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열권의 책방' 열책지기 이순호 시인과 함께하는 시 모임이다. 시 짓는 일을 주로 하고, 시를 받아 안는 일, 가끔 시를 찾아가는 일도 한다. 탐탐시시 모임은 단순히 시를 짓고 읽고 나누고 마는 모임이 아니다. 시와 한바탕 겨루고 나서 그 결과를 수제시집으로 직접 엮어 출간까지 한다. <어마, 無詩>는 탐탐시시 제1기 시집이다.
출판사 리뷰
※ 이 시집은 가내수공업(家內手工業)으로 만들었습니다.
“세상 그 많고 많은 책들 속에 시집 하나 보탰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임시야간숙소 앞에서 동전 한 닢을 나눠준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의 언어를 받아쓰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시인이 공동체-생태-환경-노동을 지향하고 복원하는 것이 필연적이고 마땅하다면, 이를 실천하는 작은 몸짓과 행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그 귀한 나무를 싹뚝 잘라 시집(책)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보다, 詩를 짓고 엮고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몸짓 언어를 보태고 싶다. 이는 종이(나무)와 종이(나무)의 연대기를 기록하는 인쇄노동자와 독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詩 쓰기는 자기 하고픈 말을 위해 언어를 멋지게 부리는 게 아닙니다. 詩 공부는 언어(말)와 마음(삶)을 잘 섬기는 데 있습니다. 나의 삶과 세상을 잘 받들어 모시는 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詩는 좋은 말과 글, 비유나 은유, 수사나 상징으로 글(말)을 꾸미는 게 아닙니다. 詩의 대상 혹은 이야기(서사)가 자신에게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쓰러질 지경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기필코 받들어 적는 그 무엇입니다.”
“詩 읽기는 시 쓰기의 무게와 똑같은 무게를 갖습니다. 詩를 읽는 행위는 시인의 옷을 잠깐이라도 빌려 입어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에 놓인 詩가 감성적이거나 난해하거나 모르거나 낯설지라도 시인의 마음과 삶을 헤아려보며 어루만질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온전히 시인 그 자신이 될 수는 없지만, 시인의 옷을 잠시라도 빌려 입고 가만히 가만히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삶과 세상을 살펴 헤아려보는 일입니다.”
시집 <어마, 無詩> 시평
詩 쓰는 일, 잘 노는 일
2023년 5월 28일, 우리 다섯은 어떤 힘에 이끌려 탐탐시시(耽探時詩)라는 나무 아래 모여 앉았다. 처음에는 詩를 읽고 쓰는 일, 詩를 만나고 찾아가는 일을 하자고 모였으나, 어쩐 일인지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노는 일에 더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명확했으나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다들 몸으로 詩를 읽고 쓰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하기야, 사람이 사람을 만나 어울리고 물들고 물들이는 일이, 놀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노는 일이 무슨 대수랴!
저, 저기 조수리 사는 대인 씨는 살사 춤꾼이라 흥에 겨울 것 같드만 살펴보니 소심하기 이를 데 없을 뿐 아니라, 혼자 노는 데도 너무 정통하여 가는 길이 옳은지 그른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런저런 가던 길 쭉 가느라 괜히 바쁘더라.
하, 엄살떠는 일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선 씨는 엄살도 엄살이지만 오지랖은 물론이거니와 배포는 그보다 더 커, 이게 무어야? 이게 무어야? 맘만 먹으면 사내 서넛은 잡아먹고 느긋하게 나무 그늘에 앉아 이쑤시개 들 여인이더라.
이, 이 봅세! 새침한 듯 섬세한 우리 지영 씨는 어떻고.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갈 여인이라. 뒤돌아서는 사내 돌려세워 멱살잡은 일 숱할 것이며, 멱을 잡기도 전에 뱉어낸 숱한 언어가, 그 말들이 사내뿐 아니라 세상을 들었다 놓을 지경이더라.
거, 늘 앞서니 뒤돌아보고 다시 돌아와 둘러보며 남 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못 챙기는, 재주가 많아도 너무도 많아 넘치고 넘치다 못해 흘러넘치는 한준 씨는 그저 주워 담을 일이 더 걱정이라. 급기야 그 걱정까지 집어삼킬 태세니 더 걱정인 사내더라.
여하튼, 하여튼, 아무튼 ...
초록은 동색이거나 근묵자흑近墨者黑 일지라도 이를 어쩌나? 나는, 나는야 아직 물들고 물들일 채비도 되지 않았거늘.
2024년 2월 10일
제주 예촌 [열권의 책방]에서
열책지기 이 순 호
작가 소개
지은이 : 탐탐시시
<열권의 책방> 열책지기 이순호 시인과 함께하는 詩 모임입니다. 詩 짓는 일을 주로 하고, 詩를 받아 안는 일, 가끔 詩를 찾아가는 일도 합니다. 탐탐시시耽探時詩 모임은 단순히 詩를 짓고 읽고 나누고 마는 모임이 아닙니다. 詩와 한바탕 겨루고 나서 그 결과를 수제시집으로 직접 엮어 출간까지 합니다. 이는 열책지기의 또 하나의 실험이자 모험입니다. 방한준 윤지영 이순호 이지선 최대인, 2023년 5월 28일, 우리 다섯은 어떤 힘에 이끌려 탐탐시시(耽探時詩)라는 나무 아래 모여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詩를 읽고 쓰는 일, 詩를 만나고 찾아가는 일을 하자고 모였으나, 어쩐 일인지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노는 일에 더 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명확했으나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다들 몸으로 詩를 읽고 쓰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목차
【방한준】
…
09 _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10 _ 아침 점호
11 _ 공중전화
12 _ 집으로
14 _ 먹에 취해 화선에 스미다
15 _ 손톱 때
17 _ 해걸은 저녁밥상
19 _ 비바라기 춤
21 _ 로켓트 건전지
23 _ 발이 손을
【윤지영】
…
25 _ 한표
26 _ 한라산
27 _ 무임승차
28 _ 어떤 날
29 _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순호】
…
31 _ 외사랑
32 _ 邊山에 내리는 눈
34 _ 전철에서 詩를 읽다
35 _ 전철에서 詩를 읽다 2
36 _ 도로를 건너다 죽어간
모든 고양이를 위하여
지문 指紋 _ 37
부엌칼 _ 38
물들고 물들인다는 것 _ 39
안개가 걷는다 _40
소나기 _ 42
【이지선】
…
시를 쓴다 _ 45
엄마의 무릎 _ 46
그냥 사는 일 _ 47
춤의 명상 _ 48
맨발의 너그러움 _ 49
【최대인】
…
그날 _ 5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_ 53
월동준비 _ 55
전염병 _ 57
성악설 _ 58
귀로 _ 60
금목서 _ 51
낙엽 _ 62
운·다 _ 63
제주도 푸른 밤 _ 64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_ 66
자동적 가난 _ 68
탕진 _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