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랑스러운\' 식물학은 사실 생물학 연구에서 한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되었다. 또한 라이프니츠와 루소, 쾨테, 콜리지, 콩도르세 등의 이름이 등장하는 중요한 철학적 논쟁들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책의 목적은 철학과 식물학의 일부 경계를 살펴보려는 시도로 기획되었다. 식물학자가 철학에 대해 언급한 말과 철학자가 식물학에 대해 언급한 말을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식물학자가 철학에 대해 언급해야할 말과 철학자가 식물학에 대해 언급해야 할 말을 분석해보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출판사 리뷰
철학사에 빛나는 ‘사랑스런’ 식물학의 발견
그리스 철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과 같은 편협하고 불편한 학문적 분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장 마르크 드루앵이 쓴 이 책도 그런 점에서 만족스럽다. 식물학은 대립, 동맹, 협상을 수반하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과학 지식의 사회사 영역에 속하기도 하고, 채집 기구나 표본 도구, 정원, 기계, 출판물 등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과학 연구의 물질사 영역에 속하기도 한다. 또 식민지 개발 역사를 비롯한 정치사나 남성 및 여성의 이미지와 어떤 관계에 놓여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할 점이 많다. 이러한 접근 방식 중 일부는 역사의 기록을 바꾸고 박물학적 지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적·역사적 분석으로 식물학적 논쟁의 의미를 모두 밝힐 수는 없다.
17세기 이후 식물학과 관련된 주요 문제들은 각기 이른바 ‘철학적인’ 이론들을 양산해냈다. 이론을 내놓은 사람들은 대부분 식물학의 이론적 쟁점에 관심을 둔 식물학자들로, 알려진 인물로는 투르느포르, 린네, 아당송, 쥐시외 일가, 캉돌 부자父子 등이 있다. 그 가운데는 ‘철학자’도 있었는데, 과거에 철학자라는 용어에 부여되던 넓은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학 철학에서 말하는 매우 좁은 의미에서도 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처럼 식물학은 오래전부터 철학자의 사고에 한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라이프니츠는 《신인간오성론》에서, 콩도르세는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에서 당시 식물학자들이 연구하던 분류법에 관해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칸트는 《판단력 비판》 2부에서 합목적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식물에 관한 지식을 고려했다. 몇몇 철학자는 애호가로서 식물학을 공부하기까지 했는데, 그중 장 자크 루소가 가장 유명하다. 한국어판 《철학자들의 식물도감》의 표지 이미지로 쓰인 ‘아라비아개자리’도 장 자크 루소 박물관의 허락을 받아 그의 식물도감에서 가져온 것이다. 루소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일곱 번째 산책’ 말미에서 식물표본을 가지고 채집 일지를 쓰고, 표본 하나하나를 보며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연구는 과학자에 비하면 제한적이었지만, 높이 평가되고 분석될 만한 방식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주었다.
이처럼 식물학자가 ‘식물철학’을 구축하려고 했다는 사실과 철학자가 식물학에 관해 고찰했다는 사실은 철학이 식물학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세 연구가들의 단골 소재인 ‘보편논쟁’에서부터 현대 논리학자들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보편개념에 대한 논쟁은 시대에 따라 그 용어를 달리하며 이어져왔는데, 17세기 말부터는 종의 개념에 관한 박물학적 이해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식물학의 이 같은 철학적 생산력은 논리학과 존재론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 밖에도 철학자의 관심을 끈 여러 시도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식물 세계에서 인간 사회와 유사한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게다가 식물학은 주관성과 과학성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부르기도 한다. 이 문제는 1880년 알퐁스 드 캉돌이 자세히 다뤘는데. 식물학자가 포괄적으로 직관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식물의 ‘외관’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검토되었다. 그는 식물학자로서의 업적 외에도 학술 활동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하는 전례를 남겼다. 1873년 《과학과 과학자의 역사》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수에 따라 여러 나라를 비교했고, 이 결과에서 출발해 각 나라마다 어떤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특징이 학문 발달을 방해하거나 도와주는지 분석했다. 7년 후인 1880년 《기술식물학》 1장에서 캉돌은 전반적인 사회적 사실을 한편에 놓고 식물학적 활동을 다른 한편에 놓은 뒤, 둘을 개괄적으로 비교했다.
