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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는 별이 산다
현대시학사 | 부모님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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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전봇대에 걸린 전등이
창가로 간다.
창을 깨우다 달아나고 있는
불빛을 따라갔는지
모퉁이에서 무엇을 지키는지
걸음을 멈춘 가슴
나보다 먼저 걸어간 발자국이
구부러진 길에서
저녁을 빨아먹고 있다.
떨고 있는 두 눈은
해바라기처럼
불 켜진 창문에 기대 생각한다.
불빛의 끝이 저 골목에 있다.

그 끝에서
푸른 별들이 놀고 있다.

내 몸에는 별이 산다

봉선화 필 때
내 몸에는 별이 뜬다.

내내 그 빛 아래서
꽃 지는 소리

그 소리 속에
수만 년의 강물이 흐르고

낮은 곳에 있는 난
볼 수 없는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위어 가던 그 별

봉선화 질 때
내 몸에서 떠난다.

뒤뜰에서

잡초라 불리는 풀들이 있다.
땅에 길이 있다는 걸
먼저 알아도
아무 데서나 자란다.
농부가 가는 길은
논두렁길
그 호미 끝에서 뽑혀 나오는
잡초
빗소리에 풀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잡초는 그저 풀들끼리
가까워지고 있을 뿐
가는 길은
같은 듯, 같지 않은 듯
흰 나비 한 마리
빛을 두르고 날아온다.

길을 내며 자라던 풀이
길을 지우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영미
서울출생, 문학박사2018년 《시와경계》 등단시집 『기린처럼 걷는 저녁』저서 『정지용 시와 주체의식』산문집 『옥천, 물빛 그리움』현재 대전대학교 강의

  목차

서문

1부
문진
석류꽃 진 후
세상이 알지 못하는
우연히
그림자
나무둥치 아래

까치발
뒷모습
뒤뜰에서
집으로 오는 길
미루나무 아래
간절기
아지랑이 피는 땅에서 별이 보여요
들길을 아세요?

2부
돌탑
매일 아침
꽃에 대한 명상
가을을 놓치고
처서
동행
마지막 순례
거리 읽는 시간 1
거리 읽는 시간 2
발효
밤바다
아침햇살
버찌
옥수수밭
바람길

3부
산행
사람들 사이에서
절규
산불
통증
신호 앞에서
중병
호박지국 익어가는 저녁
가만있자, 그럼
청어의 노래
대화
푸르고 붉은 수평선
짐을 정리하며
바람골

4부
내 몸에는 별이 산다
우화羽化
기일
샤워를 하다가
필 때까지
비둘기호
우리라고 했어
귀향
공터에서
가을 편지
홀로
시인과 바다
배냇저고리
레스팅Resting
지는 봄날에
지금, 이 순간
이슬방울

해설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 | 황정산(시인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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