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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
시인의 일요일 | 부모님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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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이근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200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근일 시인은 첫 시집에서 '둥근 꿈과 허방의 현실 속에서 잘 숙성된 한 편의 정갈한 숲의 몽유라고 부를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번 시집에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시적 장점을 잘 지켜내고 있다. 꿈과 현실,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지우면서 싱싱한 감각을 직관의 상상력으로 길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정현 문학기고가는 시집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을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라고 평가하였다. 그는 이 시집의 중심축을 '유년'과 '사랑'으로 간파하고, 유년과 사랑의 변주에서 드러나는 그리움과 근심, 사랑의 상실에서 빚어진 슬픔이, 이미지 중첩으로 회오리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편들은 '유년시'와 '사랑시'로 대별할 수 있다. 유년은 '어린 시절의 천진한 기억'이고, 사랑은 '자신의 삶 속에서 후회해야 할 것밖에는 발견하지 못하는 한 성년의 신음'이다. 시인의 시에서 유년은 손에 잡히지 않아 '환상'이고 사랑은 이룰 수 없어 '꿈'으로밖에 표기할 수 없다. 그래서 그에게 유년은 '예찬'이고 사랑은 '환멸'이다. '환상'과 '꿈'은 시집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의 양쪽 바퀴와 같고 동시에 시를 끌고 가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잡히지 않는 유년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환상’과 ‘꿈’으로 詩가 된다


수년 전 2000년대 후반 이후에 등장한 ‘포스트 미래파’ 시인을 호명하는 자리에서 조강석 평론가(연세대 국문과)는 이근일 시인에 대해 “거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술의 힘이 있고, 이미지도 거침없이 구사한다”고 상찬한 바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이광호, 신진숙 등 당대의 평론가들이 모여 “언어적 모험을 하는 시인들, 시의 주제를 새롭게 확장시키고 있는 시인들, 시와 문학의 새로운 개념과 기능을 창출하려는 시인들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좌담 자리였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시인과 시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문학 시장과 저널리즘에서 그 영역은 왜소해졌고, 누구나 시를 쓰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시대에서, 우리 시단을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은 이근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가 출간되었다.
200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근일 시인은 첫 시집에서 ‘둥근 꿈과 허방의 현실 속에서 잘 숙성된 한 편의 정갈한 숲의 몽유라고 부를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번 시집에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시적 장점을 잘 지켜내고 있다. 꿈과 현실,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지우면서 싱싱한 감각을 직관의 상상력으로 길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정현 문학기고가는 시집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을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라고 평가하였다. 그는 이 시집의 중심축을 ‘유년’과 ‘사랑’으로 간파하고, 유년과 사랑의 변주에서 드러나는 그리움과 근심, 사랑의 상실에서 빚어진 슬픔이, 이미지 중첩으로 회오리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편들은 ‘유년시’와 ‘사랑시’로 대별할 수 있다. 유년은 ‘어린 시절의 천진한 기억’이고, 사랑은 ‘자신의 삶 속에서 후회해야 할 것밖에는 발견하지 못하는 한 성년의 신음’이다. 시인의 시에서 유년은 손에 잡히지 않아 ‘환상’이고 사랑은 이룰 수 없어 ‘꿈’으로밖에 표기할 수 없다. 그래서 그에게 유년은 ‘예찬’이고 사랑은 ‘환멸’이다. ‘환상’과 ‘꿈’은 시집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의 양쪽 바퀴와 같고 동시에 시를 끌고 가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야기로 남은 마음의 폐허,
무한으로 넘어가려는 몸짓과 포즈


무한으로 넘어가려는 몸짓이 등단 이후 네가 쓴 대부분의 시에서 아른거린다. “신의 계시”를 “옮겨 적는 일” 따위는 네 시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너는 세계의 틈을 무언가로 메울 수 있다고 가끔 착각에 빠진다. 네가 말했듯, ‘착각’은 때로 오해의 비를 부른다(「구름의 증식」). 물론 네 시 안에서 ‘착각’은 증식하지 않는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곧바로 침묵에 빠지기 때문이다(“착각이” “오해의 비를 뿌리고/ 우리는 침묵했다”, 「구름의 증식」). 무한으로 넘어가려는 네 몸짓은 사실, 대수롭지 않다. 그저 포즈일 뿐.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탈출을 꿈꾸는 언어감옥의 수인들을 보라! 시인들은 그곳에서 “못다 한 이야기”(「숨바꼭질」)를 속으로 속으로 공글리는 자들인데 어리석게 오촉짜리 희미한 알전구 아래 앉아 오늘도 이것을 꿈꾼다.