이 책의 목적은 철학과 식물학의 일부 경계를 살펴보려는 시도로 기획되었다. 식물학자가 철학에 대해 언급한 말과 철학자가 식물학에 대해 언급한 말을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식물학자가 철학에 대해 언급해야 할 말과 철학자가 식물학에 대해 언급해야 할 말을 분석해보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장 마르크 드루앵
Jean-Marc Drouin
파리자연사박물관의 철학 및 과학사 교수이며 과학기술사연구소인 알렉상드르쿠아레센터의 부센터장이기도 하다. 식물학과 생태학의 역사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으며, 펴낸 책으로 《진화에 관한 여러 이론들》《종의 기원-찰스 다윈》《생태학과 생태학사-자연을 재발견하다》《기억과 추억-오귀스탱 피람 드 캉돌》들이 있다.
역자 : 김성희
부산대학교 불어교육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불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빨간약 사용설명서』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착각을 부르는 미술관』,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철학자들의 식물도감』, 『우유의 역습』, 『왜 마음과 다르게 말이 왜 의도와 다르게 행동이 나올까요』, 『레옹과 환경이야기』, 『레옹과 예절이야기』, 『레옹과 어린이 권리 이야기』, 『아들아, 넌 부자가 될 거야』, 『에너지 전쟁』, 『완벽한 행복 계산법』,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 외 다수가 있다.
목차
01 철학과 식물학
나무, 지식, 능력 | 규칙과 법칙 | 철학과 이론 | 용어의 이모저모
02 식물학사의 윤곽
식물학의 뿌리 | 르네상스 시대: 식물학 문헌의 개화기 | 식물의 역사: 다양성의 목록 | 식물물리학: 식물의 생애 | 집중과 전문화 | 연속과 단절
03 명명법과 합의
어원의 함정 | 이름을 붙일 권한 | 고독한 산책자와 열거의 즐거움 | 라마르크의 온건한 린네주의와 명명법 | 철학적 경쟁 | 지방명을 보존할 것인가? | 철학자와 보편성과 권력
04 분류: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사이
퐁트넬과 다양한 분류법 | 라이프니츠와 식물의 성 | 가능한 계산 | 결정과 분류 | 식물분류법과 식물해부학 | 연속성 대 불연속성
05 목적, 형태, 기형
꽃은 어떤 역할을 할까? | 풀잎을 설명해줄 뉴턴이 나올까? | 자연이 직접 하는 실험 | 잎의 배열 | 꽃의 아름다움이 식물에게 도움이 될까? | 맹목적 합목적성
06 진화에 사로잡힌 식물학
흔적기관과 손재주꾼 | 계통과 분류 | 화석과 자연경관
07 식물, 공간, 시간
서식지와 원산지 | 교대와 순환 | 천이와 균형 | 지배와 자산
08 식물학의 주관성
몸에 이로운 지식 | 식물의 혼인 | 다양한 개체성 | 있을 법하지 않은 감각 | 주관의 올바른 사용 | 외관: 뭔지 모르는 어떤 것
09 흑고니와 늘푸른참나무
모순적인 귀납법 | 실재론과 유명론 | 종류 혹은 종 | 본질주의는 실재론인가?
10 식물학적 방법으로 분류하기
계를 넘나들다 | 식물군락의 분류 | 질병의 분류 | 학문의 분류 | 예술작품, 법, 언어, 민담, 감정 | 맺는 글 | 위인의 전설 | 식물학자의 그림자 | 상상의 식물도감
감사의 말 | 참고문헌 | 주석 | 인명 찾아보기 | 그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