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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
2013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 소설집
따뜻한손 | 부모님 | 200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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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 소설집. 탄탄한 서사와 절제된 감정으로 이야기 속 인물들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꿰어낸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갈등·열정·죄의식·환상 등으로부터 비롯된 삶의 다양한 딜레마에 빠진 인물들을 그린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뉴욕 타임스>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작품집이다.

  출판사 리뷰

20대의 \'열정\', \'우연\', \'떠남\' ― 그리고 \'머지않아\' 다가오는 \'침묵\'의 자화상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 최고의 책'(Best Book of the Year)북미대륙 최고의 픽션작가 ― 앨리스 먼로의 최신 단편선집
탄탄한 서사와 절제된 감정을 안고 떠나는 삶의 다섯 가지 여정


'앨리스 먼로는 오늘날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문인 가운데 최고의 작가(the best fiction writer)라고 자부할 만하다. [떠남]은 경이, 그 자체다.'
- 뉴욕 타임스

'먼로의 손을 거치면 단편소설이 세상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작품으로 변한다. 최고를 구가하고 있는 원숙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사랑과 가슴에 사무치는 우연들로 인해 우리는 놀라움을 반복하게 된다.'
- 시카고 트리뷴

'먼로의 작품은 언뜻 여성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실은 인간의 삶에 대한 관조다. 불투명한 과거로부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현재로 진행하며, 젊은 시절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의 불가피한 상실을 묘사한다. 우리는 현재 이 순간을 살고 있지만, 이 시간은 지나가고 있으며, 한 번 간 시간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 워싱턴 포스트

캐나다 출신 단편소설의 대가 앨리스 먼로의 [떠남]은 탄탄한 서사와 절제된 감정으로 이야기 속 인물들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꿰어낸 최신 단편선집이다. 갈등 ) 열정 ) 죄의식 ) 환상 등으로부터 비롯된 삶의 다양한 딜레마에 빠진 인물들을 통해, 먼로는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력을 발휘한다. 언뜻 보기에 차갑도록 아파 보일 법한 그녀의 문장과 단어 속에는 그러나 주인공을, 우리 주변의 이웃을 보듬으려는 따뜻한 눈길이 역설적으로 숨어 있다. 이러한 눈길을 따라가자면, 잔잔한 단편들에 녹아 흐르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행위를 통해, 아련한 감동과 여운을 퍼 올릴 수 있다. 런어웨이(Runaway)의 한국어판 [떠남]에는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편 [떠남]과 [열정]은 독립된 이야기이고, [우연] ) [머지않아] ) [침묵]은 독립된 주제를 다루면서도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연작 형식이다.

[떠남]은 사랑하지 않는 남편을 두고 차마 떠날 수 없는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결속 ▲젊은 칼라에 대한 중년 여성 실비아의 사랑 ▲칼라의 유일한 사랑인 염소 플로라 그리고 ▲플로라의 상실 ▲상실을 견디는 고달픈 인내를 플롯 삼아 차분하게 전개된다. 주인공 칼라는 이웃집 여자 실비아의 도움으로 속악하고 비정한 남편 몰래 떠나기로 결정한다. 속박을 벗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다! 처음 읽다보면, 전형적인 페미니즘 소설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훌훌 털고 떠나버릴 것만 같았던 칼라는 뜻밖에도 남편에게 다시 돌아가고 만다. 기어코 떠나지 못한 채 가슴에 박힌 가시를 안고 살아야 하는, 일탈의 유혹 대신 가시에 길들여지려는 칼라의 선택에 가슴이 찡해진다. 돌아간 칼라는 그러나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지 않은데 왜 돌아간 것일까) 행복하지 않으니 다시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떠나고 싶은 '유혹'을 참고 머문다. 딜레마란 단칼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까. 삶이란 본래 그런 것이니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삶은 계속된다.

