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11번째 책으로 주민현 시인의 청소년 시집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이 출간되었다. 기후 위기를 다룬 이번 시집은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인간이 남기는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이 불러올 내일을 어린 독자들과 함께 사유하는 시집이다.
주민현 시인은 “내일의 기후는 보다 나쁘고/우리는 사랑스럽지요”(「시인의 말」)라고 적으며, 더 나빠질 미래의 지구와 그 안에서 살아갈 존재들을 향한 애정을 동시에 품어 낸다. 지구가 서서히 변해 가는 모습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돌보는 마음에 기대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감정을 조용히 비춘다.
출판사 리뷰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11
주민현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 출간
인간이 멸종되고 나면
이 지구상에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도
모두 사라질까
모든 게 사라져도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은 남았으면 좋겠다
“지구에 남기고 간 우리의 작은 것들이 내일의 장면을 만들겠지요”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민현 시인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11번째 책으로 주민현 시인의 청소년 시집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이 출간되었다. 기후 위기를 다룬 이번 시집은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인간이 남기는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이 불러올 내일을 어린 독자들과 함께 사유하는 시집이다. 주민현 시인은 “내일의 기후는 보다 나쁘고/우리는 사랑스럽지요”(「시인의 말」)라고 적으며, 더 나빠질 미래의 지구와 그 안에서 살아갈 존재들을 향한 애정을 동시에 품어 낸다. 지구가 서서히 변해 가는 모습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돌보는 마음에 기대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감정을 조용히 비춘다.
이 시집은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재난을 ‘두려움’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지구가 멸망한다면’이라는 가설 속에서 사라질 사계절을 상상하고, “우리가 끝없는 얼음의 가시밭길을 걷는 마음이거나/맨발로 불구덩이를 지나야 하는 마지막 인류가 되었을 때/(중략)/그래도 나랑 같이 있을 거지?”(「지구가 멸망한다면」)라고 묻는 장면에는, 위기 속에서도 서로에게 기대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상 기후가 강화된 현실을 “1층의 우리 집은 축축이 젖을 것이다/지하에 고양이 가족은 꼼짝없이 갇힐 것이다”(「지금보다 눈이 더 많이 오면」)처럼 구체적인 일상의 언어로 포착하는 감각 역시 이 시집의 중요한 특징이다. 재난은 뉴스 속 숫자나 추상적 경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집과 가족, 생활과 마음에 스며드는 진짜 현실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주민현 시인은 인간의 역사 그 이후를 상상하며, 멸종에 가까운 미래의 지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도 한다. “2179년 (중략)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생존자의 맥박이 멈춘 것으로/최종 관찰되었다”(「인간 멸종 보고서」)고 말하는 시에서는 인간이 사라진 행성을 기계적 언어로 기록하며, 청소년들에게 지금 질문해야 할 윤리적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냉혹한 전망과 함께, 시인은 가장 작고 연약한 생명에게서 다시 희망을 발견한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식물은 새잎을 밀어낸다”(「이웃집 미정 언니」)는 문장은, 극한의 조건에서도 삶은 계속 자라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기후 위기라는 커다란 질문과 나란히, 이 시집은 청소년들의 아주 개인적인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우울함과 불안, 관계 속의 미묘한 상처들, 어른이 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시집에서 또 하나의 큰 축을 이룬다. “희수야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중략)/말이 되지 않는 말을 해도 우리는/친구야”(「레몬의 눈부심」), “뉴스를 틀면 우울한 소식뿐/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일까 봐//그렇다면 외계인이 될래요”(「수능 이후」) 같은 시구들은 기후 위기와 청소년기의 감정이 어떻게 포개지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미래가 불안한 만큼 서로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끝내 어딘가에서는 빛을 찾으려는 마음이 시에 담겨 있다.
류대성 인문학자는 추천사에서 “시가 정답을 말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가 건네는 공감과 위로는 힘이 세다”고 말한다. “나쁜 삶도/잘못 태어난 삶도 없어//내가 나에게 토닥토닥 말해 준다”(「나쁜 삶은 없어」)라는 시구처럼, 이 시집은 청소년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드문 목소리다. 지구의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개인의 마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시집은 그 흔들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그 마음을 받아 안아 주려는 시인의 다정함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은 멸망을 노래하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그 멸망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의 기록이다. 기후 위기와 개인의 상처가 나란히 놓인 지금, 이 시집은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어른들은 왜 그런지 궁금한 아이들에게”(「추천사」) 건네는 하나의 응답이다. 지구가 천천히 변해 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도 천천히 변하고, 천천히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독자는 지구를 걱정하는 ‘우리’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싶은 ‘나’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 속에서도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려는 마음, 아무리 작은 흔적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내일의 장면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주민현의 시는 그 믿음을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밝힌다.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이, 우리가 서로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미래의 지구 어디엔가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시집 전체에 고요하게 흐르고 있다.
