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아빠가 모범생이 아니었다니, 갑자기 친구처럼 느껴졌다
감자 깎다 그릇 깨고 가출한 ‘아빠의 특별한 사춘기’ 이야기부모들은 참 이상합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말 잘 듣던 어린 시절엔 아들딸이 서로 자길 닮았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애가 변했어. 도대체 누굴 닮아 저러지?” 하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나일뿐인데 뭐가 달라졌다는 건지, 왜 부모들은 내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모습 속에 있어야 안심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죠. 그런데, 잔소리하는 부모님을 꼰대라며 투덜거리면서도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합니다.
‘나는 정말 누굴 닮았지? 엄마와 아빠는 다 공부를 잘했다는데 나는 왜 이렇지?’
여러분은 부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여러분이 아는 부모님은 모두 어렸을 때 모범생이었을 거예요. 공부도 잘하고, 어른들의 말씀도 잘 듣고, 자기 할 일도 스스로 하는 착한 어린이 말이에요. 하지만 어린 시절을 정말 그렇게만 보냈다면 결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어른은 못 되었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불량스러운 추억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아빠의 불량 추억》은 학교 다닐 때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쭉 모범생, 모범사원인 줄만 알았던 재우 아빠의 특별한 과거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빠는 왜 감자를 깎다 그릇을 깨고 가출을 해 버렸을까요? 재우 아빠는 어떻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가출 소동 후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또 아빠를 쏙 빼닮은 재우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요? 우리, 아빠의 특별한 과거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아빠에게도 숨기고 싶은 흑역사가?”
산속 너와집에서 30년 전 아빠를 만나다
-아이와 부모가 사춘기를 지혜롭게 건너는 법 6학년인 재우는 이번 학년이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6학년은 심드렁 학년’이라며 새로운 재미를 찾아 ‘혼자 지내보고 싶다’며 ‘가출’에 대한 생각을 일기에 써 두죠. 그런데 재우의 일기장을 본 엄마는 재우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네가 부족한 게 뭐가 있냐며 재우를 다그치죠.
재우 입장에선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왜 엄마는 남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았는지, 또 설사 가출하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라 해도 자기 생각까지 엄마가 통제하는 건 옳지 않으니까요. 재우는 엄마와 기 싸움에서 밀리기 싫어 도리어 화를 내고 큰소리칩니다. 그러자 엄마는 “공부는 못해도 부모 말은 잘 듣는 착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한 거냐?”며, “도대체 누굴 닮아 저러는지 모르겠다고”고 합니다. 아빠는 “그러고 싶을 때잖아.” 하며 재우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재우 입장에선 ‘모범생’ 이미지만 있는 아빠 역시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방학이 되고, 재우는 엄마와 아빠에게 끌려가듯 가족여행을 떠납니다. 부모님과 함께 가 봤자 재미없을 게 뻔했지만, “책도 필요 없이 별멍이나 때리면서 쉬다 오면 된다”는 아빠의 말에 마지못해 함께 떠나죠. 와이파이 빵빵 터지는 깨끗한 펜션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스마트폰이나 볼 생각이었던 재우는 목적지에 도착하곤 황당했지요.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나 나올 법한 산속 너와집.
‘설마 여기가 펜션은 아니겠지?’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었고, 아빠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주인할아버지의 집은 와이파이는커녕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는 곳, 화장실도 집 밖에 나가야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엄마가 자신을 길들이려는 속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던 재우는 설핏 잠들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깹니다. 아빠와 주인할아버지가 나누는 얘기가 궁금해 밖으로 나간 재우는 아빠의 ‘불량 추억’ 이야기를 듣게 되지요. ‘모범생 아빠에게 불량 추억이라니?’
30년 전, 그러니까 아빠가 딱 재우만 할 때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냈을까요?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아빠는 가출을 하고도 한동안 집에서 가출을 눈치 채지 못했더랬죠. 들고 나간 돈이 다 떨어져 산속으로 들어온 아빠를 할아버지가 보살피다, 우연히 아들 찾는 신문광고를 보고서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할아버지는 아빠가 왜 가출을 했었는지 이유는 몰랐죠. 궁금했던 할아버지가 이제야 이유를 물었고, 아빠는 예전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꼭 한번은 찾아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는 아빠는, 그 시절 자신처럼 가출을 하고 싶어 하는 아들 재우를 데리고 30년 만에 할아버지에게 다시 왔지요.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가족보단 오직 자기 자신과 핸드폰만 보던 재우는 산속 너와집에서 나올 땐 왠지 친구 한 명을 얻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매일같이 얼굴을 보며 사는 가족도 서로의 속마음까지 이해하긴 어려운데, 하물며 사춘기 시절은 설명이 필요 없죠.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왜 저러는 거야?”라는 입장을 갖고 있으면 답이 없습니다. 서로 가까워지고 싶다면, 나의 화려한 시절 말고 숨기고 싶은 흑역사를 하나쯤 공유해 보면 어떨까요? 혹은 그런 흑역사를 부모님께 이야기해 달라고 해 보면 어떨까요? 그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지금 멋진 어른이 된 부모님을 아이들은 더욱 좋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다들 집중!”
엄마가 체육 선생님처럼 말했다.
아빠는 뭔가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긴장한 것은 나뿐이었다.
“재우, 너 진짜 집 나가고 싶니?”
“무, 무슨 말이야?”
갑작스러운 엄마의 물음에 놀란 내가 더듬거렸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입안에 남아 있던 아이스크림 향기가 깨끗이 사라졌다.
“집 떠나서 네 맘대로 살고 싶다며?”
엄마가 내 일기장을 눈앞에 들이밀었다.
“일기를 쓰랄 땐 죽어라고 안 쓰더니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다니, 차암 내, 기가 막혀서.”
“아~ 씨.”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왜 또 전화야?”
오후에 또 전화를 받을 때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화를 내지 않았다. 내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목소리가 부드럽고 다정했다. 그런 엄마에게 조금씩 익숙해지니 느글거리던 기분도 사라졌다.
“왜라니? 아들이 잘 지내나 싶어서지.”
“아침에 보고 가 놓고 어이가 없네.”
내 대답에 엄마는 이따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엄마는 내가 진짜 가출이라도 할까 봐 그러는 것 같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전화를 해 대는 게 그랬다.
그렇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학원도 안 가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구는데 가출을 할 필요는 없었다. 많이 심심한 한편 조금씩 불안하긴 했다. 뭔가 허전하기도 했다. 마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로운 분위기랄까. 어쨌거나 논다고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