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경쟁보다는 서로를 발견하고 모두가 함께하는 무대를 꿈꾸고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과 여러 모습을 담은 동시들봄이라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나비와/벌과/민들레와/벚꽃과/목련과/진달래까지/한자리에 모였어요.//봄나들이 나온 별이네 식구들이/입을 모아//모두 합격!//돌아오는 길에 만난 냉이꽃/너도 합격!
-<오디션> 전문
동시 <오디션>은 봄날의 풍경을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이라는 연예 프로그램에 빗대고 있다.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는 거대한 오디션장과 같다. 이번 오디션에 통과하면 다음 오디션이 기다리고 있고, 그 뒤에 더 어려운 오디션이 남아 있다. 최선을 다해 보지만 오디션을 통과하는 일은 늘 어렵기만 하다. 떨어뜨리기 위한 오디션이 아니라 발견하기 위한 오디션이 되면 어떨까? 크고 화려한 꽃들만 주목받는 세상이 아니라 냉이꽃처럼 귀퉁이에 숨어 있는 작은 꽃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멋진 봄날이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미세먼지가 쳐들어와서/세상을 온통 점령해 버렸어./그래도 우리 집은 안전하니까 괜찮아.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거야./미세먼지에게 잡아먹히긴 싫거든.
-<무서운 소문>에서
집에 콕/방에 콕//언제까지 이래야 하지?//바깥세상은 위험하다니/대문에 마스크를 씌워 줄까?/아니면 지구에게 마스크를 씌워 줘야 하나?//엉뚱한 생각만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어른들도 풀지 못하는/이 어려운 숙제를 누가 냈을까?
-<코로나 시대>에서
동시 <무서운 소문>과 <코로나 시대>는 마스크에 갇혀 버린 세상을 아이의 시선에서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라는 질병은 인류에게 어려운 숙제를 내주었다. 어른들도 풀지 못하는 숙제를 아이들도 함께 감당하며 건너왔다. 지구 전체가 질병에 갇혀 살아가는 동안 앞으로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코로나라는 괴물에게 잡아먹힐까 봐 걱정하는 아이는 마음 놓고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바깥세상은 위험하다니/대문에 마스크를 씌워 줄까?/아니면 지구에게 마스크를 씌워 줘야 하나?’라는 고민에 다다르도록 한다.
밤나무 사촌 중에/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가 있다는데//내 친구 중에는/너도비만과 나도비만이 있다.//내가 놀리기라도 할라치면/나를 가운데 몰아놓고 배치기를 한다.
//그러면 나는 납작포가 되어/잘못했다고 빈다.//그런 다음 함께 떡볶이를 사 먹으러 간다.
-<너도와 나도>에서
그렇다고 《토끼라서 고마워》 동시집이 아이들의 눈에 비친 커다란 세상만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친구들을 놀리다 양쪽에서 공격당하자 ‘잘못했다고 빈’ 다음 ‘함께 떡볶이를 사 먹으러’ 가는(<너도와 나도>)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맹장 수술을 받고 깨어난’ 다음 ‘의사나 간호사보다/방귀 잘 뀌는 아빠’를 부러워하는(<뜻대로 안 되는 일>) 아이도 등장한다. 강풍 때문에 부러진 나무와 떨어진 간판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강풍이 불어온 날>) 아이와 복도에서 물총 놀이하다 교무실로 끌려가 벌을 서는(<재채기하는 빨래>) 아이가 있는가 하면 친구가 찾아와 전해준 비밀 때문에 근질거리는 입을 참기 힘들어하는(<비밀>) 아이도 있다.
밤나무 사촌 중에/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가 있다는데//내 친구 중에는/너도 비만과 나도 비만이 있다.//내가 놀리기라도 할라치면/나를 가운데 몰아놓고 배치기를 한다.
//그러면 나는 납작포가 되어/잘못했다고 빈다.//그런 다음 함께 떡볶이를 사 먹으러 간다.
-<너도와 나도>에서
토끼를 내세운 연작 동시로 모두가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동시집평화란 게 별거야?/귀가 커서 귀여운 토끼들이/마음껏 뛰어다니며 풀밭 식사를 하고
/겁쟁이 토끼가 겁쟁이 새끼를 낳아/오순도순 어울려 살면 되는 거지.
