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유기견의 시선에서 인간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수천 년 동안 인간과 함께해온 동물 개. 과거에 개는 외부 침입으로부터 집을 지키고, 때로는 고기를 제공해 주는 유용한 가축이었다면 현대 사회에서 개는 인간의 반려자이자 가족으로서, 정서적인 안정을 주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를 귀여운 장난감 정도로 여겨 고장 난 장난감을 버리듯 내버리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설 『개 좀 그만 버려라』는 서울 한복판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한 마리 유기견의 시선으로 화려함과 풍요로움, 고독과 부조리가 교차하는 양면적인 도시 서울의 민낯을 재조명하고,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돈도 권력도 없다는 이유로’ 변두리로 밀려나 잊혀진 젊음과 순수, 낭만을 다시금 호명하며 독자들 앞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집도, 돈도, 애인조차도 없지만 타고난 깡과 악바리와 어떻게든 먹을 것을 입에 넣는 재주를 보유한 유기견 ‘나’, ‘나’는 도시의 거리를 헤매며 하루하루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기 위해 인간에게 꼬리를 치고 다른 유기견들과 싸우기도 합니다. 이런 ‘나’의 주변을 고달픈 배달청년, 으스대는 대학생, 사랑과 증오를 왔다 갔다 하는 변덕쟁이 여성, 가진 돈은 많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과거의 군인정신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스쳐 지나가고,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개들도 스쳐 지나갑니다. 욕망과 낭만이 부딪히고 헤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밥’으로 요약되는 작품 속 철학은 일견 단순해 보이면서도 모든 생명체의 중심에 있는, 가장 솔직하고 진실된 삶의 본질을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통계적으로 전국의 반려견 중 1%가 매년 버려지며 그 수는 1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개들은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는 순간 동물애호가들이 붙여 준 애틋한 이름 ‘반려견’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쓰레기이자 골칫덩어리로 취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유기견의 삶과 사랑, 눈물을 다룬 이 책이 많은 독자분들에게 물질문명의 발전과 함께 잊혀진 과거의 낭만을 돌려주는 한편, 나날이 증폭되고 있는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 『개 좀 그만 버려라』 개정증보판은 2024년 7월 1일 출간된 『개 좀 그만 버려라』에 저자가 직접 그린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삽화가 다량 추가되어 버려진 개들의 서러움과 위선적인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를 더욱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Prologue
개죽음 파리목숨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면 안 됩니다.”
그때는 그랬다. 집에 누가 오면 개를 얼른 숨겼다. 멀쩡한 개를 성대 수술을 시킨 집도 있었다. 아주 옛날얘기다.
지금은 층마다 월월 왈왈!
“괜찮아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개밥은 원래 하루 두 번 주는데 지금은 삼시 세끼에, 간식에, 보약까지 먹인다.
개가 킥보드를 타고 서핑하는 것쯤 이제 뉴스도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뉴욕, 파리, 두바이를 가고 알프스 스키장에서 고글을 끼고 동영상을 찍는다. 엄청 비싼 와인을 홀짝거리는 개도 있다.
개는 도시풍경도 바꾼다.
고층 원룸에 애인도 남편도 아닌 개랑 산다.
개 주인은 웬만큼 몸이 아파도 참는데 개 코가 말랐다고 화들짝 병원으로 달려간다. 4만 원에 분양받은 개 치료비 20만 원을 군말 없이 결제한다. 대한민국 개는 상전, 개 주인은 몸종이다.
개를 때리거나 굶기면 경찰이 달려오고 큰 소리로 욕하고 윽박질러도 이웃이 신고한다.
개들은 굳이 좋은 세상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기 이 나라가 천국이다.
세상은 쓸데없이 공평해 천국이 있고 지옥도 있다.
비정한 사람들이 개를 버린다. 공원에 버리고 차에 태워 낯선 곳에 버린다. 배를 타고 가 섬에 슬쩍 내려놓고 오기도 한다.
대부분 병들어 죽고 교통사고로 죽는다.
전국의 반려견 1%가 매년 버려진다. 10만 마리다.
광화문 광장에 사람 100명만 모여도 경찰이 긴장하는데 개 10만 마리를 풀어놓는다면 당장 10만 마리 개똥부터 치워야 한다.
개는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는 순간부터 동물애호가들이 붙여준 애틋한 이름 반려견은 없다. 살아 움직이는 쓰레기로 분류된다.
멋모르고 세상에 태어나 이리저리 내몰리다가 처참한 죽음을 맞는 유기견은 벌레와 동격이 되었다.
‘개죽음 파리목숨!’
그런데 어느 날 용감한 저항군이 출현했다.
가혹한 유기견 운명을 거부한 개 한 마리가 사람 사회와 맞섰다.
세상으로부터 배운 지혜로 무장을 하고 야박한 인간과 맞짱을 뜨면서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
“일찍 일어나는 개가 하품을 많이 해도 큰 뼈다귀를 얻는다.”
“오늘 열심히 먹어라. 오늘을 지배하는 개가 일생을 지배한다.”
강인한 생명력의 잡초도 가뭄에 타죽고, 땅을 갈아엎어도 말라죽는데 그는 냉대와 핍박에 말라 죽지 않았다.
폭풍처럼 밀고 오는 굴삭기를 피해 가며 식민지 독립군처럼 싸웠다.
이것은 개 발바닥으로 써 내려간 눈물과 콧물, 깡의 기록이다.
낭만이 넘치는 떠돌이 유기견의 서사시이기도 하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물질문명으로부터 외면당한 모든 약자들께 이 이야기를 바친다.
- 개의 언어를 사람 언어로 옮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