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소년의 모든 것을 앗아간 전쟁의 아픔과 상처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6·25 전쟁을 역사책을 통해 배웁니다. 아주 오랜 옛날 같지만, 불과 70년 남짓 전에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 전쟁의 아픔을 겪은 이들의 일부는 지금 이 땅에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당시 우리 어린이 친구들과 비슷한 나이로 전쟁 통을 지나왔지요.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지만 당시엔 어린이였던, 그 시절 아이의 눈에 비친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 책은 소년 봉석이 겪은 6·25 전쟁을 그린 동화입니다.
인민군이 밀고 들어와 가족과 함께 피난을 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나 마을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평화로움이 없습니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사카린 물을 마시던 순수한 즐거움은 사라지고, 밤이고 낮이고 이유도 없이 빼앗기고 끌려갈 것이 무서워 숨죽이며 지내야 했지요.
역사는 남과 북,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만 소년 봉석의 눈엔 아군이 따로 없습니다. 인민군도 국군도 모두 가족을 앗아간 이들이었죠. 소년에게 가족은, 부모는 세상의 전부인데 전쟁은 그 전부를 소년에게서 앗아갔습니다.
작가는 “어떤 이유에서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선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을 이들을 떠올리며, 함께 전쟁의 아픔과 비극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전쟁은 소년의 모든 것을 앗아 갔다
유년의 한가로움과 자유, 친구, 그리고 가족, 행복까지도
남은 것은 일평생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상처와 상실감여느 날처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논을 보러 나간 아버지가 헐레벌떡 들어와 피난 보따리를 싸라고 합니다. 인민군이 총을 가지고 쳐들어오고 벌써 사람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지요. 봉석은 인민군이 누군지도 모르고 부모님을 따라 산속 외갓집으로 피난을 갑니다. 외갓집엔 봉석이 몰랐던 다른 친척들도 피난을 와 있었지요. 외갓집에 가면 보고 싶었던 이모들은, 난리 통을 피해 땅굴에 숨어 있었습니다.
보름 만에, 이제 인민군이 다 지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곳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평화로운 마을이 아니었습니다. 인민군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산 속에 숨어 있다 밤이면 나타났지요. 그들은 마을 집들을 제 집 드나들 듯 마음대로 들어가 식량과 물건들을 가져갔고, 젊은 사람들도 데리고 갔습니다. ‘밤손님’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봉석의 아버지는 외양간 더그매에서 숨어 잠을 잤습니다. 봉석의 삼촌은 곳간이 비어 있다는 이유로 잡혀 갔습니다. 깜깜한 밤이면 혹시 눈에 띌까 봐 불도 제대로 켜지 못했고, 밤손님이 와서 뭔가를 가져가도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총칼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밤이면 마을에 내려오던 인민군들이 대낮에도 버젓이 내려오던 무렵, 아버지도 집에 있다가 잡혀갔습니다. “잠깐이면 된다.”던 그들은 그날이 다 가도록,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아버지를 보내주지 않았지요. 그사이 인민군에게 잡혀간 삼촌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오자마자 쓰러졌고 잠시 후 국군이 집으로 와 삼촌을 데리고 갑니다. ‘인민군에 부역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서’였지요. 다음 날 삼촌은 어느 한 곳 성한 곳 없는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봉석은 삼촌을 보며 생각합니다.
‘아부지 삼촌처럼 돌아와 줘. 삼촌처럼 이빨이 빠졌어도, 다리를 못 쓰게 되었어도 돌아만 와.’
할아버지와 어머니, 성치 않은 삼촌 그리고 어린 봉석만 남은 집에 또다시 인민군이 찾아옵니다. 이번엔 모두를 묶어서 산으로 가지요.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식량 숨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삼촌은 자신들의 위치를 국군에 알려주는 바람에 자신들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이지요. 봉석의 가족은 어떻게 될까요.
봉석에게 전쟁은 무엇일까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의 대립일까요?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합니다. 민간인에게는 “적군과 아군이 따로 없었다.”고. 전쟁은 봉석에게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약탈해갔고 결국 모든 것을 빼앗아갔습니다.
이 전쟁 통을 겪었던 저자는 우리 국토를 잿더미로 만든 전쟁,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민간인들의 아픔을 어린이 친구들도 꼭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부모님을 잃은 상실감은 전쟁이 끝나도 결코 지워지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도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작가는 어린 봉석을 통해 친구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아부지, 수통굴로 가면 인민군 안 와?”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동네가 깊은 산속에 묻혀 있어서 거기까지는 안 들어갈 것 같혀.”
“그럼, 우리 외가에 가서 사는 거야?”
“며칠만 있으면 인민군이 지나간다고 하니까 그때 다시 돌아오면 돼.”
어른들은 걱정이 가득한데 나는 감이 오지 않았다. 가끔씩 어머니를 따라서 갔던 외가를 간다 하자 신이 났다. 다니던 학교는 이제 그만 가도 된다.
나는 찌그러진 냄비와 헌 고무신을 주고 엿장수한테 산 사카린도 챙겨 책 보따리에 넣었다. 외가에 가서 이모들이랑 사카린을 물에 녹여 먹으며 놀 일을 생각하자 입안에 보글보글 웃음이 고였다.
“형님, 똥이 안 나와서 힘을 너무 줬더니 찢어져 피가 나는디 어떡하면 좋아요?”
“누가 똥이 그렇게 안 나오는디?”
“저도 그렇고 애기 아부지랑 식구들이 다 그래요.”
“흉년에 생키를 계속 먹다 보면 똥이 굳어지는 바람에 밑이 찢어져서 고생하는 일이 많어.”
지난번에 봉석이 혼난 얘기를 들려주며 나물밥과 죽을 쒀서 번갈아 먹어야 한다 했다.
“아~ 그래서였구만요.”
가져온 양식도 떨어져 가고, 타향이라서 먹을 것을 구할 길이 없어 막막한 생활이었다. 아짐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피난 생활에 정말이지 똥꾸멍이 찢어지는 가난을 겪고 있는 나날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양정숙
전북 부안이서 태어났으며, 조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광주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1995년에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로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감나무 위 꿀단지》, 《충노, 먹쇠와 점돌이》, 《알롱이》, 《까망이》, 《전쟁과 소년》, 그림책 《새롬 음악회》, 《섬진강 두꺼비 다리》, 《알롱이의 기도》, 《택배로 온 힘찬이》, 《달빛다리》, 소설집 《객석》, 수필집 《엄마 이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