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작가회의 기관지인 『내일을 여는 작가』 2023년 여름호(83호)가 출간되었다. 기획 특집으로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희생된 조선인들의 실정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강제 징용’을 마련했다. 김응교는 「진실이 없는 껍데기 만남」을 통해 일제의 조선인 강제 징용 피해자, 관동 대진재 조선인 학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문제 등을 정리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용인하려고 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우려를 표하면서 작가들이 증언자로 나서서 현재의 상황을 기록하고, 문제점을 알리고, 일본의 민주 시민 및 작가들과 연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박동억은 「역사를 통해 건네지는 것」에서 조선인 원폭 피해자의 예술적 재현을 소개하고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조선인들의 2세 혹은 3세 후손들이 찍힌 사진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임지훈은 「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에서 영화《귀향》과《아이 캔 스피크》속 위안부 피해자의 이미지를 통해 전쟁 범죄자를 고발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한국작가회의 기관지인 『내일을 여는 작가』 2023년 여름호(83호)가 출간되었다.
기획 특집으로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희생된 조선인들의 실정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강제 징용’을 마련했다. 김응교는 「진실이 없는 껍데기 만남」을 통해 일제의 조선인 강제 징용 피해자, 관동 대진재 조선인 학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문제 등을 정리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용인하려고 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우려를 표하면서 작가들이 증언자로 나서서 현재의 상황을 기록하고, 문제점을 알리고, 일본의 민주 시민 및 작가들과 연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박동억은 「역사를 통해 건네지는 것」에서 조선인 원폭 피해자의 예술적 재현을 소개하고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조선인들의 2세 혹은 3세 후손들이 찍힌 사진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임지훈은 「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에서 영화《귀향》과《아이 캔 스피크》속 위안부 피해자의 이미지를 통해 전쟁 범죄자를 고발하고 있다.
‘나의 문학론’으로는 김영현 소설가와 박다래 시인의 단상을 실었다. 김영현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소설 쓰기가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감옥과 군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자기 분열과 극도의 우울증을 치료해준 행위라고 긍정했다. 박다래는 「한 번도 채워지지 않은 땅을 비워내기」에서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조금씩 채우기도 하고 채우고 있는 것을 조금씩 비우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내일을 여는 작가』는 회원들의 창작을 강화하기 위해 발표 지면을 대폭 늘렸다. 강영환 시인을 비롯해 48명이 신작 시를 실어 지면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유하정과 정종연이 신작 동시를, 김정숙과 우은숙과 이두의가 신작 시조를 발표했다. 또한 김민주, 박래여, 안이희옥이 개성 있는 단편소설의 장을 마련했고, 양연주가 동화를 발표했다.
이번호의 부록으로는 한국작가회의 회원 주소록을 수록했다.
【시조】
슬픔을 절이다
우은숙
배추를 절이다 말고 슬픔을 데려와
그 위에 소금을 한가득 뿌린다
아침은 아무도 몰래 시곗바늘 움켜쥔다
가슴에 덧난 상처 한 삽씩 떠내어
눈물로 절이고 세월로도 절인다
아무리 절이고 절여도 절여지지 않는 눈빛
감각마저 부서진 눈빛을 손에 들고
입김을 불어넣는 푸른 발돋움에
저녁은 아무도 몰래 시곗바늘 풀고 있다
【소설】
달리는 노인
안이희옥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코로나가 발생한 지 이년이 넘어간다. 역 근처에는 광신도들이 피켓을 들고 <회개하라,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며 괴성을 질렀다. 이른바 종말론으로 흉흉한 협박이었다. 그러나 교감은 코로나 위기에 대해 무관심하기 짝이 없었다. 남들이 불편해하니까 마스크는 꼬박꼬박 쓰고 다녔어도 늘 위생적으로 살아온 자신들이 전염병에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비대면 문화가 널리 퍼짐에 따라 집안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구에 닥친 환경 위기, 홍수나 산불, 태풍이나 지진, 즉 물, 불, 바람, 흙, 할 것 없이 무서운 이변을 일으키는 장면을 화면으로 멍하니 보았다. 남의 나라 일이라 큰 실감은 나지 않았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전쟁, 난민, 기아, 팬데믹 등의 인재도 아무 대책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아내는 빙하가 녹아 갈 곳 없어진 북극곰을 위해 팔찌나 가방 따위 장신구를 구입했다. 아내는 환경 다큐멘터리와 재해 뉴스를 열심히 봤으나 교감은 정치 뉴스를 더 자주 보았다. 가르치던 중학생들보다 더 상식 없어 보이는 정치판을 보면서 저런 몹쓸 놈들 때문에 인류세의 위기가 온 거라고 격분했다.