세상에 겨울밖에 남지 않는다면
가을 구두코
여름의 땀 흘리기
봄의 자전거 내달리기
모두 사라진다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거나
한겨울 한파뿐이라면
세상의 계절이 두 개뿐이라면
그 계절이 무한정 길어져
우리가 끝없는 얼음의 가시밭길을 걷는 마음이거나
맨발로 불구덩이를 지나야 하는 마지막 인류가 되었을 때
우리는 걸으며 그런 미래를 상상한다
그래도 나랑 같이 있을 거지?
―「지구가 멸망한다면」 부분
지금이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폭우와 폭설과 가뭄은
더 많이 반복될 거라는 뉴스가 나온다
지금보다 눈이 더 많이 오면
지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면
남극의 해빙이 다 녹아 버리면
1층에 있는 우리 집은 축축이 젖을 것이다
지하에 고양이 가족은 꼼짝없이 갇힐 것이다
더 지하에 사는 존재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중략)
우리도 우리가 사는 길에 물길을 내고 숨길을 낸다
‘더 이상 무엇을 죽이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도 살아갈 수 있다면’
가정법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정이 가능하다
―「지금보다 눈이 더 많이 오면」 부분
2179년 3월 1일 뉴스를 시작합니다
지난 새벽 0시 25분 서울의 상공을 지나던 드론 DK-35에 의하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생존자의 맥박이 멈춘 것으로
최종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간의 생존 한계 기온이 초과되고
남극의 빙하 붕괴로 해수면이 상승, 강력한 집중 호우로
전 세계의 작물 생산량 또한 급감했다고 지난 방송에서 전해 드렸는데요
이에 따라 야생에서의 생존 가능성은 0.03%입니다
지하 벙커 및 기타 안전지대에 머무르고 있을 생존자 여부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으니
혹시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생존자들을 위해 이 방송을 전합니다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식량을 넉넉히 구비하십시오
이상 자동 촬영 및 자동 송출, 자동 저장되는 방송 여기서 마칩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이 보고서는 드론에 의해 자동 촬영된 내용을 바탕으로 자동 기술되었음.
―「인간 멸종 보고서」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주민현
책을 좋아하고 꿈꾸는 건 더 좋아했다. 공상과 산책이 특기이자 취미이다. 세상은 읽어도 읽어도 계속 페이지가 새로 생기는 책 같은 기분, 세상과 나를 탐구하기를 즐긴다. 시의 다정함과 반짝거림이 좋아서 시인이 되었다. 시집으로 『킬트, 그리고 퀼트』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공저 『연희와 민현』을 곁에 두고 있다.
목차
1부 이 지구상에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
지구가 멸망한다면
철새의 미래
끝까지 바라보기
새해맞이
지금보다 눈이 더 많이 오면
작은 것들의 힘
인간 멸종 보고서
영원한 여름
산불
초록색 강
식물의 말
작은 완두콩
죽은 새들의 노랫소리
멸종된 공룡을 찾아서
2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아기 냄새
나의 발견
가장 슬픈 사람
새가 된다면
커피와 새
내 동생 까미
문
개의 부드러움
이웃집 미정 언니
가벼운 산책
스며드는 빛
좋은 결말을 맺고 싶다
오래된 편지
3부 너희랑 있을 때 시간이 멈춘 것 같아
혼자인 날
레몬의 눈부심
문버드
진짜 귀한 것
발자국들
창문 열어 두기
야작
산사태
우리의 꿈을 새겨 넣었다
가장 먼저 등교한 날
낙서의 흔적
몰래 놀러 간 날
수능 이후
끝까지 재생된 뒤에
4부 나도 사랑받는 딸이고 싶었어
너의 입장
깨고 싶지 않아
아픈 날
생각은 구름
어려운 일
일기장
오늘의 슬픈 일
오늘 아침 침이 고였다
비밀의 속성
진로 상담
건물주가 꿈이라고 하면
너의 믿음
내일의 꿈
5부 나는 가장 시고 못생긴 과일
나쁜 삶은 없어
월드컵 수영장
봄의 기억
백일장
불의 의미
베이비 박스
생활의 단맛
정전
스윙
아무도 빌려 가지 않은 책
첫 중고 거래
준비, 시작
시인의 산문
웃음을 잃지 않는 용기
독서활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