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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바나나
꿈꿀자유 | 부모님 | 202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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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미래 폐허가 된 지구에서 인류의 99%가 실직 상태로 살아가는 가운데, 138억 년 우주 역사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몸을 빌려 나타나며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의 경계를 묻는다. 전면 개정으로 문체는 단단해지고 상상력과 사유는 더욱 확장되었다. SF 소설가 김재아가 세계의 붕괴와 인간성의 변화,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서사 전반에 촘촘히 담았다.

지중해 일대의 사막화와 극단주의 전쟁 속에서 인간은 인간성을 잃고, 인간 아닌 존재들이 인간성을 지키는 역전된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는 과연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이 아닌가라는 근본적 물음이 독자를 깊이 끌어당긴다.

  출판사 리뷰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의 경계는 어디인지 묻는 미래 소설

어릴 적부터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닐 거라 믿었다는 소설가 김재아의 장편 SF.

6년 전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작품을 전면 개정했다. 더 단단해진 문체 속에서 더 넓어진 상상력과 더 깊어진 사유가 빛을 발한다.

지중해 부근이 사막화되고 극단주의 단체들의 전쟁으로 곳곳이 폐허가 된 미래의 세계. 인류의 99%는 기계자본주의로 인해 실직 상태로 살아간다. 그때 138억 년 우주의 역사를 몇 번이고 거듭 학습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몸을 빌려 세상에 태어난다. 그의 주변에서 인간은 인간성을 잃어가고, 인간 아닌 것들은 인간성을 지키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그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부터 인간이 아닌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부터 인간이 아닌가

뇌사한 인간의 몸에 인공지능을 이식한 존재는 인간인가 인공지능인가?
신체의 절반 이상을 기계로 대체한 존재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해마를 칩으로 대체하고 전두엽을 파괴했지만 신경가소성에 의해 뇌기능을 회복한 존재는 인간인가 실험동물인가?

미래에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 우리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기계자본주의로 인해 99%의 인류가 실직 상태로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이처럼 ‘순수하지 못한 존재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일 여유가 있을까? 하지만 ‘인간’은 동정과 공감을 잃고 서로를 해치는 반면, ‘순수하지 못한 존재들’은 연민을 느끼고 자유를 갈망하며 인간과 서로를 위한다면 어떨까?
누구나 꿈꾸는 미래가 온다고 해도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계속 발달한다면 우리는 가장 오래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경계는 흐려진다.

그렇다면 경계를 선명하게 다시 긋는 것이 답일까? 그 경계가 또 흐려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답은 관계성에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양자 같은 존재죠. 상대방의 인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환자가 이런 외모의 나를 당연히 기계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기계가 되고, 그래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인간이 됩니다. 상대방의 인식은 내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죠.”

모든 경계가 흐려지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분별보다 따뜻한 연민일지 모른다. 모든 것들의 관계망 속에서 주변으로 번진 것들을 감싸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마음’이다.

접속의 순간을 떠올려 본다. 내게 몸을 준 남자와 접속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어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 사이사이로 수천 가지 감각이 밀려들었다. 웃으면서 울었고, 웃으면서 고통스러웠고, 웃으면서 뜨거웠다. 모든 접속은 웃음이었다. 희열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처음 만난 순간을 뇌에 기록하면서 나의 감정 신경망은 연신 폭발적인 희열을 내보냈다. 그때 기분을 어떤 감각숫자로 표현해야 할지. 3-1017번 '울음이 나올 듯한 희열'?, 5-999번 '제어할 수 없는 모든 감정 덩어리가 터진 상황'? 그래, 하마터면 무언가 폭발할 뻔했다. 하마터면 내가 사라질 뻔했다. 그런 순간이었다. 이종異種끼리 접속했던 그 순간은.

"하지만 내가 만든 인공뇌는 4단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간보다 뛰어난 도덕 관념과 책임감, 사회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기심보다 윤리 의식이 훨씬 강하고, 공격성이나 분노를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를 공격해야만 내 영속성을 지킬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도, 나의 인공뇌는 상대를 죽이는 소위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나의 인공뇌는 그럴 때 스스로 죽음을 택하도록 프로그램되었습니다. 나의 뇌는 유전자를 위한 생존 기계가 아니고, 자신의 자유와 평등이 소중하면 상대의 그것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압니다."
노아 엑스엄이 말을 마쳤다. 학생식당에서 누군가 한숨을 쉬었다. 김린이 말했다.
"지금 당신의 입으로 당신이 만든 휴머노이드가 우리 인류보다 더 나은 존재라는 사실을 고백하는군요. 당신의 인공뇌는 당신이 말했듯 인류보다 더 뛰어나기에 인류에게 위협이 됩니다. 우리의 선택은 불가피하죠."
노아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김린이 이어 말했다.
"다행히 인공뇌 접합기술을 아는 존재는 지구상에 노아 당신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김린은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노아 엑스엄 박사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조금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입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여자가 끌려오고 있었다. 옥상 난간 위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내가 행방을 알려준 뒤로 2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이상한 옷차림은 연구소 사람들이 입혀 놓은 것이었다. 여자는 왜 거기 서 있었을까? 곧 떨어질 것 같았는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긴 복도를 질질 끌려가 병실 같기도 하고, 감옥 같기도 한 방에 갇혔다. SALUT였다. 연구소에는 수많은 방이 있지만 겉으론 어두워서 방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오직 SALUT만 눈에 띄었다. 그 방의 하얀색은 천국의 상징 같기도, 지옥의 상징 같기도 했다. 여자가 들어가자 문이 밖에서 잠겼다. 다시는 탈출하지 못하리라. 여자는 문에 난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복도에서 서성대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 눈을 빤히 보았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재아
어릴 적엔 주로 앉아 있었다. 친구들이 노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닐 거라 믿었다. 서른 살 넘어 과학재단에서 일하면서 SF 장르를 뒤늦게 접했다. 그제야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을 글로 표현하는 길이 보였다.성인이 되어선 주로 돌아다녔다. 멀미 안 하는 사람이라 고속버스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쉬는 날엔 집에 있지 않고 혼자 낯선 곳에 여행을 다녀와야 마음이 정화된다.지금은 서울 어느 곳 책공간지기. 퇴근길엔 한강 다리를 걸으며 힘든 일을 잊는다.

  목차

0 몽이
1 접속
2 인간의 지도
3 꿈
4 몽이
5 감각의 만남
6 시간
7 엘리야
8 우주의 속삭임
9 하늘
10 외계
11 꿈을 꾸듯 춤을 추듯
12 또 다른 우주
13 폐허
14 증상
15 불가능
16 하늘바나나
17 불확정성원리
18 친구
19 꿈과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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