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우리 고전 시리즈 17권. 「춘향전」과 더불어 가장 널리 읽혀지는 뛰어난 작품이다. 단순히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이 아닌, 대조적인 두 인물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어떤 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또한 어쩌면 흥부와 놀부의 모습 모두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밥알을 입으로 훔쳐 넣으며 흥부가 사정하는 투로 말했다. “형수님은 뺨을 쳐도 먹여 가며 치시니, 감사한 말을 어찌 다 하겠습니까. 수고스럽겠지만 이 뺨마저 쳐 주십시오. 이왕이면 밥이 많이 붙은 주걱으로……. 그 밥으로 아이들 구경이나 시켜야겠습니다.”
《흥부전》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후세 사람들의 모범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란 뜻으로 ‘고전’이라 한다. 《흥부전》은 판소리에서 소설로 거듭난 작품이다. 판소리란, 이야기로 된 노래를 광대가 북 장단에 맞추어, 혼자 목소리로 온갖 몸짓을 해 가면서 부르는 것을 이른다. 요즘 말로 하면, 혼자서 공연하는 뮤지컬쯤 될까. 우리 겨레에게만 있는 민속 예술의 한 가지이다. 《흥부전》은 《춘향전》과 더불어 가장 널리 읽혀지는 뛰어난 작품이다. 요즘 온갖 외국 이야기에 빠져 있는 어린이들이 이런 고전 소설을 통해 우리 얼을 본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흥부전》은 그 내용이 좋을 때나 궂을 때나 한껏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다시 동정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가난을 몸으로 겪는 흥부의 모습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심술궂은 놀부가 망해가는 모습에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특성인 해학諧謔과 풍자諷刺에서 비롯된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위협이나 공포가 아닌 웃음으로 일깨워 주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해학이란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이고, 풍자란 남의 결점을 무엇에 빗대어 재치 있게 깨우치게 하거나 비판한다는 뜻이다. 또한 권선징악은 착한 일을 장려하고 나쁜 일을 못하도록 하는 가르침이다.
또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서민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사회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잘 읽으면 진실을 찾아낼 수 있다. 흥부와 놀부는 조선 시대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이웃에도 살고 있다. 지금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마음의 거울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각 다른 마음가짐과 행동을 보이는 놀부와 흥부의 모습이다. 흥부와 놀부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는지를 비교해 보면서 내가 만약 그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흥부는 비참하고 억울한 상황에 처했지만 형 놀부를 원망하거나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신에게 직면한 현실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놀부는 부족함이 없는 자신의 현실에서도 끊임없는 불만과 욕심으로 자신을 괴롭힌다. 더 많이 가지려고 부당한 방법까지 가리지 않는 놀부의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이처럼 《흥부전》은 단순히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이 아닌, 대조적인 두 인물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어떤 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또한 어쩌면 흥부와 놀부의 모습 모두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1. 착한 동생을 쫓아낸 나쁜 형
“흥부, 너 이 집에서 나가거라!”
놀부가 먼 산을 보며 툭 던지듯 말했다. 그러고 나서 흥부를 곁눈질로 흘겨보았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형님, 뭐 심부름 시킬 거라도 있습니까?”
흥부는 무릎걸음으로 놀부 곁으로 다가앉으며 물었다. 놀부는 흥부가 다가온 만큼 물러앉으며 혀를 쯧쯧 찼다.
“어찌 말귀가 그리 어두우냐? 너는 네 가족을 데리고 나가서 살라는 말이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그럼, 다 잘못했지. 특히, 형제라 하는 건 어려서는 같이 살되, 제 가족을 갖은 뒤에는 저마다 생활하는 게 떳떳한 법이다. 그런데 넌 이 형님께 더부살이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고약하지. 냉큼 나가거라!”
흥부는 처음에는 놀부가 섭섭한 일이 있어서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듣고 보니, 쫓아낼 요령(要領: 적당히 해 넘기는 잔꾀.)이었다. 깜짝 놀란 흥부가 울면서 말했다.
