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832년 봄, 영국의 작은 도시 위디 바텀에 사는 열다섯 살 소년 네드는 교회지기인 할아버지와 파리 모스카와 함께 살며 교회 뒤 묘지에 묻힌 위디 바텀 주민들을 돌본다. 평화롭게 무덤을 파고 관을 묻으며 생활하던 어느 날, 누군가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훔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묘지에서 치러진 장례식에 웰레스트 가문의 아가씨 비드가 찾아와 이름 없는 무덤에 대해 물으며 기묘한 인상을 남긴다.
비드는 낡아 빠진 저택에서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데, 가문의 수치로 여겨지는 조상 허버트의 기이한 연구에 매료되어 몰래 과학 공부에 매진한다. 하지만 비드를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는 비드가 어서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비드를 피니어스라는 남자와 결혼시키려 한다. 훤칠하고 똑똑하며 다정한 피니어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비드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단점이 하나 더 보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결혼만큼은 막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모든 인물에게는 보이는 것과는 다른 비밀이 한 가지, 혹은 그 이상 숨겨져 있다.
출판사 리뷰
‘그 애가 남긴 향긋한 꽃냄새가 묘석 주변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무덤을 파는 소년과 무덤을 찾는 소녀의 묘지 옆 로맨스
과학과 마법이 절묘하게 얽혀 있는 고딕 미스터리 소설<오비디언스 웰레스트는 죽지 않아>는 19세기 초 영국의 과학 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고딕 미스터리 소설이다. 교회 뒤편의 묘지와 오래된 저택 두 곳을 오가며 시신과 생명,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하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고 마르고 지저분한 네드, 시체 같은 네드의 할아버지, 장갑을 절대 벗지 않는 비드, 금속 코를 단 피니어스 등의 주요 인물들은 그 외형만으로도 기묘한 매력과 확실한 존재감을 준다. 생명을 창조하는 것과 생명을 연장하는 것, 결국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파리인 모스카를 포함한 모든 동물들과 자유자재로 의사소통하는 네드의 이상한 능력, 양쪽 눈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몸 또한 죽은 사람처럼 생긴 할아버지의 존재에 크게 의문을 품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네드와 할아버지의 낮은 신분과 천대받는 직업 때문에 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발전들을 과학으로 여겨야 할지, 마법으로 여겨야 할지 헷갈리던 시대적 배경이 잘 녹아 있는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무덤을 파고 시신을 만지고 묘지를 관리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아 할아버지와만 생활해 온 네드, 유서 깊은 웰레스트 가문의 딸이지만 하인들의 봉급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하여 하인 몇과 가정교사, 아빠와만 생활해 온 비드. 일찍 부모님을 잃고 또래와의 교류 경험이 없는 상태로 독특한 집에서 외롭게 자란 두 아이는 시체 분실과 도난, 그리고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함께 파헤치며 금세 끈끈한 친밀감을 쌓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끔찍한 일일 뿐이겠지만, 비슷한 배경에서 자란 두 아이에게는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오히려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반짝임이 된다.

“저기 뒤쪽에 있는 무덤 말이에요. 교회 뒤편에, 새장 같은 걸로 덮여서, 혼자 외롭게 있는 무덤이요.”
이름 없는 무덤을 말하는 거였다. 오두막을 제외하고 묘지 전체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나를 한번 흘깃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무덤 방호 장치라는 거예요, 아가씨.”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게 뭐죠?”
“쇠창살로 새장처럼 만든 거요. 그걸 무덤 방호 장치라고 부릅니다.”
“그거 흥미롭네요. 무덤 주인을 보호하려고 만든 거겠죠?” 그 애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 여자애가 뭘 알고 싶어 하는 건지 가늠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곁눈질했다. 내가 오랫동안 궁금해하던 걸 그 애도 똑같이 궁금해하는 게 틀림없었다.
“무덤 주인이 누구죠? 묘석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던데요?” 그 애가 말했다.
할아버지가 대답하려는 찰나, 나는 참지 못하고 먼저 불쑥 말해 버렸다. “우리도 몰라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묘석이 계속 그렇게 빈칸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렇죠, 할부지?”
“이건 ‘전호’라고 부르는 건데, 전기로 인해 생긴 불꽃이에요.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모던트 전지라고 이름 붙인 장치로 이런 강력한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이 불꽃을 통해 알 수 있는 거죠.” 피니어스가 말했다.
그는 볼타 파일의 윗부분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걸로 뭘 할 수 있나?” 아버지가 물었다.
“모든 것에 다 쓸 수 있습니다. 빛을 내고, 열을 내고, 동력을 만들 수도 있죠.”
“동력도 만든단 말인가?”
“아, 그럼요. 우리 몸의 근육이 움직이는 것도 다 전기 자극 때문이란 건 알고 계셨나요?”
피니어스가 루이지 갈바니의 개구리 실험을 언급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 무렵 부유한 집에서는 다 같이 모여 죽은 불쌍한 개구리에게 전류를 흘려보낸 뒤, 개구리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걸 지켜보는 게 사실상 오락거리처럼 여겨지곤 했기 때문이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니, 피니어스가 뭘 하려는지도 알 것 같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니콜라스 볼링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가로, 『위치본Witchborn』, 『영웅의 그림자In the Shadow of Heroes, 『외딴 섬의 노래Song of the Far Isles』로 코스타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는 영국의 체스터에서 자라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고전학을 전공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 외에도 고전학 교사로 일했으며, 한 장의 앨범과 두 장의 EP를 공동 작곡·녹음·발매한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는 서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런던에 살지만 산을 오르거나 아주 차가운 물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런던 밖으로 나갑니다.
목차
I, II, III, IV. 네드
V, VI, VII, VIII. 비드
IX, X, XI, 네드
XII, XIII, XIV, XV. 비드
XVI, XVII, XVIII, XIX. 네드
XX. 비드
XXI. 네드
XXII. 비드
XXIII, XXIV, XXV. 네드
XXVI, XXVII. 비드
XXVIII, XXIX. 네드
XXX, XXXI. 비드
XXXII. 네드
XXXIII. 비드
XXXIV, XXXV. 네드
XXXVI, XXXVII. 비드
XXXVIII, XXXIX, XL. 네드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