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황종권 시인의 첫 에세이 『방울 슈퍼 이야기』가 걷는사람 에세이 2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로 늘 동네 꼬마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시인이 아껴 온 풍부한 에피소드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시인은 여수의 작은 마을 국동에 있는 유일한 구멍가게인 방울 슈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방울 슈퍼를 온기로 채워 준 수호신 할머니들부터, 짤랑거리는 동전을 들고 과자를 사기 위해 기웃거리던 어린아이들까지. 시인은 방울 슈퍼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따뜻한 이웃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며 과자 하나에 울고 웃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방울 슈퍼 이야기』 출간
“방울 슈퍼는 동네의 따뜻한 무릎이자 골목의 꽃이었다.
방울이는 내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동네 사랑방 방울 슈퍼에 담긴
현재를 지탱하는 빛나고 애틋한 추억들
황종권 시인의 첫 에세이 『방울 슈퍼 이야기』가 걷는사람 에세이 2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로 늘 동네 꼬마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시인이 아껴 온 풍부한 에피소드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시인은 여수의 작은 마을 국동에 있는 유일한 구멍가게인 방울 슈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방울 슈퍼를 온기로 채워 준 수호신 할머니들부터, 짤랑거리는 동전을 들고 과자를 사기 위해 기웃거리던 어린아이들까지. 시인은 방울 슈퍼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따뜻한 이웃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며 과자 하나에 울고 웃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여자는 작지만 큰 초능력자였다. 방울 슈퍼는 단지 구멍가게가 아니라 추억의 숨구멍이었고, 여자의 진짜 능력은 추억을 만드는 능력이었다. 추억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자, 마음 자체로 피가 도는 힘이다. 어쩌면 여자의 능력은 너무 하찮은 것이어서 세상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다만 일곱 살 코흘리개부터 칠십 살 지긋한 노인까지, 방울 슈퍼가 있어 마음을 구하고 세월을 구했다면 여자를 초능력자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방울 슈퍼의 탄생」 부분
황종권은 삶이 작은 추락의 연속이며,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바닥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안다. 시인에게도 긴 밤이 지나도록 헤아리기 어려운 추락의 이력이 있다. 다만 방울 슈퍼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마음을 보태 준 수호신 이웃들이 있었던 것처럼, 시인에게도 알게 모르게 희망의 좌표를 찍어 준 벗들이 있었다. 소소한 일상이 하나의 추억이 되어 생을 지탱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시인은 삶이 절망을 안겨 줄 때도 자신을 대하는 작은 형식 하나가 삶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좌절하는 대신 작은 움직임을 실천하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와 세계를 감싸는 시선이 에세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독자를 덩달아 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부터 쓰라리고 감동적인 기억까지. 시인은 생의 소중한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삶의 낱장들을 포개어 우리 앞에 선보인다. 이제 시인은 잊지 말아야 하는 이름을 곱씹고, 장대비가 내리는 세상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힘을 기르며, 자신이 사랑한 풍경과 앞으로 끝까지 살아낼 삶의 이름들을 반추한다.
사는 일이 녹록지 않고 그리운 자리가 욱신거릴 때, 방울 슈퍼 이야기가 편지처럼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방울 슈퍼는 사라지고 그 시절의 마음을 공유했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가고 있지만, 추억을 나눈 이들의 마음속 방울 슈퍼는 여전히 빛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지나온 하나의 시절, 그 그립고도 애틋한 기억을 방울 슈퍼라는 이름으로 선사한다.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붐비는 곳이라 사건 사고도 많았다. 하루는 설란이가 막걸리 병뚜껑을 손가락으로 구멍을 다 내 놨다. 예전엔 막걸리 병이 종이로 막혀 있었다. 무려 막걸리 한 짝에 구멍을 죄다 낸 것이다. 슈퍼집 여자는 그날이 몹시 난감했다고 한다. 구멍 뚫린 막걸리는 다시 팔 수 없기에 물어내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어른 체면이 있지 않은가. 애가 한 짓을 가지고 받기도 뭣하고, 체면을 지키자니 막걸릿값이 울고, 여수 사투리로 이러코롬도 저러코롬도 못 하고 있었단다. 그때 설란이 할머니가 나타나 막걸리 한 짝 값을 지불하며, 전설처럼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다 마실 때까지 아무도 못 가.”