도대체 뭐를 잘못했다고?
교감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누구와 크게 싸우러 갈 듯 걸음을 빨리했다. 길가에는 늦게 핀 가을꽃들이 시들어가는 덤불 사이에 소담스레 솟아 있었다. 아내가 좋아했던 작은 국화를 닮은 보라색 벌개미취, 하얀 쑥부쟁이도 보였다. 아내와의 마지막 밤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아내는 꽃을 매우 좋아했다. 특히 늦게 피는 향기로운 소국들을 예뻐했다. 그날도 여러 가지를 장 보고 오면서 커다란 소국 다발을 함박웃음과 함께 싸안고 왔다. 음식도 소년 소녀처럼 즐겁게 나누어 먹었다. 아내는 그 나이에도 보조개가 패여서 귀엽기 짝이 없었다. 밤중에 아내가 뒤척이며 기침하는 기색을 느꼈으나 교감은 무심하게 내처 잤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늦잠을 잤다. 그러더니 약간 어지럽다고 했다.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는가 싶더니 기침을 터뜨리며 휘청거렸다. 그 통에 국화꽃을 가득 담은 거실의 꽃병이 그만 쓰러지며 깨지고 말았다. 물과 꽃과 사기조각이 거실 바닥에 낭자했다. 무언가 심상찮았다. 교감은 벌떡 일어나 아내를 부축해 눕히고 산산조각 난 꽃병의 잔해를 치웠다. 아직 싱싱한 꽃들은대충 갈무리해서 유리병에 꽂았다. 아내의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오르고 있었다. 우선 비상약으로 해열제와 쌍화탕을 먹였다.
점심 때쯤 열과 기침이 더 심해졌다. 별수 없었다. 대충 필수 소지품을 챙기고 집단속을 한 후 병원으로 향했다. 교감은 음성이어서 자가 격리로 충분했지만, 아내는 양성이어서 코로나 병동으로 입원했다. 느닷없는 마지막은 그렇게 왔다.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뻔한 말로는 너무 부족했다. 설명도 할 수 없는 큰 충격으로 멍한 가운데 황망스레 장례를 치렀다.
목차
나의 문학론
8
나는 왜 쓰는가?
김영현
12
한 번도 채워지지 않은 땅을 비워내기
박다래
특집
강제 징용
20
진실이 없는 껍데기 만남
김응교
28
역사를 통해 건네지는 것
박동억
38
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
임지훈
시
48
나 바람 되어
강영환
50
새의 침묵
강은미
52
다정에대한새로운질문법
권성은
55
꽃
권화빈
56
벚꽃
김경철
58
제주4.3이 분명히 너희들에게 말한다
김경훈
62
봄이라고?
김광원
64
연필을 깎네
김남극
66
귀룽나무
김명지
68
요양원 2
김미소
69
안창남의 꿈
김선
72
아직도 끝나지 않은
김수자
74
감자
김시언
76
구름과몽상
김애숙
78
어둑발
김태원
80
조용히 기차를 탄다
김형로
82
울진 일지
남효선
83
늦봄의 이사
문계봉
84
상림숲
박상봉
86
고흐의 의자
박석준
88
강제징용 문제가 돌덩이냐
박선욱
91
저울의 방
박순호
93
상강(霜降)
박정애
94
하루
박현우
96
주걱
배정빈
98
봄날, 오후
배창환
101
그런 사람
송은숙
103
어떤입적
유강희
105
봄비
이규배
106
경로당 시국 토론
이문복
108
초옥당
이병초
109
망명이 뭐예요?
이봉환
110
반성문 쓰는 시간
이상도
111
적상산 3
이선옥
113
죽녹원에서
이소암
115
겨울의 법칙
이오우
117
그림자와 이별
이윤
119
흑백의 여섯 여자들
이윤경
121
이별의 무게
정덕재
123
칸과 함께 사는 법
정민나
125
견시(犬視) 풍속도
정연홍
127
쉿!
조덕자
128
신 풍속도 1
조서정
131
남쪽 항구
조성래
133
강제징용 원혼들 봄꽃으로 피었네
차옥혜
135
우리는 굿판의 구경꾼이었다
한경용
137
굿 노망
허림
139
벚꽃잎이 흘러간 쪽으로 눕다
홍순영
동시
142
독수리연
유하정
144
강아지
정종연
시조
146
라플라스의 악마를 믿어요
김정숙
147
슬픔을 절이다
우은숙
148
유리꽃병을 보는 아침
이두의
소설
150
나무가 되어
김민주
168
사할린에 핀 벚꽃
박래여
185
달리는 노인
안이희옥
동화
202
자격증 소지자
양연주
부록
216
회원 주소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