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제주 돌담에 대한민국의 희망 청사진 들어있다”
무능한 정치권· 권력의 하수인 언론 향한 날선 비판
뜨거운 고향 사랑과 개인 에피소드 담아
이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은 바뀔 때가 되었다. 함께하는 세상을 원한다면 둥근 돌, 잘난 돌, 못난 돌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간 《문윤택의 제주愛세이-모난 돌이 정겹다》가 나왔다.
‘제주(濟州) 사랑(愛)을 말하다(say)’라는 뜻의 부제를 지닌 이 책은 모난 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자 미래 공동체 사회를 열어갈 정겨운 존재라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정치·사회·언론에 관한 글, 자전적 에세이, 언론에 기고했던 칼럼 등 총 32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이른바 ‘돌담 철학’이 깔려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 청사진이 다른 데도 아닌 제주 돌담에 있다고 단언한다.
“제주 돌담은 큰 돌, 작은 돌, 못난 돌, 잘난 돌, 뾰족한 돌, 둥근 돌 등 다양한 돌들이 모여 하나의 큰 역할을 한다. 큰 돌이나 둥그렇고 예쁜 돌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작고 모난 돌들이 더 소중히 쓰인다”
제주 돌담을 공동체 정신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저자는 “제주 돌담의 돌들은 각자도생이 아닌 서로 어깨를 내주며 강한 연대를 이룬다”며 “덕분에 모진 비바람의 해코지에도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이 든든하게 서로를, 사회를, 역사를 지켜낸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각각의 돌들의 아우성이 이 사회를 불의(不義)한 정권으로부터, 법을 가장한 검찰 공화국의 억압으로부터, 사회 여론을 왜곡시키는 언론으로부터,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불신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다”라고 희망을 얘기한다.
언론학 박사인 저자는 무엇보다 언론에 대해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비판의 날을 세운다.
1971년 8월 9일 <제남신문>에 실린 고(故) 고영일 제주 1세대 언론인의 칼럼을 예로 들며 “언론의 책임, 진실 전달의 책임, 인권 존중의 책임을 말하고 있는 50여 년 전의 칼럼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권말 칼럼 편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 지상파 공영방송 KBS, MBC 사장과 경영진의 행태가 진나라의 환관 조고와 독일의 아이히만과 너무도 똑같다고 날 선 비판을 한다. 조고는 왕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며 권세를 휘두르던 환관이고 아이히만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아이들과 여자들을 가스실로 보냈을 뿐이라고 변명한 유태인 학살 집행관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태원 참사까지 꽃다운 생명들을 앗아간 원인은 행정의 부재, 정치의 부재, 결국 국가 역할의 실종에 있다고 잘라 말한다. 도민들의 의사 결정을 뒤집고 중국녹지그룹 영리병원을 ‘허가’했던 제주도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다.
국민이 행복하려면 정치가 제대로 역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소에게 무엇을 먹일까 하는 토론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소를 굶겨 죽이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차라리 풀 한 짐 베어다가 쇠죽 쑤어주는 사람이 바로 일꾼”이라는 도산의 말을 인용하며 현 정치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이 밖에도 제주 공동체의 원조격인 △학교 바당과 할망 바당을 비롯 △세월호 친구들의 눈물 젖은 대리 출석, △김재윤 시인을 그리워하며 등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대학 시절 이른바 운동권으로 활동하다 붙잡혀 몇 날 며칠 고문을 당하고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고통스러운 과거일 테지만 저자는 부러 웃음이 절로 나오는 에피소드로 마무리한다. 지금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그곳에 막내딸이 초등학생 때 체험학습을 갔다가 “우리 아빠도 여기에 있었다”고 말했다가 친구들로부터 “너네 아빠가 독립군이었냐”라는 놀림을 당했다는 것.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황제 펠레와의 만남을 비롯 △노학연대 가두시위와 여대생, △제주의 저항 정신이 깃든 ‘차귀도’ 이야기, △영화 ‘딕 체니’ 등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케 한다.
제주제일고 졸업 후 성균관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대차그룹 금강기획에서 현대자동차 해외 마케팅을 담당한 데 이어 내셔널 지오그래픽 초대 한국 사장과 제주국제대 교수를 거쳐 현재 제주다담포럼 대표로 있다.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를 위한 <내가 이순신이다> 운동본부를 기획하고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프롤로그
한라산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제주 사랑이 무엇이냐고.
아침에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면 한라산을 바라봅니다. 한라산은 패셔니스트와 같습니다. 어떤 날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듯하고 또 어떤 날은 민소매 옷을 입은 듯합니다.
제주의 중심에 솟아있는 한라산을 보노라면 기운이 납니다. 나는 한라산을 닮고 싶었습니다. 한라산과 같은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큰바위얼굴> 속의 어니스트란 소년처럼 나도 고향을 떠나 한동안 육지 생활을 했습니다.
