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깊은 막장의 심연에서 채굴해 올린 경번의 언어는 유독 꽃의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그녀가 하릴없이 마주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실낱같은 염원을 강렬하게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 쓰디쓴 진창에서 피어난 꽃 같은 언어들이 여러분의 영혼을 어루만질 것이다. 겉으로는 무심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지만, 강렬한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집은 강력한 최면제로 삶을 위로한다.
경번의 글은 상처를 남기는 가시처럼 독자의 마음 깊숙이 박히고, 한 번 찔린 마음은 잊을 수 없다. 그녀의 글은 생생하게 아스라한 슬픔과 연민 그리고 여운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출판사 리뷰
치유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경번의 소설은 소금이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아픈 곳을 더 후벼 파듯 쓰리고 따갑다. 애써 감춰 두었던,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를 따갑게 한다. 상처가 난 자리가 여기라고 알려 준다. 속을 뒤집어 꺼내어 보게 만든다. 아픔을 직시하면서 한바탕 울게 만든다. 울고 나면 다시 잘 싸매어 깊은 곳에 넣어 놓을 수 있다. 쓰디쓴 칡뿌리도 계속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처럼 잘 넣어 둔 상처를 오래 곱씹으면 달아진다. 달아진 상처는 나를 살게 한다.
치유는 내 안에서 상처를 씹고 씹어서 달아질 때 시작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때로 우리는 타자의 공감이나 지지로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아픈 기억들은 아무도 나를 위로할 수 없다. 온전히 나만이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이 있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출발해서 내 안에서 끝나는 치유야말로 가장 온전한 치유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고통이 아마도 자기 자신을 통해서 달래진다는 것을 희미하게 깨달아 가고 있다.”
깊은 막장의 심연에서 채굴해 올린 그녀의 언어는 유독 꽃의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그녀가 하릴없이 마주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실낱같은 염원을 강렬하게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 쓰디쓴 진창에서 피어난 꽃 같은 언어들이 여러분의 영혼을 어루만질 것이다. 겉으로는 무심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지만, 강렬한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집은 강력한 최면제로 삶을 위로한다.
경번의 글은 상처를 남기는 가시처럼 독자의 마음 깊숙이 박히고, 한 번 찔린 마음은 잊을 수 없다. 그녀의 글은 생생하게 아스라한 슬픔과 연민 그리고 여운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자식을 먼저 잃은 여자들 모두가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멀쩡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_「마침내 서서히, 빈 집」
그 틈으로 샛노란 부리를 가진 어린 새들이 쏟아져 나온다. 새들은 일제히 여자의 품속으로 날개 짓하며 들어온다.
_「마침내 서서히, 빈 집」
다시는 볼 수 없는 그 시절 모든 것들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멀어져 간다. 기억의 행복과 결핍의 슬픔은 여전히 입에서 터지는 탄산의 죄책감이 되어, 달콤하지만 씁쓸한 기억으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봉인封印해 유한한 감정으로 가져갈 것이라면 그녀는 절절히 앓고 있는 이 순간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_「사우다드」
작가 소개
지은이 : 경번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과 대학원, 임상심리상담 대학원 졸업. 글쓰기·문학·독서·영화·사진(통합매체)을 활용한 심리상담을 가르치면서 상담사이자 치유사로 소설가로 활동. 1995년 한국여성문학상, 2020년 《문학과의식》 신인상, 소설 동인집 『신소설』, 2024년 김포문화재단 예술활동창작기금 받음.
목차
추천사 │ 채희윤 (소설가)
경번이라는 작가에게 부치는 글 007
여는 글 │ 김윤정 (서평가)
젖은 속옷을 말리는 일 014
마침내 서서히, 빈 집 021
사우다드 053
화담 087
진홍토끼풀밭에 밤이 내리면 115
연화, 마주치다 149
너를 기억한다 175
굿문, 시인의 까망 이슬 205
해설│ 이송희 (시인 · 문학평론가)
집의 부재, 떠도는 주체들 227
작가의 말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