두 번째 단편 [열정](Passion)은 ▲가난한 20대 초반 여성의 야심과 열정 ▲사랑에 대한 환상 ▲참을 수 없는 환상의 이끌림 ▲마침내 환상의 실체를 깨닫지만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대한 70대 노작가의 성찰이다. 사랑은 활활 타는 뜨거움이고 격렬한 몸의 이끌림이어야 한다는 20대 여성의 환상은 실상 매우 자연스럽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애인의 형에게 강한 매력을 느끼는 그레이스는 은근하고 꾸준한 모리와의 오랜 사귐이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갑작스레 만난 닐에 대한 감정이 진실하다고 믿는다. 그 감정 속엔 몸을 뜨겁게 달구는 열정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열정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확신하는 그녀의 환상은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산산이 깨어져버린다. 환상은 환상일 뿐임을 알면서도 환상의 강력한 이끌림에 냉철한 이성이 무력해지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그 순간이 담긴 삶의 한 토막은 먼 훗날, 깊은 죄의식과 회한으로 기억하게 된다.

세 번째 단편 [우연](Chance)에 묘사된 학구파 젊은 여성 줄리엣은 강한 자의식 때문에 자신을 버리며 타인을 사랑하는 위험을 감수할 줄 모른다. 게다가 사랑에 대한 추상적인 이론만 알고 있는 줄리엣은 그 비합리적인 사랑을 용납할 마음의 여백이 없다. 사랑은 논리를 뛰어넘는 신비의 영역임을 그녀는 미처 알지 못한다. 그저 상처받을 염려가 없는 테너가수나 배우 등 막연한 인물들을 통해서 사랑의 욕구를 해소할 뿐이다. 그러던 줄리엣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어부 에릭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고는 그와의 거친 바닷가 삶을 결심하며, 막연한 추상의 세계에서 몸으로 맞부딪히는 현실의 세계로 뛰어든다. '아무런 희망이 없기 때문에, 미래의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비참하다'고 말하며. '모두 덧없는 환상일 뿐'임을 알면서도 남자와의 삶을 선택한다. 선택이 현명한지 아닌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선택이 운명을 낳고, 운명은 인간을 단련한다.

네 번째 단편 [머지않아](Soon)는 동거 중에 낳은 딸아이를 데리고 귀향길에 오른 줄리엣의 가정적 ) 사회적 ) 종교적 갈등이 주제다. 발단에 소개되는 샤갈의 현대적 그림이 고향집에서 어색한 것처럼, 종교적 가치관이 강한 고향에서 줄리엣의 사생활은 단연코 마을의 스캔들이고, 아버지를 교직에서 물러나게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마을사람들의 옹고집 같은 편협함 그리고 제각각 배우자에게 진저리내면서 외도의 경계에 서 있는 부모들 때문에 줄리엣은 고향과 부모가 한없이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차츰 멀어지다가 별안간 낯설어지는 상실감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낯선 것만은 아니다. 부모를 떠나 다른 삶을 살면서 분명 멀어졌으면서도,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이 남아 있음을 줄리엣은 뒤늦게 발견한다. '머지않아' 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냘픈 목숨을 유지하는 엄마 새라를 통해서. 그러나 그것은 엄마가 세상을 뜨고 훨씬 세월이 지나서다.

다섯 번째 단편 [침묵](Silence)은 줄리엣의 중년과 노년을 그리고 있다. 주로 딸 페넬로페와의 관계를 통한 삶 전체의 후회와 죄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남편과 사별한 뒤 줄리엣은 방송국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유명해졌을 뿐 아니라, 딸도 훌륭하게 키웠다는 자부심에 넘치고 있다. 하지만 딸이 스물한 살 되던 해,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던 엄마에게 제대로 설명 하나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남남처럼 여기며 자신의 엄마에게서 독립했었던 줄리엣은 자신의 딸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동안 인정하지 못한다. 더구나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키웠다고 믿었는데, 영성의 결핍 때문에 엄마를 떠났다는 사실은 줄리엣을 분노케 하고 후회로 자책케 한다. 남편도 딸도 없이 주변에 가까운 친구마저 차츰 떠나가는 줄리엣의 노년은 쓸쓸하다. 마치 '머지않아' 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살아가던 줄리엣의 엄마처럼, 줄리엣 자신도 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쓸쓸함을 견딘다. 이빨 빠진 것처럼 어긋나다가, 다시 아귀가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정확히 원점으로 회귀하는 이야기 구조의 인과적 연결이 절묘하다.

