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
하나하나 건져 올린 ‘진짜 나와 너의 이야기’뜨인돌어린이 고학년 창작동화 시리즈인 큰숲동화 세 번째 책『몇 호에 사세요?』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대하고도 솔직한 시선으로 그려낸 단편집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지만 괜찮은 듯 의연해 보이지만 실은 삐져나오려는 마음속 상처를 홀로 달래고 있는 아이들. 바로 우리가 오늘도 어딘가에서 어깨를 스친 평범한 친구들의 모습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길 위에서 무수히 많은 갈등과 힘겹게 맞서고 있는 아이들. 『몇 호에 사세요?』에서는 여러 빛깔 삶의 모습 안에서 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가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단짝 친구와의 갈등을 통해 욕심보다 더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게 되는 정민「피에로 엽서」, 아빠의 실직과 엄마의 가출로 해체된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여 가는 성수「컵라면」, 나 아닌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 안에서 먼저 다가가고자 용기를 내는 재민「몇 호에 사세요?」, 칭찬에 인색한 엄마 때문에 받은 상처를 유쾌하게 극복해 가는 수빈「칭찬 좀 해 봐」,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성격의 누나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는 승준 「호떡 두 개」, 가난에 주눅 들어 놓칠 뻔한 행복을 다시 보게 되는 승민 「옥상 위의 크리스마스」, 잊고 있던 꿈을 떠올리며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시작하는 정훈「장난감 트럭」, 한부모 가정이라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와 마음을 나누게 되는 지영「꽃병」.
책에 모인 여덟 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옆에서 갈등하고 생각하며 단단해져 가는 보통 아이들이기에, 독자들에게 편안히 다가가며 공감과 위안을 전한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풀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는 여덟 편의 동화가 주는 메시지는 지금도 열심히 아파하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동화작가 김소연과 함께 8년이란 긴 시간을 걸어온 아이들
마침내 그 아이들이 독자에게 다가가다『꽃신』『명혜』『남사당 조막이』 등 풍부한 역사 소재를 통해 깊이 있는 생각거리를 던졌던 작가 김소연이 이번에는 현실 소재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어린이의 삶에 주목하였다. 이전의 역사동화들에서 주인공이 사는 과거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삶과 시대상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절제된 문체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다양한 갈등 양상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럼으로써 친절한 해설보다는 독자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고 자신의 모습과 빗대어 반추해 볼 수 있도록 서술하였다.
약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며, 쓰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다가왔던 이야기들이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모아졌다. 김소연 동화집 『몇 호에 사세요?』는 2013 「창비어린이」 봄호에 우수 작품으로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표제작을 포함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진정성 있는 ‘살아 있는 동화’ 여덟 편으로 구성되었다.
각 작품에는 남다르고 유별난 아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보다는 조용히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보통 아이들의 특별한 마음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우정, 가족애, 어른들에게 상처받는 아이들, 타인과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들이 ‘사랑’이라는 하나의 줄기 안에서 세심하고 깊이 있게 담겨 있다.
여기 모인 작품들은 마침표를 찍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다. 독자들은 각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난 후에도 어딘가에서 끝나지 않은 뒷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을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탄탄한 서사력과 세심한 관찰력, 안정감 있는 문체와 따뜻한 시선을 지닌 작가 김소연이 그린 생활동화 모음집『몇 호에 사세요?』는 오랫동안 김소연의 동화를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연약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안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세계를 가꾸며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 이기적인 어른들의 행동에 짓눌리고 무심한 사회의 외면에 상처받은 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이들. 학업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족 간의 소통 단절, 물질주의로 인한 삭막한 정서, 소외와 결핍 등 기성세대들이 지어 놓은 틀 안에 갇힌 채 현재를 사는 아이들의 삶 앞에는 어른 세계 못지않은 다양한 문제가 놓여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 앞에서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려 애쓰고 있다.
『몇 호에 사세요?』 안에 모인 동화 속 등장인물들 역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안에서 씩씩하게 자신들의 세계를 가꾸며 자란다.
「몇 호에 사세요?」에서 재민이는 낯선 이는 무조건 경계하라는 엄마의 과잉보호를 벗어나 치매 할머니와의 소통을 위해 한 발짝 다가서고, 「컵라면」의 성수는 가족이 해체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면서도 한편으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나아가 닫힌 아빠의 마음도 움직인다. 「장난감 트럭」의 정훈이는 부모의 별거를 원망스러워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이 되기까지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던 자신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며 감정을 억누른다. 하지만 잊고 있던 장난감 트럭에서 간절했던 꿈을 발견하고, 더 이상 참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옥상 위의 크리스마스」에서 승민이네 가족은 갑작스레 찾아온 가난에 가족 모두가 지치고 상처받지만, 옥상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올라서며 서로를 사랑으로 따뜻이 안는다. 이렇듯 각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내면에는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들이 크고 작은 대립과 혼란을 반복하고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외부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내면 갈등을 적극적으로 치유해 내며 씩씩하게 성장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실패와 시련을 겪으며 현실에 부딪히는 불완전한 인물들이다. 가정과 사회의 강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엔, 녹록치 않은 삶의 무게에 휘청거리는 이 시대의 어른들. 어른들 역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에 놓인 연약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각 작품들은 그러한 사실을 전제하면서도 무작정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포장하지 않고 확대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생각의 기회를 던진다. 이렇듯 여덟 편의 단편 안에는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타인을 향한 소통과 애정이 담겨 있다.



“어?”
그릇 안을 들여다보던 나는 흠칫 놀랐다.
용기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라면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웬 햄버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나는 빵 한가운데 꽂혀 있는 젓가락을 빼고 햄버거를 꺼내 들었다.
“어라, 이건…….”
동그란 빵 사이에 두툼한 쇠고기 부침과 양파, 그 위에 양상추와 계란이 얹힌 그것은……, 그것은 틀림없는 엄마표 햄버거였다. 계란 부침이 들어간 햄버거가 어디 있냐고 놀릴 때마다 옛날 햄버거에는 다 들어 있었다며 우기던 엄마.
-「컵라면」에서
재민이는 전에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제 있었던 일도 잊어버리고 아까 했던 얘기도 까먹고…….”
할머니는 재민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틀림없었다. 삼각 김밥을 쥔 손아귀에 슬며시 힘이 빠졌다. 그러다 머리를 세게 흔들며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기억 못 하면 내가 하면 되지.”
재민이는 할머니 앞으로 다가섰다.
“몇 호에 사세요?”
할머니는 그 말에 눈을 깜짝거리며 재민이를 올려다봤다.
-「몇 호에 사세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