“형제는 손발과 같지 않습니까? 우리 단 두인데, 우리 형제 따로 살면 화목하지 못함이니, 다시 생각해 주세요, 형님.”
여러 말 할 것 없다. 너만 착한 척하지 마라. 나 열받는다.”
놀부는 표독스런(慓毒스런: 표독스럽다. 사납고 독살스러운 데가 있다.) 눈길로 난간해(難艱해: 난간하다. 간난하다. 몹시 힘들고 고생스럽다.) 어쩔 줄 모르는 흥부를 노려보았다.
본디 아우에게 딴살림을 차리게 하면, 집을 한 칸 지어 주고 논밭도 좀 떼어 줘야 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러나 놀부는 집은커녕 맨손으로 내쫓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흥부의 착한 말을 들으니, 더 부아(부아: 노엽거나 분한 마음.)가 치밀었다. 눈을 부릅뜨고 두 팔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이놈, 흥부야. 잘살아도 네 팔자[八字: 사람의 한평생의 운수. 사주팔자에서 유래한 말로, 사람이 태어난 해와 달과 날과 시간을 간지(干支)로 나타내면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 속에 일생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본다.]이고 못 살아도 네 팔자이다. 그런데 넌 어찌 허구한 이 형을 뜯어먹고 살려 하느냐? 잔말 말고 어서 꺼져라!”
이제 가까이 다가갈 엄두(엄두: 감히 무엇을 하려는 마음을 먹음. 또는 그 마음.)가 나지 않자, 흥부는 뜰로 내려서서 놀부를 쳐다보며 통사정했다.
“집도 없이 나가서, 저희 내외와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어디서 살라는 말씀입니까?”
“너는 그 생각부터 뜯어고쳐라. 식구가 많으니, 모두 달려들어 일하면 집 한 채쯤이야 며칠 안에 지을 수 있는데 엉정벙정하는(엉정벙정하는: 엉정벙정하다. 쓸데없는 것들을 너절하게 벌여 놓다.) 게냐?”
“땡전 한 푼 없이 나가서 뭘 먹고, 어떻게 살라고 이러십니까?”
“아버지가 널 막내라고 응석받이로 길러서 탈이야.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 식구가 많으니, 모두 나가서 한 냥씩 동냥을 해도 열 냥은 금방이다. 입에 풀칠할 걱정이라니 뻔뻔하구나. 이번 기회에 네 놈의 그런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 그러니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작가 소개
저자 : 김병규
1948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났습니다.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했고,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춤추는 눈사람〉,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심심교환〉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문학상.소천아동문학상.해강아동문학상.박홍근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동화집 《희망을 파는 자동 판매기》 《백 번째 손님》 《하얀 수첩의 비밀》 《까만 수레를 탄 흙꼭두장군》 《종이칼》, 어린이를 위한 칼럼집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어른을 위한 동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등을 냈습니다.
목차
머리말
1. 착한 동생을 쫓아낸 나쁜 형 / 2. 흥부네 집 /
3. 몽둥이찜질에다 주걱으로 뺨까지 / 4. 매품도 못 파는 팔자 /
5. 이 일 저 일 다 해도 굶을 수밖에 / 6. 다친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오다 /
7. 슬근슬근 박을 타세, 박 속에서 보물이 / 8. 부자 흥부를 찾아간 놀부 /
9. 제비 다리 부러뜨려 박씨를 받아 내다 / 10. 놀부가 기가 막혀, 첫 박에 생때같은 양반이 /
11. 셋째 박에서는 스님이, 넷째 박에서는 상두꾼이 / 12. 생금아, 어디 있니? /
13. 여덟째도 허탕, 아홉째 박도 허탕이로다 / 14. 놀부를 혼내려고 장비가 오다 /
15. 색깔만 황금색이구나! / 16. 그래도 우리 형님 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