-<토끼의 나라>에서
나는 겨우 토끼야./곰처럼 힘이 세지도 못하고/원숭이처럼 나무에도 못 올라가고/여우처럼 꾀가 많지도 않고 /나는 그냥 한심한 토끼야.//그래도 나는 토끼라서 고마워./깡충깡충 뛰어다니고/앞니로 홍당무를 갉아 먹고/두 귀를 쫑긋 세울 때/아무도 나를 무서워하지 않으니까.
-<토끼라서 고마워>
《토끼라서 고마워》는 토끼를 내세운 연작 동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약한 토끼를 통해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 세상이 아니라 토끼처럼 약한 존재도 자신의 본 모습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초식동물인 토끼는 연약하고 겁이 많다. 사나운 동물들만 모여 산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괴로울까? 겁 많은 토끼도 위협당하거나 놀림 받지 않고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세상, 그게 바로 평화로운 세상일 거라고 시인은 말한다.
<토끼의 나라>에서는 ‘겁쟁이를 떠받드는 나라가/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며, ‘겁쟁이 토끼가 겁쟁이 새끼를 낳아/오순도순 어울려 살면 되는’ 게 바로 평화라고 말한다.
<토끼라서 고마워>에서는 비록 겁 많고 한심한 토끼지만 ‘아무도 나를 무서워하지 않’고 ‘토끼 보러 가자는 말은 해도/토끼를 피해 도망가자는 말은 안 하’는 자신을 두고 토끼라서 고맙다고 말한다.
이런 토끼의 마음은 숲속에 사는 다른 동물들이 펼치는 우정과 연대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즐거운 이야기>에서 토끼가 물에 빠지자 다람쥐와 노루는 물론 늑대와 여우까지 달려와 서로 힘을 합해 토끼를 구해 주는 장면이 그렇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를 은유하며, 어린 학생들을 구해 내지 못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반성하도록 한다.
동시 <궁금해>에서는 하얀 토끼와 잿빛 토끼를 등장시켜, ‘토끼네 나라에서도/사람네 나라처럼/하얀 토끼가 잿빛 토끼를/흘겨보며 무시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을 통해 점차 다문화사회로 접근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한 듯하면서 단순하지 않다. 일상 속에서 유쾌한 행동을 보여주다가 어느 날은 진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는 게 아이들이다. 그런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 곁으로 한 발짝 다가서도록 이끌어주는 시편들을 적절히 배치했다. 이것이 《토끼라서 고마워》 동시집의 동시들이 세상에 대한 위로와 상처를 보듬는 따스한 손길이 되어주며, 동시집이 다채로운 무늬를 띨 수 있게 해준다.

사과를 먹을 때는
한 입씩 베어 먹어야 해.
사과는 방울토마토가 아니니까.
사과를 먹을 때는
살짝 얼굴을 찡그려도 돼.
새콤한 사과도 있으니까.
사과를 먹을 때는
포크를 사용할 수도 있지.
엄마가 예쁘게 깎아 주셨으니까.
사과를 먹을 때는
딴생각하면 안 돼.
사과가 서운해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뭔가 하고 싶으면
사과를 있게 해주신 모든 것들에게
고맙습니다, 인사 정도는 해야겠지.
사과가 동그란 이유와
볼이 붉은 까닭에 대해
시를 한 편 써도 좋을 테고.
사과도 아마 너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을 거야.
- <사과를 먹고 싶을 때> 전문
너구리는 너구리라서 다행이고
오소리는 오소리라서 다행이고
사슴은 사슴이라서 다행이고
토끼는 토끼라서 다행이야.
너구리가 오소리고
오소리가 토끼고
토끼가 사슴이라면
내 머리는 터져 버릴 거야.
토끼풀을 사슴풀이라고
바꿔 부르지 않아도 되니
토끼는 토끼라서 참 다행이야.
- <토끼라서 다행이야>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일환
1992년 전태일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을 받고 1997년에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시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시집 《푸른 삼각뿔》, 《끊어진 현》, 《지는 싸움》, 《등 뒤의 시간》, 동시집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날》, 청소년 시집 《학교는 입이 크다》, 《만렙을 찍을 때까지》, 장편소설 《바다로 간 별들》을 냈다. 30년 동안 국어교사 생활을 하면서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 《나는 바보 선생입니다》 등을 썼다.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관심이 커서 《국어 선생님, 잠든 우리말을 깨우다》,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 《국어사전 혼내는 책》 등을 썼고, 퇴직 후에도 집필과 국어사전 탐방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