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한층 성숙해지는 어린이들의
마음 성장을 그려 낸 동화 주인공 나봄은 방학에 엄마의 지인 영희 이모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그림일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봄이는 영희 이모의 그림 수업에 쓸 풍경 사진을 찍으러 가던 길, 노랑과 파랑 단 두 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재하 오빠를 만납니다. 재하에게 노랑과 파랑은 친구의 마지막 순간과 관련한 색이었습니다. 재하의 친구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푸른 바다에서 노랑 수영복을 입었습니다. 그 후로 재하에게 노랑과 파랑은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봄이는 빨강을 두려워합니다. 빨강은 아빠의 마지막 순간, 아빠의 머리를 뒤덮은 피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기 때문이지요. 노랑과 파랑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리면서 아픔의 순간을 복기하는 재하와 달리, 봄이는 빨강을 멀리하며 지냅니다. 그러던 봄이와 재하는 서로의 아픔을 꺼내 보이게 되는데요. 이 둘이 서로의 아픔을 꺼내 보이자, 잔잔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상처의 색을 마주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나의 첫,》이 전하는 마음 성장 이야기《나의 첫,》은 등장인물들이 처한 슬픔을 색깔로 나타낸 동화입니다. 재하에게는 파랑과 노랑이, 봄이에게는 빨강이 아픔의 색이었지요. 재하는 파랑과 노랑으로 그림을 그리고, 봄이는 빨강을 두려워하며 멀리합니다.
봄이는 재하의 친구가 푸른 바다에서 노랑 수영복을 입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마음속에 꼭꼭 숨겨 두었던 빨강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재하의 노랑이 봄이에게서 빨강을 불러내고 새삼 일깨운 것이지요. 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빨강에 다가서며, 아빠의 붉은 피로 가득했던 그날의 기억 창고를 열게 됩니다. 봄이를 위해 입양한 강아지를 구하려다 교통사고로 숨진 아빠, 피로 가득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봄이는 밀려오는 슬픔을 차분히 마주하며 그 일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고, 슬퍼하는 자신을 스스로 힘껏 안아 줍니다.
봄이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엄마가 없는 현미의 아픔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현미는 엄마에게 동생을 낳아 달라고 졸랐고, 엄마는 동생을 낳다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자신처럼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미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게스트 하우스에서 열리는 그림 교실에서 봄이는 재하, 현미 등과 함께 마음의 풍경을 그립니다. 재하는 봄이에게, 봄이는 재하에게 그림에 대해 설명하며 서로의 아픔을 꺼내 보입니다. 봄이는 친구의 죽음에 대한 재하의 마음을 들여다본 후, 여태 봉인해 왔던 빨강에 대해서 들려주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사람이 있고, 마음을 하나하나 꺼내 보일 수 있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재하와 봄이는 마음을 치유해 나가는 힘을 얻게 됩니다.
슬픔을 넘어 스스로를 안아 주는 법,
어린이를 위한 탄력 회복성 동화 시련과 아픔 등의 경험은 누구나 겪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이와 같은 일은 풀기 어려운 퍼즐처럼 여겨집니다. 어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관련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어린이들에게는 타격이 더 크기 마련이지요.
《나의 첫,》은 부모님, 친구 등의 죽음 등 크나큰 시련과 아픔을 겪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속도로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어 가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상호작용을 통해 애써 숨겨 왔던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지요.
봄이는 아빠의 사고를 자신 때문이라 여긴 채 기억을 가두어 버렸습니다. 봄이는 재하의 노랑 이야기를 들으며 되살아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힘들어합니다. 그렇지만 자책의 늪에 빠져 있지만은 않습니다. 봄이는 재하와 현미의 상처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며 성숙한 위로를 주고받습니다. 봄이를 포함한 재하와 현미는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아껴 주며 돌보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건강한 마음 성장을 해 나갑니다.
《나의 첫,》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며, 함께 회복되는 과정을 담은 성장 동화입니다. 감정의 혼란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이 어떻게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보여 주며, 어린이 독자들의 회복 탄력성을 돕습니다. 상실의 순간을 지나 더 단단해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공감과 치유의 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다 봤으면 가.”
이번에도 내 말하고는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내뱉는 명령어였다. 물론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괜한 오기 같은 게 발동했다. 나는 가지 않고 그대로 서서 남자애의 손길을 내려다보았다.
“뭘 그리는 거예요?”
거침없이 움직이던 손이 뚝, 소리라도 내듯 멈췄다.
“예쁜 색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파랑이랑 노랑만 써요?”
“무슨 상관이야.”
“그냥, 궁금해서요.”
“물이야.”
“물이요?”
“파랑.”
“아하. 그럼 노랑은요?”
“기억.”
“기억……. 아, 노란 리본처럼?”
“마지막 순간의 노랑.”
“마지막 순간?”
무심코 되뇌다가 아빠의 마지막 순간이 훅 떠올라 버렸다.
뭐였더라? 그날, 그 순간의 색깔은. 세상의 모든 색채를 다 덮으며 오로지 하나만 강렬했다. 빨강. 아빠 머리를 온통 뒤덮었던 색깔.
영희 이모가 암호처럼 던져 준 그 여덟 글자가 다시금 되살아났다. 오솔길을 저만치 뒤로 두고 뒷산 쪽으로 걸어가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말했다.
“힐링이라는 거 말이에요.”
“힐링?”
민주 언니였다.
“네. 그게 필요한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뭘까요?”
“음……. 잘은 모르지만, 지금처럼 이런 거 아닐까?”
“지금처럼 이런 거요?”
“곁에 있어 주는 거.”
“아…….”
곁에 있는 걸 거부하는 것 같은 사람한테는요? 그런 사람한테는 어떻게 해야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입안에 맴도는 말들 사이로 인주 언니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알맞은 거리에서 지켜봐 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