잠도, 꿈도, 그녀도 우물 같다.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면” 우물 밖, 다시 눈감으면 우물 안, “어떤 날엔 눈을 감아도/ 보이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퍼렇게 멍들곤 했는데// 계속 걷다 보면 달라진 널 만날 수 있었고 (……) 그러다 갑자기 사라진 길을 보고/ 이것이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백송」). “그런데 나는 왜 아직/ 여기에 머물러 있을까// 왜 자꾸 물보라 일으키며/ 혼자 하얗게 부서지는 것일까”(「물보라」). 스톱! 「붉은 손」 ‘사랑시’편 주해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죽은 줄 알았던 은줄팔랑나비가 강물 위를 난다”(「그건 착각이어라」). 퍼렇게 멍들고(「백송」) 하얗게 부서질지라도(「물보라」) 은줄팔랑나비가 나폴나폴 허공을 향해 난다. “잊은 줄 알았던 감정 한 짝”(「그건 착각이어라」) 찾으러 너울너울 은줄팔랑나비가 난다. 멍들겠지요, 부서지겠지요, 잊혀지겠지요, 사라지겠지요. 우물로 뛰어든 익사 직전, 당신의 얼굴을 본다. 아니, 우물에서 건진 사랑하는 당신 얼굴을 본다. 그래, “영영 오지 않을 그를 기다리며”(「그를 기다린다」) 이 글을 쓴다. 알고 있는지, 네가 쓴 ‘사랑시’들을 우물에 장사 지내고 남은 건 열망과 동경뿐. 우물은 닫혀 있고 연인들은 드물게 하늘을 본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준비한 빵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시집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 「붉은 손」 파트1의 키워드가 ‘유년’과 ‘사랑’임을 명토 박은 이상, 파트2 해석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상당한 은유를 내포한 ‘불가사리’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추측건대 첫 시집 후반부에 위치한 「다른 기차」에 누군가 아무도 몰래 비밀파이프라인을 설치한 것처럼 보인다. 복기해 보면 그것은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고(2023년) 아직은(2017년) 아무도 모른다. 너는 지금 2017년에 가 있다. 은유인 줄 알았던(“섬은 멀리서 빨갛게 꿈틀거린다 섬은 미지의 세계를 품고서 유혹하는 아름다운 불가사리”, 「다른 기차」) 그것(“아름다운 불가사리”)이, 은유가 아닌 미래의 당신이 바다에 띄워 보낸 ‘실재하는 불가사리’(“모래톱 위/ 꿈틀거리는 불가사리 하나”, 「붉은 손」)임을 알게 될 때 독자들은 혼란스럽다. 과거를 향해 “열어 놓은 바닷속”(「다른 기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알 수 없어라. 미래에서 과거로 역진(逆進)하는 시간을 보라. 시간은 은유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은유하는 실재’(‘빨갛게 꿈틀거리는 섬’)가 꿈틀거린다. (……) 먼 미래에서 온 당신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걸 주워 다시 바다로/ (과거 속의 당신에게) 잠잠히 띄워 보내는 일”, 그게 다예요. 미래의 해변을 서성이는 당신이 보인다. 당신은 조금 전 아무도 몰래 비밀파이프라인에 실어 바다로 ‘그것’(“불가사리”)을 부쳤다. 내가 읽은 「붉은 손」 파트2의 전모다.

몰랐다 그것이 덫이라는 걸 모진 바람을 피한 대신 새들은 눈에 갇힌 채 수천 킬로미터를 빙빙 돌아야 한다는 걸

산호는 죽으면 골격만 남는다
살구는 죽어도 무르고 무르다

당신 아니면 누가 또 날 기억해 줄까, 이런 생각으로 나는 단단해진 관계의 골격에 살구를 달아 주었다
-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 부분

어떤 계기로 곡선을 잃어버린 이에게 나풀나풀 강을 건너는 나비의 리듬을 선물하고 싶다. 벽은 문으로 열리고, 이 벽을 쭉 따라가면 문 대신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 늘 머뭇거리는 사람. 하얀 벽에 다시 하얀색을 칠하는 사람. 내가 잘 아는 사람. 또 내가 잘 모르는 사람. 지금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여전히 문을 열어둔 채로.
- 「문」 부분

우리는 저마다 모란꽃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 속에 고통이 스멀거리는 줄 모르고
우리는 깊은 밤 달을 파고 지난 사연을 묻었다, 그것이 온 세상에 누설되는 줄 모르고

그사이 강은 비틀린 운명에 휩싸여 소용돌이치고
이따금 우리의 마음을 쑤시는 찬연한 빛이 쏟아질 때면
강은 아팠다 그리고 강의 아픔이 먹빛을 걷어낼 때마다

속내 모를 알 수 없는 색의 파랑이 일었다, 온종일 너와 내가 울먹이도록
- 「침윤」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근일
200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시집 『아무의 그늘』 『침잠하는 사람』이 있다.현재 독립서점 <기린과 숲> 책방지기로 활동 중이다.

  목차

1부
섬 / 그건 착각이어라 /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 / 구름의 증식 / 침윤 / 저만치
/ 파두 / 자수 / 마음 / 문

2부
빈방 / 애월 / 것 / 숨바꼭질 / 침묵 / 꿈꾸는 생 / 동경 / 나는 차가운 심장으로
/ 팥죽 / 토마토 먹고 싶다는 생각 / 이 나무 / 나비를 꿈꾸는 얼굴로
/ 침잠하는 빛들의 고요를 마신다 / 꿈은 어디 있습니까 / 서커스 / 시를 쓰다 잠든 밤

3부
독심술 / 파리지옥 / 통증 / 아이리스 / 침묵 / 백송 / 물보라 / 균열 / 밑
/ 내게 무슨 말인가를 / 그를 기다린다 / 흐리고 진눈깨비 / 폭염 / 묵호 / 달의 형벌
/ 악어의 눈물 /눈동자 / 독

4부
환멸 / 너의 붉은 손처럼 / 섬 / 그것으로부터 / 마치 고양이처럼 / 귀향 / 탈피
/ 목월빵집 / 셀리아의 유령 / 북극에서 온 답장 10

해설 익사 | 이정현 (문학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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