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새들이 전하고 싶은 말을 사람의 언어로 상상하며 풀어낸 동시집이다. 작가 서서희는 국어교사로 아이들과 청소년을 만나며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남편 윤상근이 30여 년간 촬영한 진귀하고 생생한 새 사진과 함께 엮어냈다. 각 동시는 새들의 생태, 습성, 가족 관계, 생존 전략, 환경 위협 등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내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출판사 리뷰
-새들의 삶을 빌려 사람의 마음을 노래하다
새 사진과 함께하는 동시집 『저 새는 무슨 말을 할까?』는 단순히 자연을 관찰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새들의 몸짓과 소리를 시로 해석한 언어의 예술이며, 사진과 함께 펼쳐지는 자연 생명에 대한 섬세한 연민의 기록이다.
1. 시와 사진, 두 감각의 교차
책은 매 동시마다 윤상근 작가의 현장감 있는 생태 사진과 함께한다. 무심한 듯 정적인 장면이지만, 시인의 언어는 그 순간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한 마리의 동박새가 홍시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밥 먹는 새 편히 먹으라고 괜히 먼 곳을 본다”
이 한 줄이 전하는 배려와 기다림의 철학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울림을 준다.
2. 새의 삶을 통해 되돌아보는 인간의 삶
작가는 새들을 단지 관찰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새들의 행동을 통해 사람의 삶을 투영한다.
“엄마를 기다리는 솔부엉이 형제”나, “무심한 듯 앉아 있는 파랑새 아빠”, “시험 망치고 털을 부풀린 유리딱새” 등은 우리가 마주한 감정과 상황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이러한 시적 전환은 독자로 하여금 생명 간의 연결성과 공감을 경험하게 만든다. 독자는 어느 순간 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새의 마음을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3.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적 가치
책에는 뿔제비갈매기, 루시즘 참새, 넓적부리도요 등 희귀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도 등장한다. 단순한 동시집이 아닌, 환경 교육의 시작점으로서도 훌륭하다.
작가는 “이 새는 왜 이러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태적 맥락과 과학적 설명까지 덧붙인다. 뿐만 아니라 “먹이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둥지라는 게 별거냐?”, “다문화 시대의 후투티”처럼 다양성과 공존에 관한 메시지까지 담겨 있어, 이 책은 생태 교육을 넘어 인성 교육서로도 읽힌다.
4. 감정과 지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드문 시도
서서희 작가는 오랫동안 국어교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각 시 뒤에 이어지는 설명에서 새의 생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함께 제공해 감성과 지식의 균형을 이룬다.
요약하자면 『저 새는 무슨 말을 할까?』는 단순한 동시집이 아니라, 시와 사진, 생태와 감성이 만나는 다층적인 책이다. 아이들에겐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어른들에겐 잊고 지냈던 순수한 시선을 되돌려준다.
“작은 새가 전하는 커다란 말”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은 날갯짓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들꿩의 점심 식사
생김새와 달리
차려 놓은 밥상은
너무 예쁘다
보랏빛 들꽃
콕 콕 콕 콕
쪼아 먹는다
이른 봄에 남양주 세정사, 광주 무갑사, 가평 현등사, 의왕 청계산 등지에서 들꿩을 만났다. 들꿩을 찍다가 야생화 현호색을 먹는 게 찍혔다. 새가 꽃을 먹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그 이후 들꿩을 찾기 위해 야생화 단지에 가곤 한다.
기다림
엄마가 일하러 가셨어요
맛있는 거 사오신대요
언제 올까?
솔부엉이 형제는
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려요
아직 밤 되려면 멀었는데
여주 신륵사 주차장에서 만난 솔부엉이 새끼들 모습이다. 솔부엉이는 평지와 산지의 숲속에 서식하는 새로, 낮에는 나뭇가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어두워지면 활동하는 야행성 조류이다. 포란이나 육추를 할 때 성조는 항상 둥지를 지켜보는 곳에 앉아 있다고 하는데, 이날 성조는 보지 못하고 어미를 기다리고 있는 새끼들만 찍었다.
셋쯤이면
하나는 약하다
둘도 약하다
그래도 셋쯤이면
해볼 만하다
이유 없이 먹이를 빼앗는
이유 없이 할퀴는
이유 없이 내쫓는
셋이면
저 힘센 흰꼬리수리에게
덤빌 만하다
교동도에서 만난 까마귀와 흰꼬리수리들이다. 흰꼬리수리라고 하면 맹금류 중에서도 최상위 맹금류라고 하겠는데 까마귀가 흰꼬리수리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 까마귀는 까치, 앵무새와 함께 새 중에서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큰 맹금류를 겁내지 않고 다가가기도 하고, 독수리에게 협상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서희
서울에서 나고 자랐어요.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요. 국어교사로 긴 시간 동안 어린이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구상했지요. 남편과 함께 새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봄이면 이동하는 새들을 만나러 섬에서 한달살이를 하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동시를 쓰게 되었어요.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을 수상하고, 사진집 『볼매 우리새』(공저)와 동화집 『할머니의 패션쇼』가 있답니다.
목차
작가의 말_ 작은 새가 전하는 커다란 말
들꿩의 점심 식사/기다림/셋쯤이면
참지 말아라/분명있다/새에게 배운다
함께/집으로 가는 길/새들을 구하려면?
비 오는 날/먹방/다문화 시대
왜가리는 생각 중/저 새는 지금 무슨 말을 할까요?
먹어도 먹어도/입맛 다시는 흑로/궁금증
용기/꽈당/발걸음/우리랑 똑같네
현등사 까막딱따구리/땅콩 담은 접시/발찌
남들과 달라서/잔소리 갈매기/참새모녀
미안해/나 화났어!/변신 로봇
어청도 호텔/꼬리가 길면/속도 위반
큰형/누가 뭐래?/누구야!
물까치 통신병/두루미 한 쌍/고니학교에서도
새들의 밥상/먹이 앞에서는/집/탓
이름이 뭐니?/낚싯줄에 감겨서/아픈 척
새들의 올림픽/독수리 식당/새들의 궁궐
가창오리 춤춘다/이유/죽을 만큼 힘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