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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꽃을 아침에 줍다
풍월당 | 부모님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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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도록 『저녁 꽃을 아침에 줍다』라는 제목은 루쉰 글에서 가져왔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이다. ‘지켜봄’과 ‘기다림’의 뜻이 담겨 있다. 저자가 도록 제목으로 빌려 쓰며, ‘아침 꽃’을‘저녁 꽃’으로 바꾼 것은 아예 버려진 존재들을 살리려는 마음에서였다. 밀려난 이웃과 사회 뿐 아니라, 글씨도 쓰다보면 버려진 글씨들이 많다. 그러나‘그런 하루를 살아낸’ ‘내가’ 쓴 것이기에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글씨들이고, 다시 살리면 근사한 글씨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도록 『저녁 꽃을 아침에 줍다』라는 제목은 루쉰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입니다. ‘지켜봄’과 ‘기다림’의 뜻이 담겨 있지요. 제가 도록 제목으로 빌려 쓰며, ‘아침 꽃’을‘저녁 꽃’으로 바꾼 것은 아예 버려진 존재들을 살리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밀려난 이웃과 사회 뿐 아니라, 글씨도 쓰다보면 버려진 글씨들이 많습니다. 그러나‘그런 하루를 살아낸’ ‘내가’ 쓴 것이기에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글씨들이요, 다시 살리면 근사한 글씨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 홍순관

홍순관이 걸어온 한글서예의 길
루쉰이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 것처럼 신중한 기다림을 말했다면 작가는 더 나아가 소외된 이웃과 외면당하는 사회를 살리려는 뜻을 담았다. 『먹만 남다』에서 그 뜻을 전했다면, 도록과 전시에서는 그 뜻을 실천에 옮겼다. 그런 그의 한글서예를 도록과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씨를 본다는 것은, 마음을 보는 일이다. 글 쓰는 사람이 마음으로 글씨를 쓴 까닭이다. 그리하여 글씨를 보는 사람도 존재 전체를 동원하여 보고 느껴야 한다. 글씨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누가 어떤 글씨를, 도대체 왜 쓰는지 살펴보고 알아보고 난 다음에야 어렴풋이 글씨는 보이기 시작한다.
‘매일 살면서 오고 가는 우리말을 쓰는 것’이 한글서예다. 바로 세종이 ‘정음―옳은 소리―’을 만든 이유다. 제 글자를 가지지 못하여 매일 쓰는 말을 단 한 번 종이에 옮겨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만든 글자다. 그렇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죽을힘을 다해 세종은 소리글자를 선물한다. 글씨를 본다는 것은, 바로 그 소리를 보는 일이다.
사람도 저마다 조금씩 다른 높낮이와 길이와 셈여림과 독특한 말투가 있다. 그렇게 주고받는 말을 종이에 옮기는 것이 바로 한글서예다. 자연, 글씨도 말투만큼 다르다. 달라야 제 맛이다. 그것이 자연스럽다. 말은 몸에 밴 생각을 꺼내 놓는 일이기에 그것이 곧, 서예로 쓰는 문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 사람인 우리는 한글을 쓸 때 가장 자연스러운 글씨를 쓸 수 있다.

사람이 산 것 전체가 글씨가 된다. 그것이 우리가 쓰는 서예다.

