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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파란 | 부모님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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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정재훈 평론가의 첫 번째 비평집으로, 「‘문’ 앞에서 쓴, 당신께 보내는 편지」 「마음에서의 시, 그것을 바라보는 비평」 「당신(들)이 말하는 ‘새로움’에 대한 개인적인 의심」 등 25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실패’의 문법은 흔히 겸양사의 정중한 표현으로 쓰이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는 ‘실패’를 극복의 대상 또는 과정으로 삼아 보다 정련된 자기를 기획하려는 전략적 장치로 활용되곤 한다. 그런데 이때 ‘실패’는 결국 성공을 향한 도정이거나 그것의 샴쌍둥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과감하게 말하자면 우리 세계에서 ‘실패’는 애초부터 논외였던 셈이다. 그런데 ‘실패’를 주저 없이 고백하고 자인하는 평론가가 등장했다. 이번에 첫 비평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를 펴낸 정재훈 평론가가 바로 그다.

  출판사 리뷰

그럼에도 확실한 것이 있다면, 여전히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는 정재훈 평론가의 첫 번째 비평집으로, 「‘문’ 앞에서 쓴, 당신께 보내는 편지」 「마음에서의 시, 그것을 바라보는 비평」 「당신(들)이 말하는 ‘새로움’에 대한 개인적인 의심」 등 25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정재훈 평론가는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재일코리안 문학과 조국](공저)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2](공저)를 썼고, [‘재일’이라는 근거](다케다 세이지 저, 공역)를 옮겼다. 경희대학교, 광운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뉴래디컬 리뷰]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패’의 문법은 흔히 겸양사의 정중한 표현으로 쓰이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는 ‘실패’를 극복의 대상 또는 과정으로 삼아 보다 정련된 자기를 기획하려는 전략적 장치로 활용되곤 한다. 그런데 이때 ‘실패’는 결국 성공을 향한 도정이거나 그것의 샴쌍둥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과감하게 말하자면 우리 세계에서 ‘실패’는 애초부터 논외였던 셈이다. 그런데 ‘실패’를 주저 없이 고백하고 자인하는 평론가가 등장했다. 이번에 첫 비평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를 펴낸 정재훈 평론가가 바로 그다. 정재훈 평론가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자면 우리 세계에 횡행하는 ‘실패’의 용법은 실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그릇된 인식”이며, “그리고 그 인식에는 누군가의 ‘살아 있음’을 배제하려는 악의가 숨겨져 있다.” 과연 그렇지 않은가. 우리 세계에서 실패의 선택적 배제는 참혹하게도 “가난한 목숨들”에게 “무관용의 낙인”을 찍는다. 생각해 보면 ‘실패’는 쓰기와 읽기의 과정 내내 작동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기원이자 나날의 삶이 진행되는 곳곳에서 발생하는 실존적 상황인데 말이다. 그러니 “실패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정재훈 평론가의 말은 “살아 있음”의 징표로서 ‘실패’를 다시 발견하자는 제안이자, ‘실패’와 더불어 살아갈 새로운 가능성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며, 나아가 “생존의 논리”로 전락한 ‘실패’를 인간 본연의 구성적 조건으로 끌어안자는 선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재훈 평론가는 이를 두고 자신의 비평집 [그럼에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의 지면 여기저기에 “시를 쓰려는/쓰는 마음”이라고 옮겨 적는다. “지금도 어디선가 시를 쓰려는/쓰는 마음은 생존의 논리가 예상하지 못할 결과물인 시를 토해 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울리는 소리야말로 지금의 위기를 견디며 사는 누군가에게 온기와 위로를 줄 수 있는 시이며, 인간다운 용기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울고 있다면, ‘마음’을 지닌 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똑같은 울음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까지 무감각해져 가고 있는 이곳의 무시무시한 변이를 유일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정재훈 평론가의 첫 비평집의 제목은 이해의 불완전함에 따른 불안의 토로가 아니라 비로소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가능하게 출발지로 ‘실패’를 적극 수용한 자의 자기 갱신의 모멘트다. 이렇게 말이다. “저마다의 시는 울림/흐름을 내장하고 있다. 한 편의 시도 읽는 이에 따라 그 울림/흐름이 제각각이다. 어제의 경험으로 비춰 보고 내일의 가능성으로 열리게 될 또 다른 읽기, 그렇게 다시 알아보기가 허락되는 여백이 있기에 우리 각자의 공책에 서로 다른 무늬들이 물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책머리에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절망과 슬픔을 주는 얼굴, 그리고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얼굴들이 있다. 누군가의 작품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에 깃든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작품은 이미 그것들을 구조화한 것이다. 그것에 깃든 얼굴과 목소리, 그 외의 모든 것들에 대해 공감하려 하지 않는다면 독자로서의 책무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몇 가지를 들면서 함부로 작품을 해체하려 한다면, 그것은 작품에 깃든 얼굴과 목소리들을 지워 버리는 꼴이다. 9할을 견디는 1할의 각오로 쓴 작품들이기에 나 또한 그만한 각오를 해야만 했다.
미미하게 보이는 1할일지라도 9할의 무게를 견디며 나온 것이라면 단단할 수밖에 없을 테다. 굳은살처럼 투박하게 보여도 상관없다. 포복하며 나아가듯이 썼던 기록이라고 해 두자. 범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의 제1부는 편지로 시작한다. 비평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우리의 길을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 부분이다. 제2부는 예전 코로나 시국과 지금의 엔데믹 상황에서 기억의 윤리는 왜 필요한 것이며 시적인 힘은 무엇인지를 거칠게나마 썼다. 제3부는 시집 해설을, 제4부는 시들에 대한 리뷰를 실었다. 모르는 자의 표정으로 지나왔던 길이기에 다시금 찾아간들 역시나 모르는 자의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작품을 따라가 보겠다는 각오만이, 그때의 전율만은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비평집의 마지막 글 제목을 ‘운명에 걸 판돈은 아직 남았다’라고 했다. 9할의 실패를 겪고 마지막 1할을 갈망하며 던졌던 주사위의 지난 궤적이 희미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익숙했던 것들의 죽음과 낯선 것들의 탄생을 기도(企圖/祈禱)하려는 자의 운명”이 꼭 시인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람 앞에 거칠게 흔들리는 깃발, 이미 던져진 주사위처럼 지금도 하루하루가 절망의 9할과 희망의 1할을 오간다. 아직 살아 있기에 이 판을 무작정 털고 일어날 수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낯설고 차가운 이국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야 했을 망명자처럼 운명을 향해” 몸을 숙인다. 최대한 낮은 자세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향해.