―「방울 슈퍼의 전설들」
막상 소풍날이 오면, 과자가 빛나지는 않는다. 이유 없이 좋고,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좋다. 좋은 것에 이유를 묻는 건 어른이고, 좋은 것에 이유조차 모르는 게 아이이다. 그리하여, 비슷한 과자를 먹어도 특별하게 달달한 하루가 소풍이다. 사실 소풍은 어떤 걸 먹었느냐, 어떤 곳으로 갔냐가 아니다. 그냥 소풍 자체가 소풍의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소풍은 봄과 같다.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사브레의 권력」
방울 슈퍼는 참으로 많은 도둑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코흘리개부터 다 큰 어른까지 범죄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좋은 곳이었다. 때문에 슈퍼집 여자는 매의 눈이 되어야만 했다. 도둑놈들의 취향은 늘 한결같았다. 부산스러운 봉지 과자보다 초콜릿을 선호했다. 초콜릿은 질적으로나 미적으로나 도둑의 마음을 훔치기 좋았다. 달콤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하여, 초콜릿류는 슈퍼집 여자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비치되었고, 개수까지 세어 놓았다. 그런데도 가장 많이 도둑맞는 건 언제나 초콜릿류였다.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도둑들의 취향은 미니쉘이었다.
―「미니쉘, 없는 마음도 고백하고 싶은」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종권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로 태어나 동네 꼬마들한테 선망의 대상이었다. 엄마 몰래 과자를 훔쳐 친구들과 나눠 먹길 좋아했으며, 특히 수업 중에 먹는 비비탄 사탕 ‘짝궁’을 좋아했다. 인생이 과자처럼 달지 않다는 걸 알면서부터 시를 쓴 것 같다. 2023년 현재는 고양예고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으며, 아이들의 과잣값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메일링 서비스 주간 <슈퍼맨>을 운영 중이다.
목차
1장 잊지 말아야 할 이름
방울 슈퍼의 탄생
방울 슈퍼의 전설들
방울 슈퍼와 도둑들
동전 명당
사브레의 권력
띠부띠부씰의 권력
이상한 왕따의 짝궁
최고의 콤비 플레이
이웃하는 적
미니쉘, 없는 마음도 고백하고 싶은
천 원의 힘
방울 슈퍼 아줌마의 과거
2장 장대비가 내리는 세상이라도
마을의 공포
왜 수프가 배고픈가
닭다리를 먹지 않는 이유 1
라면 먹고 갈래?
큰아버지의 저녁
자유시간
추운 눈물의 맛
영혼의 탕수육
눈물을 닦아 주는 맛
이제 아버지는 날 깨우지 않는다
기꺼운 타인
장범준과 할아버지의 바다
3장 내가 사랑한 풍경
이상한 자존심
닭다리를 먹지 않는 이유 2
머리맡 요구르트 두 병
최후의 배후
여수 촌놈들과 제자들
병철과 나
후생은 없다
외롭지 않냐?
빼빼로거나 삐에로거나
과자 한 봉지만 한 희망
격포에 가면 스승이 있다
4장 내가 끝까지 살아낼 삶의 이름들
엄마처럼 살겠다
오징어 로맨티스트
가장 큰 도둑
아내의 취향에 대하여
아폴로, 추억의 다른 이름
부라보콘 두 개 먹는 날
아내의 크리스마스트리
불효자는 울지 않고, 옵니다
내 인생의 홈런
희망의 문을 닫지 않는 사람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