앨리스 먼로의 [떠남]에선 주인공들이 모두 길을 떠난다. 삶의 애착, 그것으로부터 찢겨져 나온 아픔을 안고 끊임없이 떠나는 그들은 스물한두 살, 대학교 1학년생들이다. [떠남] ) [열정] ) [우연] ) [머지않아] ) [침묵] 속으로 떠나는 그들의 내적 ) 외적 여정은 그러나 삶에 부대끼고 세월의 흐름에 씻겨 노숙한 지혜를 동반한다. 원숙한 화자(話者)의 회상을 따라 그 여행에 동행하자면, 만남과 떠남 ) 사랑과 미움 ) 인성과 영성 ) 세상살이와 세상 떠남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관조할 수 있다. 그것이 그녀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앨리스 먼로를 뉴욕 타임스가 '북미대륙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픽션작가'로 꼽는 첫 번째 이유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먼로의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림은 아득하게 펼쳐진 황량한 바다다. 때로는 아침햇살에 반짝거리는 물결, 보이지 않는 물속 깊은 곳의 고요함, 불타는 노을의 그리움과 허전함이 함께 밀려온다. 먼로 자신의 절제된 언어와 감정처럼, 독자 역시 딱히 이것이다, 라고 느낌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강한 느낌에 사로잡혀 마음이 숙연해진다. 스무 살, 스물한 살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상처에 단련되고, 애지중지하던 것들에 대한 실망과 상실감에 익숙해진 나이에 더 절실하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작가 소개

저자 : 앨리스 먼로 (Alice Munro)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시골 마을 윙엄에서 태어났다. 십 대 시절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고, 웨스턴오하이오 대학 재학 중에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출간했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화려한 찬사를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은 미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각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마거릿 애트우드, 얀 마텔 등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세계 문단의 작가들로부터 찬사와 존경을 받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녀의 소설은 주로 온타리오 지역이나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방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요란한 수사나 기이한 소재 없이, 섬세한 관찰력과 정교한 구성, 감미롭고 강렬한 문장의 힘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감정을 배제한, 그러나 사진과 같이 섬세한 세부묘사를 보여주지만, 단순하고 평온할 것 같은 그 세계의 기저에는 날카롭고 불편한 정서가 깔려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주로 여성 화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빤하지만은 않다. 때때로 작은 사건이 그들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하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한 먼로는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떠남』을 비롯한 열두 권의 단편집을 발표했으며, 다수의 작품들이 전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으로 불리는 〈총독문학상〉을 세 차례, 〈길러 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미국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였다. 맨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 정밀성을 모든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라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2013년 트릴리엄 도서상을 수상한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아마도 더이상 작품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나의 단편 안에서 삶 전체를 재현해 내어 체호프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하는 먼로는 2013년 10월 \'우리시대 단편소설의 거장(master of the contemporary short story)\'이라는 평가와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작가로는 최초의 수상, 여성작가로는 13번째의 수상이다.

역자 : 김명주
충남대학교 영문과 부교수.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미국 노트르담 대학에서 연구 중이다. 대전에서 출생하여 충남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미국 웨스턴 미시건 대학과 뉴멕시코 주립대학에서 미국 소설 연구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윌리엄 포크너의 종교성과 \'팔월의 빛\'」, 「내 안의 타자: 토니 모리슨 소설의 종교성 양상」등 다수가 있다.

  목차

떠남
열정
우연
머지않아
침묵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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