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의 가출 사건을 그린『영모가 사라졌다』(2003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를 통해 주목을 받은 작가 공지희의 신작 동화가 출간되었다. 신간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는 말더듬이에 뚱뚱한 몸집 때문에 새 학년만 되면 놀림감에 따돌림당하기 일쑤였던 ‘한송이’와 자신이 공주라고 믿는 ‘춘희’와의 따뜻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출판사 리뷰
*뚱뚱이 한송이, 공주 춘희를 만나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송이는 새 친구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이번에도 허탕이다. 더듬는 말투 때문에 또다시 놀림당하는 송이에게 “야! 반갑다. 너도 우리 반이구나?” 하며 갑자기 다가온 아이 춘희. 남자애들만큼 짧은 머리카락, 다리가 다 드러나는 깡똥한 바지, 늘 구겨 신고 다니는 실내화. 딱지치기, 말뚝박기, 축구… 남자애들이 놀 때 늘 끼여 노는 춘희는 아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누구보다 송이와 가장 친한 단짝이 된다.
어느 날 춘희는 송이의 귀에 대고 비밀 한 가지를 얘기해주겠다고 한다. 그건 다름 아닌 자기가 공주라는 사실.
*실내화도 옷도 온통 작은 것뿐인 초라한 공주
그러나 춘희는 공주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차림새다. 늘 실내화를 구겨 신고 다니다가 어느 날 담임 선생님에게 크게 혼쭐이 난다. 바지도, 옷도, 실내화도 온통 작은 것뿐인 춘희에게 선생님은 좀 맞는 걸 입고 신고 오라고 명령한다. 다음날 춘희는 파격적인 분홍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나타난다. 언니 거라면서.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꼼짝도 안 하던 춘희의 어색하고 불편한 쇼는 하루 만에 끝났다.
남자애들과 딱지치기 시합을 벌여 삼천 원을 딴 날, 춘희는 송이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정말 춘희는 궁궐 같은 데서 살까? 막상 가 본 춘희네 집은 재개발 구역 모퉁이의 허물어져 가는 작은 집. 춘희는 누워 계신 아버지를 일으켜 자기가 만든 부침개를 먹여 드린다. 밀가루만 넣고 아무것도 안 넣은 춘희의 하얀 부침개는 따끈하고 고소하고 정말로 맛있었다.
춘희 책상 위에는 어릴 적에 언니랑 찍은 사진이 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왕관을 쓰고 활짝 웃고 있는 두 아이는 정말 어느 왕국의 귀한 공주님들 같다. 춘희는 자기가 공주이기 때문에 재개발 구역의 집들이 부서지지 않도록 지켜줘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고 했다. 송이는 춘희네 집 창문으로 들어오는 붉은 빛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오밀조밀 이마를 맞대고 사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운 불빛을 함께 본다.
*저 아이, 혹시 춘희?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춘희의 집은 굴삭기가 다 밀어냈고, 춘희는 이사를 했다. 그리고 송이는 자주 춘희를 잊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가족과 함께 시내에 나간 송이는 ‘웰컴주유소’에서 공주 같은 옷을 입고 요술봉을 휘두르며 춤을 추고 있는 여자들 가운데서 춘희와 꼭 닮은 사람을 발견한다. 그러나 창문을 열 새도 없이 차는 출발해 버린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개미만큼 작아질 때 송이의 손을 잡아준 춘희. 춘희 공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춘희를 만난 그때부터 송이는 씩씩한 아이로 달라졌는데 말이다.
*구김살 없는 씩씩한 희망의 상징, 춘희 공주
곧 허물어져 아파트가 들어설 동네 한구석에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춘희.
“이 동네에 아파트가 세워져도 이 동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건 아냐.” “우리 집은 공주가 사는 집이잖아. 내가 저 집들을 다 지켜 줘야 했는데 그렇게 못 했어.” 하는 춘희의 쓸쓸하고도 의젓한 깨달음은 잠시 마음을 무겁게도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춘희를 통해 ‘한송이’는 물론 독자의 마음 또한 한 뼘쯤 의젓하게 자라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생긴 것도, 사는 것도 ‘공주’와는 거리가 먼 춘희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공주가 필요해. 그래서는 나는 내가 공주인 걸 믿어. 공주는 그런 거야.” 하는 맑은 노랫소리 같은 춘희의 말은 화려한 것에 대한 갈망이나 저 혼자만 아는 이기심의 발로에서 나오는 ‘공주병’과는 다른, 구김살 없는 씩씩한 희망의 상징으로서의 새로운 공주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게 해준다.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주의적 한국 창작동화에서 어찌 보면 클리셰처럼 흔히 쓰이는 소재인 따돌림과 소외, 가난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자신의 처지에 대해 조금도 비관하거나 회의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의 상황을 긍정하며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인물 ‘춘희’를 만들어냈다.
비록 커 가면서 사는 곳이 바뀌어 춘희를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알 수 없어도, 춘희의 낙관적이고 당당한 태도는 외롭고 용기 없던 아이 ‘한송이’까지도 크게 변화시켜 주었다.
작가는 희망이란 무엇이고, 변화의 씨앗이란 어떤 것인가를 춘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만나게 될 외로운 아이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볼 줄 아는 씩씩한 아이들을 기다리며……
작가 소개
저자 : 공지희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다락방 친구\'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마법의 빨간 립스틱> , <별라와 하양투성이 공주>, 2003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영모가 사라졌다> 가 있다.
그림 : 오승민
1974년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꼭꼭 숨어라>로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 상\' 공모전에서 출판미술부문 가작을, 2005년 \'국제 노마 콩쿠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했다. 그린 책으로 <바람 속으로 떠난 여행>, <못생긴 아기 오리>, <사진관 옆 이발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