세상을 향했던 관심과 사랑이 여기 글씨로 모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많았습니다. 음악과 미술과 문학 등에서 두루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개별 장르 안에서도 창작과 연주와 행위에 심지어 연출까지 망라하는 솜씨를 발휘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좋은 뜻으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옛 말에 한 가지 재주가 있으면 밥을 먹고 살지만, 열 가지 재주가 있는 사람은 빌어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제가 우리 어머니로부터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많다가 보니, 한 가지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그래서 한 자리에 안주할 수도 없다는 말일 겁니다.
그의 지나온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에게는 죄송하나 듣는 내내 떠오른 것은 저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가 걸어온 길과 제 족적의 흡사함 속에서 저는 계속 솟아오르는 저의 기억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습니다. 서로가 걸어온 방향이 비록 다르지만, 궤적의 흡사함은 마치 저의 과거를 들킨 것 같아 제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환갑을 맞았을 때, 같은 도시 빈에서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정신분석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용기를 내어 그에게 축하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에서 프로이트는 자신과 너무나 흡사하여 도플갱어처럼 느꼈던 슈니츨러를 애써 피하려고 했다는 그간의 속내를 고백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이고 슈니츨러는 소설가라는 각기 다른 분야에 있었지만, 슈니츨러가 소설에서 보여주던 인간에 대한 견해를 읽은 프로이트는 자신과 참으로 흡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프로이트는 닮았다는 부끄러움이 그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을 막았다고 밝힌 것이죠.
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슈니츨러를 만난 프로이트의 심정이 연상되었습니다. 물론 그의 활동은 저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훨씬 도전적이며, 성취는 더욱 크고, 완성도도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호사가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저와는 비교할 것이 되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감히 저와 비유한 점을 널리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음악선생님의 눈에 띄어 선생님의 짧은 지도 끝에 성악대회에 나아가 최고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음악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음악세계로 들어갑니다. 미션스쿨인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성가를 불러서 온 학교를 휘어잡습니다. 책가방 대신에 기타를 들고 등교를 해도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면죄부를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부여받습니다. 그렇게 학교의 음악 스타이면서 동시에 특출 난 미술의 재능을 보입니다. 당대 최고의 경지에 있었던 서예의 대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귀한 아들을 곁에 두고 싶어 했습니다. 반면 그런 아들이 종종 그러듯 그는 아버지로부터 달아나 서울로 갈 궁리만 했습니다. 방법은 그의 고향 대학에는 없었던 전공을 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조소를 선택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조소 전공으로 미대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대학축제에서 미술전공임에도 넘치는 의욕과 재능으로 행위미술을 공연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뉴욕에서 귀국한 무용과 교수님이 그의 공연을 보고 커다란 인상을 받습니다. 이후로 교수님이 제작하는 많은 현대무용 공연에서 그는 무대미술을 도맡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남을 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기타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청을 높였습니다. 자신이 작사와 작곡에 노래와 반주까지 한 것이죠. 일본군성노예문제를 알리기 위한 공연이 10년, 평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공연이 10년, 결식학생을 위한 공연이 5년에다, 그 외에 통일, 환경, 디아스포라 등 200회가 넘는 공연을 하며 무심한 세상의 고독한 나팔수를 자처했습니다. 그렇게 내놓은 정규음반이 10집에 이릅니다.
또한 전공을 살려서 자신만의 설치미술 세계에 탐닉합니다. 예술가를 자처하는 많은 이들이 세간의 인기와 돈을 쫓을 때, 그는 다만 자신이 불러야 할 노래만을 부르고 자신의 만들어야 할 작품만을 만들며 35년의 세월을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렇게 음악과 미술과 문학을 아우르며 여러 무대를 넘나든 그를 바라보면, 모든 예술은 사실 하나이며 어떤 장르에서 무엇을 표현하더라도 그런 것은 모두 수단에 불과하고 예술가가 나타내려는 것은 작가의 정신이라는 진실이 뚜렷해집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내면에서 터져 나와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만을 노래하며 여기까지 걸어 왔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서예를 통해서 새로운 말을, 그만의 세계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이어온 그의 혈관에 흐르는 서예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분출하는 열정의 작품들입니다. 긴 시간 동안 제가 짐작도 할 수 없는 추위와 외로움 속에서 탄생했을 노고의 소중한 결과물들입니다. 한글을 자랑하고 내세우면서도 정작 우리가 별반 주목하지 못했던 한글서예 분야에 획을 긋는 새로운 깨달음의 잔치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 전시는 평생 세상과 남을 위한 노래만 불러왔던 그가 비로소 내놓은 자신을 위한 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종호 (풍월당 대표)

그냥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일을
그냥 모르고 하는
것입니다.
바람 계절 아침
숨 같은 것입니다.
그냥_2022_ 65cmX95cm

글씨를 쓴다는 것은
글씨를 쓴다는 것은
글씨와 노는 것이다.
글씨와 놀다보면 글
씨는 노래가 되고 춤
이 되고 그리하여
글씨는 내가 된다
글씨를 쓴다는 것은_2022_70cmx100cm

나도 모르게
돕는 일을 할 때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남모르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하라는 말이다. 그냥
하라는 말이다.
나도 모르게_2022_50cmx91cm

  작가 소개

지은이 : 홍순관
열 살에 서예를 배웠고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이후, 35년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15개 국가에서 공연했다.

꽤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조그만 작업실에서 혼자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음악, 미술 , 무대, 방송 등 다양하게 활동한 경험과 정서를 모아 유일한 분단국가에 아트피스뮤지움을 짓고자 하는 것이 오래된 꿈이다.

지금 용인에서 비영리단체 '춤추는 평화'를 꾸려나가고 있다.

  목차

작가, 여는 글

글씨를 본다는 것은 6
노랫말과 한글서예 가장 먼 거리 10
가장 먼 거리 12

작품 16
노랫길 서옛길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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