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3년 개정판으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4·3 사건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여 주는 동화이다. 억울하게 희생된 제주도민, 그로 인해 부모를 잃고 집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판사 리뷰
4·3의 아픔을 아이들 눈으로 그려 낸 동화
당산나무 아래에서 고무줄놀이를, 오름에서 총싸움을 하던 아이들의 눈에 4·3 사건 당시 처음 본 봉홧불은 어른들의 불장난으로 보였다.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온 동네 사람들과 함께 피신한 동굴에서도 장난치며 놀던 순진무구한 아이들. 그 후 75년이 지난 오늘, 지금의 아이들은 이 비극적 슬픔을 알고 있을까? 왜 대규모로 학살이 일어났고, 평화롭던 마을이 하루아침에 불 속으로 사라져야만 했는지를…….
『붉은 유채꽃』은 이런 궁금증을 동화 형식으로 그려 내고 있다.
4·3의 발발로 초토화된 굇들으 마을
1947년 3·1절에 경찰이 군중들을 향해 발포하여 주민들이 사망 또는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어지러운 민심을 악화시켜 대규모 민·관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진압을 위해 외지 경찰과 서북청년단을 동원하여 4·3사건 발발 전까지 테러와 고문이 자행하였고, 1948년 4월 3일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무자비한 탄압 중지를 촉구하는 무장봉기가 발생하였다.
이 책은 무장대(산사람)를 토벌하기 위해 군인과 경찰의 마을 초토화 작전, 주민 소개령 등 무고한 주민들이 피해를 본 4·3 사건을 ‘굇들으’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그려 냈다. 허구의 마을이지만 실재했던 당시 초토화된 마을과 다르지 않다. 그 속에서 주인공 봉달이와 아이들의 눈으로 본 4·3 당시 어른들의 모습, 군·경과 서북청년단의 잔혹한 횡포를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다.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쫓기며 살아야 하나’라는 탄식과, ‘일본 놈보다 미국 놈이 더 심해’ 등 주민들은 억울한 심경을 토해 냈다. 또한 경찰과 군인을 ‘검은개’와 ‘노랑개’로 부르는 등 그들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양과자가 그 무엇보다 맛있다던 아이들은 미군들이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주던 껌과 초콜릿을 거부하였고, 이 장면에서 당시 아이들이 눈에 그들이 얼마나 공포의 대상이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부모를 잃고 집도 잃어버린 아이들,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제주도민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많은 어린이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
4·3사건은 군사정권 동안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되며 금기시되다가 2000년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진상규명과 정부의 공식 사과와 희생자 보상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피해 구제가 미흡하다고 인식하여, 2021년 2월 제주 4·3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의 구제 등 4·3사건 추가 진상 조사를 핵심 내용으로 한 4·3 특별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어 4·3 사건 완전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었다.
이 개정안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오래된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
경찰은 불붙은 나뭇가지를 바로 근처에 있는 초가지붕에다 던졌다. 바짝 마른 띠지붕에 불이 옮겨붙었고 이어서 활활 타기 시작했다.
왜 집에 불을 지르는 거지?
봉달이는 유채꽃밭에 엎드린 채 손톱을 물어뜯었다.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집이 불타자 끌려 나온 사람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불타고 있는 집을 향해 뛰어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경찰은 노인들마저도 총대로 마구 찍고 때렸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낮에도 잤고 밤에도 잤다. 사흘쯤 잠만 자고 일어나자 얼굴이 퉁퉁 부었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어서 빨리 동굴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어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굴 안은 축축하고 어두워서 기침을 하는 애들이 많아졌다.
미애와 문수가 먼저 콜록거리기 시작했고, 부뜰이와 미자는 설사를 시작했다. 미숫가루만 먹다 보니까 봉달이도 줄줄이 물똥을 싸댔다.
“조금만 더 살펴보고요. 제주도 인간들은 쥐새끼처럼 잘 숨거든요. 여기저기에 하도 동굴이 많아서 숨을 곳도 많고요.”
칠복이가 꺽다리를 보고 말했다. 꺽다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쥐새끼’라는 칠복이의 말만 듣고도 포수 할아버지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숨을 죽이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포수 할아버지의 눈치만 살폈다. 포수 할아버지는 구식 사냥총을 쥐고 동굴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동굴 밖에서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경찰과 청년단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자 동네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도상
지리산 마천면의 산촌에서 태어났고,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에 「십오방 이야기」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글을 썼고, 남북 공동의 국어사전인 <겨레말큰사전>을 만드는 일도 했다. 장편소설 『낙타』,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 등 서른여 권의 저서가 있다. 단재문학상, 요산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거창평화인권상을 수상했다.
목차
작가의 말
굇들으 아이들
왔샤부대
어른들의 불장난
산사람
검은개와 노랑개
물에 빠진 성조기
찔레꽃 덤불
동굴수색
당산나무 아래서
붉게 물든 저고리
정방폭포
4월 어느 날
붉은 유채꽃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