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한국의 잔다르크’ 정정화 선생의 삶을 모티프로 한 역사 동화!삼일절이나 광복절에 이런 숙제, 해 보았나요? 내가 만약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어떤 독립운동을 했을까? 그런데 정작 식민지 조선 땅에서 태어난 유옥림은 이렇게 말한답니다. “난 독립군인 아버지가 미웠다. 망한 나라는 더 미웠다.”(14쪽)
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그러느냐고요? 이야기는 시작부터 작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진행됩니다.
콩쥐보다 불쌍해 보이는 열 살 인생! 고아 옥림이는 당숙의 집에서 서러운 식모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아버지가 생전에 골라 둔 자신의 정혼자를 만나게 됩니다.
상화 오빠네는 예전에 소문난 부자였다는데 집안이 쫄딱 망한 걸까요? 빛바랜 하얀 셔츠에 낡고 해진 구두 차림을 한 미래의 서방님을 따라, 옥림이도 걱정과 불안을 안고 쇠당나귀(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어쩌다 상화 오빠가 준 복대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돌돌 만 돈 뭉치가 숨겨져 있지 않겠어요? 만주에는 마적 떼가 있다던데, 슬금슬금 오빠 정체가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에요.
일본 형사의 불심검문, 그리고 쪽배와 배를 타고 국경의 강을 건너는 사흘 밤낮 뱃멀미를 견디며 다다른 상하이!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처음 본 시댁 어른들은 중국인 집주인에게 욕을 한 바가지 뒤집어 쓴 채 셋집에서 쫓겨나고 말아요. 집세가 밀리다니, 옥림이네 시댁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뭉게뭉게 뻗는 옥림이의 상상 너머, 어딘가 수상쩍은 시댁 식구들의 정체가 이제야 한 꺼풀 벗겨집니다. 온 재산을 쏟아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고 빈털터리가 된 아버지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임시 정부 기관지를 만들고 있고요,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가난한 임시 정부 식구를 위해 식사를 차리지요 상화 오빠는 복대와 베개 속에 숨긴 독립 자금을 임시 정부에 전달하고요.
잠깐! 온 식구가 나서서 독립운동에 동참하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요? 더욱이 이런 특별한 가족사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이 ‘한국의 잔 다르크’라고 부른 독립운동가, 수당 정정화 선생과 그 가족의 삶이 켜켜이 녹아 있거든요.
나라 밖 낯선 땅에서 분투했던 임시 정부의 요모조모를 비추면서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해 주고 싶어 하는 애틋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온 전반부와는 다르게, 후반부에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전개가 휘몰아칩니다. 그 속에서 옥림이는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대한민국의 첫 시작을 열어 준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찾아서이야기의 백미는 임시 정부 요원들이 드나드는 옥림이네 부엌 장면이에요. 상하이 뒷골목에 버려진 배추 껍질을 주워 끼니를 해결하는 형편인데도, 옥림이네 부엌 문턱으로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드나들지요. 단골손님 ‘먹깨비’ 김구 선생님은 “네 어머니 콩나물국이 얼마나 맛있는데? 임금님 수라상하고도 안 바꾼다.”(47쪽)며 치켜세운답니다.
마음속까지 따뜻한 온기로 채워 주는 이런 장면은 정정화 선생의 회고록 《장강 일기》에 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해 탄생했어요.
“상하이 조선 사람 천 명 중 절반은 직업이 독립운동가”(41쪽)라는 실감 나는 말속에 숨은 그 시절의 열기는 사실 교과서 속에 요약된 한 줄의 서술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요. 이 책은 총과 칼을 들고 싸우던 독립운동가들의 영웅적 행적 너머를 보며, 그 시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웠던 다양한 사람살이와 마음의 무늬까지 비추고 있어요.
빛나는 기지와 투지로 밀정을 쫓는 경무국장, 독립 자금을 모아 어두운 국경의 강을 건너고 밥을 지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했던 여성 운동가, 나라의 미래는 어린이에게 있다는 마음을 모아 ‘인성 학교’를 세우고 학생을 길러 낸 선생님들, 비록 장막으로 만들어진 교실일지라도 열심히 배우고 꿈을 기른 학생들까지 정성스럽게 되살리지요.
일제 강점기 나라와 가족을 잃은 과거를 딛고, 임시 정부와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자신의 미래를 열어젖힌 옥림이의 성장담은 결코 쉽게 포기할 줄 몰랐던 그 시절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줄 거예요.
“우리 아버지는요. 뭐든지 아버지 혼자 정하면 끝이었어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준 적도 없고요. 나는 그게 언제나 서운했어요. 그런데 오빠도 아버지하고 똑같아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나만 몰랐어!”
서러움이 북받쳐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미안해, 옥림아. 미리 말하면 오는 동안 내내 불안해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언제 어디서 검문당할지 모르잖아. 그렇지만 약속할게. 앞으로 네 일을 내 맘대로 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이야.”
오빠가 쩔쩔매며 열심히 설명했다. 목소리와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손에 쥔 베개에 눈이 미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칼자국을 따라 실밥이 너덜너덜했다.
괜찮아, 괜찮다고. 베개야 말끔하게 기우면 되지. 이미 이곳에 왔고 앞으로가 중요했다. 어떡하든 힘을 내자.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문득 김구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우람한 덩치만큼이나 먹성도 좋았다. 배 속에 먹깨비라도 사는지 고봉밥을 퍼 주어도 금세 뚝딱이었다. 칫! 도깨비는 방망이라도 있지, 맨날 공짜로 먹기만 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속마음을 숨기며 말끝을 흐렸다. 솔직히 너무 아까웠다. 상하이에 올 때 가져왔던 돈뭉치와 패물들도 생각났다. 평생 구경도 못 할 큰돈이었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독립에는 정말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았다. 다들 거지꼴을 겨우 면한 걸 보면.
“옥림아, 상하이에 조선 사람이 얼마나 사는 줄 알아?”
“아니요.”
“작년까지만 해도 오백 명 정도였어. 그러다 올해 임시 정부가 세워지면서 각지에서 독립운동에 뜻을 지닌 사람들이 몰려왔지. 그 바람에 지금은 두 배로 늘어났고. 이게 뭘 뜻하는지 아니?”
“아니요.”
나는 같은 대답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알아듣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상하이 조선 사람 천 명 중 절반은 직업이 독립운동가라는 뜻이야. 임시 정부 살림이 빠듯하니 찾아오는 독립운동가들을 먹이고 재울 여유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