고자 고투하는 셰익스피어 단역배우의 삶을 다룬 ‘성자 셰익스피어’(2010년), 부패와 탐욕에 빠진 금융업자들을 표적 테러하는 ‘세계금융정의연대’ 조직원의 투쟁과 사랑을 다룬 ‘더 월’(2011년)을 잇달아 펴냈다. 11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장편소설 ‘배를 내민 남자’는 하층민으로 전락한 40대 가장이 가정을 재건하고 아내를 왕비로 등극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이야기이다. 낯설게도 보이는 어눌한 문장에 한국어의 새로운 발견이 가미되며 독자들은 전혀 예측 못 한 소설을 읽게 될 것이다. 저자는, 문학은 ‘글자를 새로운 순서로 늘어놓는 것’이라며, 그 순서에 따라 인간의 감정과 사상, 그리고 사회와 세계의 다양한 얼굴이 새롭게 또 놀라운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목차
1부
1 17년 만에 나타난 옛여자 | 009
2 새벽의 아내 | 041
3 연못과 앞마당이 있는 아파트 | 066
4 주식으로 버나 샴푸로 버나 | 083
5 모든 게 기회 | 122
6 인도네시아보다 짱노래방 | 141
7 삼성 남자, 아모레 여자 | 174
8 가장은 식구와 산다 | 201
2부
1 누가 복권에 당첨되나 | 224
2 오현아의 비밀 | 240
3 피피엘에 투자하라 | 281
4 저녁이 너무 많은 동네 | 348
5 야밤에 장인이 한 일 | 368
6 이별조차 멋진 남자 | 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