자수하건대, 80년대 나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던 운동권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586’입니다. 스무 살을 갓 넘겼을 때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인권 회복, 계급 해방을 꿈꿨습니다. 백골단에 흠씬 맞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을 땐 솔직히 뿌연 최루탄 가스만큼이나 민주주의가 아득하고 요원했습니다. 90년대 초반에 이르러 우리 대한민국에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군부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 인동초처럼 어렵게 민주 정권이 피어난 것입니다.
또 고백하건대 나는 변절자이기도 합니다.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을 때 코바코(한국광고공사) 연구소 조교로 있었습니다. 당시는 광고회사가 취업 준비생들의 지원 1순위일 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현대그룹은 시위 전력 등을 문제 삼지 않는 유일한 대기업이었습니다. 물론 이명박(전 대통령) 회장 당시 노조 위원장 납치 사건으로 노조 탄압의 대명사이기도 했습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광고회사 금강기획에 입사했습니다. 자본주의 소비 조장의 꽃이라는 광고회사에 말입니다. 또 ‘언론 사유화의 빌런’으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뉴스콥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한국지사장을 제의하길래 정통 다큐멘터리 채널이라 생각하고 수락했는데, 이마저 상업화하려는 그들의 요구에 1년 넘게 공들인 다큐 채널을 결국 떠나야만 했습니다. 대학 시절 함께 했던 선후배 동지들에게 무척이나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사이에 제주사회도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월 1백만 명 선을 훌쩍 뛰어넘었고 호텔과 고층 빌딩, 관광레저 시설이 여기저기 생겨났습니다. 여유로웠던 제주가 언제부턴가는 러시아워를 걱정해야 하는 도시로 변했습니다. 반면 공기는 나빠지고 바다는 오염되고 소상공인들은 힘들어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이 나에게 묻습니다.
정치가 무엇이냐고?
희망을 주는 푸른 정치, 약자 개인에 관심을 갖는 따뜻한 정치, 바꾸려는 의지가 쇠뿔처럼 확고한 정치!!!
그런 정치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을 주장해도 국민이 행복감과 희망을 느끼지 못하면 정치가 실패한 것입니다. 아무리 평화롭고, 환경이 깨끗해도 그 속에 있는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풍족하지 않으면 실패한 정치입니다.
정치가 살아야 국민이 살고 사회가 삽니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키우고 쌓아가야 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도민들과 함께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도민 모두가 풍족하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고 개혁하는 것이 도민의 대변자 역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민이 미래에 대한 담론을 함께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말했던 ‘분열’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 제주에도 패거리 정치 세력들이 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동네 조폭들처럼 뭉쳐 다니며 세를 과시하고 상대를 경멸하고 모욕을 줍니다. 도민 화합을 이루고 도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입니다.
모욕과 배척의 극단적 정치는 사회를 망칩니다. 희망과 활기로 자랑스러운 제주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사회적 격차와 불균형 역시 공동체 정신이라는 토대 위에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제주의 수눌음 정신, 괸당문화, 조냥정신의 특장점을 시대에 맞게 살려내어 우리의 공동체 문화를 굳건히 해야 합니다.
도민의 삶은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가능합니다.
어릴 때 제주의 화산토를 뚫고 솟아 나오는 수박 떡잎이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1cm 될까 말까 한 파란 싹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보니 떡잎 하나가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떡잎이 하나 더 나와 양쪽으로 나란히 벌어졌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편안해 보였습니다. 떡잎은 자라나 꽃을 피우고 커다란 수박을 맺었습니다.
만일 우리 세대에서 결실을 전부 이룰 수 없다면 그중 떡잎 부분만이라도 우리 세대에서 이루고 열매는 다음 세대가 수확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제주의 화산토 위에 둥근 수박이 주렁주렁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제주의 농부가 바빠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만들어지려면 도민의 머슴이라 자칭하는 제주의 정치인들이 바빠야 합니다.
도민들이 풍요롭고 안전한 시기에는 정치의 역할이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도민들이 어려워하고 불안한 시기에는 정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바다에 태풍이 오면 선원들은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장을 바라봅니다. 선장에게는 권리와 동시에 책임이 뒤따르며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됩니다. 피해가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한라산이 나에게 묻습니다.
정치가의 사랑이 무엇이냐고?
아직 부족한 저는 도산 안창호에게서 배웁니다.
도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에게 무엇을 먹일까 하는
토론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소를 굶겨 죽였습니다
백百의 이론보다
천千의 웅변보다
만萬의 회의보다
풀 한 짐 베어다가
쇠죽 쑤어준 사람 누구입니까
그 사람이 바로 일꾼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비 오는 날 우산을 건네 주는 게 아니라 비를 같이 맞는 것입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왔던 편린들을 날것 그대로 모으고 언론에 기고했던 글들을 한데 모은 것입니다. 부끄럽기 한량없지만 무언가 시작이라 는 이정표가 필요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제주 바다와 같은 너그러움을 청하고 한라산과 같은 지혜를 구합니다.
끝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나의 부족함을 애정과 응원으로 채워주는 친구와 선후배, 말없이 손을 굳게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돌담 같은 시민들, 그리고 언제나 든든하게 함께 해주는 제주다담 동지들에게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준 컬처플러스 강민철 대표와 편집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한라산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