당신에게 보내는 이 글도 실패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렵거나 부끄러운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당신과 제가 살고 있는 이 디지털의 시대에서 ‘실패’는 또 다른 의미로 쓰여야 합니다. 기술이 발전했어도 누군가는 번거롭고 불편한 것들을 찾습니다. 일부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지금의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지금도 홀로 책장을 넘기며 어느 문장(文)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겠지요. 문장들을 바라보는 눈빛의 머뭇거림과 손끝의 망설임은 인간이 자아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빛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무늬(文)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이 부족한 글이 부디 당신의 무늬를 오롯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편지라는 형식으로 당신에게 무턱대고 건넨 저의 이 당돌함을 부디 헤아려 주십시오. 그럼 안녕히.
「‘문’ 앞에서 쓴, 당신께 보내는 편지」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재훈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그럼에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재일코리안 문학과 조국](공저)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2](공저)를 썼고, [‘재일’이라는 근거](다케다 세이지 저, 공역)를 옮겼다.경희대학교, 광운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뉴래디컬 리뷰]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005 책머리에

제1부
021 ‘문’ 앞에서 쓴, 당신께 보내는 편지
037 마음에서의 시, 그것을 바라보는 비평
053 당신(들)이 말하는 ‘새로움’에 대한 개인적인 의심
067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를 꿈꾸며
082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제2부
101 묵시적 재난에서 개별화된 재난으로—편혜영, [홀]
116 지금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131 전염의 시대와 기억의 윤리
143 감정의 수축이 필요할 때
158 발효의 시간—사람을 움직이는 시의 힘

제3부
173 슬픔과 상심으로 쓴 인간/곤충기—김성신,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
190 불온한 감정의 포교자—이원복, [리에종]
201 푸른 피를 알았다/앓았다—이용임, [시는 휴일도 없이]
216 고통을 스케치하려는, 그 성실한 손짓에 대하여—김겨리, [나무가 무게를 버릴 때]
226 우리는 울 준비가 되었는가—박은영,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237 당신을 위한 레시피—김안녕, [사랑의 근력]

제4부
251 흔적으로만 남을, 당신께 보내는 편지—안미옥의 시
263 신의 마침표를 찢어 버린 하와의 문자들—김광섭의 시
273 당신을 위한 밥, 그리고 우리를 위한 시—김사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한다]
281 당신을 위한 알약들—이지호, [색색의 알약들을 모아 저울에 올려놓고]
290 그럼에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최지인,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302 우주인을 꿈꾸는 시인—김학중,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313 감추고 있는 너의 발톱을 보여 줘—박소란의 시
327 고통을 사랑하는 이상한 시인을 구합니다—민구의 시
339 운명에 걸 판돈은 아직 남았다—전형철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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