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재미 한국인 2세 작가 플로라 안이 한국인이자 미국인으로, 캘리포니아와 서울 사이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며 품어 온 흔들리는 정체성과 가족의 비밀, 오해와 화해의 이야기를 한식 시간 여행 판타지 『달콤쌉쌀 시간 한입』에 맛있게 풀어놓았다.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마야네 집에 느닷없이 할머니가 찾아온다. 할머니가 차려 주는 한식을 한입 먹을 때마다, 마야는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가 할머니의 기억 속 장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잃어버린 퍼즐 조각처럼 여겨졌던 아빠의 놀라운 비밀을 두 눈으로 보게 되는데….
할머니와 시간 여행을 떠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맞춰지는 퍼즐, 떡국, 된장찌개, 송편, 미역국, 호떡까지, 서로를 이어 주는 따뜻한 한 끼와 달콤 쌉싸름한 시간 여행 속에서 오래도록 방치해 두었던 가족의 비밀과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는다. 상실과 아픔을 치유해 가는 한 가족의 용감하고 따뜻한 성장 이야기가 감칠맛 넘치게 담긴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
경계인의 감각, 성장의 언어“나는 항상 두 세계의 경계에 자리한 느낌이었고,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는 가족의 나라인 한국과 자신이 나고 자란 미국, 한글과 영어,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살아왔다. 경계에 서 있었기에 겪었을 혼란과 질문, 그리고 그 시선으로 포착한 삶의 층위와 존재에 대한 물음이 이 작품의 바탕이 된다.
작가가 지닌 ‘경계인의 감각’은 정제성의 답을 찾아 헤매는 청소년기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은 허전함, 설명되지 않는 공허함, 어디에 서 있는지 묻게 되는 수많은 순간들. 작가는 이러한 청소년기의 정서를 날 선 감각으로 섬세하게 포착해 따뜻한 성장의 언어로 풀어냈다.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경계에 선 청소년이 겪는 감각은 성장의 과정이지만 체념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통증이다. 하지만 회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깊이 숨겨질 뿐이다.
작가는 『달콤쌉쌀 시간 한입』의 주인공 마야를 통해 혼란과 질문을 외면하지 말고 똑똑히 바라보자고 말한다. 할머니에게 이끌려 떠난 반강제적인 시간 여행은 마야를 묻어 두었던 가족의 상처와 상실 앞에 데려다 놓는다. 금기처럼 덮여 있던 기억들, 말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 그리고 어딘가에 남아 있을 아빠의 흔적. 마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의 지난날을 따라가며 아빠의 흔적을 찾아 단서를 모은다. 엄마와 자신 사이에 오래도록 흐르던 차갑고 공허한 기류의 근원을 알아내기 위해 시간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청소년기에 맞닥뜨리는 혼란과 질문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피해 버릴까. 모른 척할까. 아니면 아프더라도 마야처럼 온몸으로 마주해 볼 것인가?
달콤하고도 쌉싸름한 우리들의 시간시간은 달콤하기만 하지 않다. 기쁨과 설렘 사이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쓴맛과 공허함이 스며 있고, 상실과 오해, 말하지 못한 마음과 끝내 닿지 못한 질문들까지 그 모든 것이 뒤섞여 비로소 우리의 시간이 된다.
『달콤쌉쌀 시간 한입』은 이 쓴맛을 지워 버리거나 덮어 두지 않는다. 달콤함과 쓴맛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그 시간을 어떻게 건너갈 것인지 묻는 시간 여행 판타지다.
달콤한 한식 한 입을 머금는 순간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이 이야기는 도망을 위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한 모험에 가깝다. 마야는 시간 여행을 통해 잊힌 기억과 숨겨진 비밀, 말해지지 않은 상처가 남긴 흔적을 하나씩 마주한다. 달콤했던 순간만이 아니라 쌉싸름한 시간까지 통과하며, 자신의 현재를 이루는 모든 시간을 받아들인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독자의 시간은 계속 흐른다. 그리고 그 시간 역시 달콤하기도, 쌉싸름하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그 모든 맛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 결국 우리의 이야기임을 분명하게 말한다.
한식의 맛처럼 겹겹이 우러나는 이야기이 수수께끼 같은 시간 여행 판타지가 오래 남는 이유는 이야기가 한 번에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뱃속뿐 아니라 마음의 허기를 달래 주는 한식처럼, 이야기의 맛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우러난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 말해진 이야기와 끝내 숨겨진 이야기들이 시간 여행을 따라 겹겹이 쌓이며 맛을 더한다.
이 다층적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시간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소년, 제프의 등장이다. 마야는 제프와 조금씩 가까워지며 서로의 아픔과 빈자리를 알아본다. 이 만남은 가족의 과거에 머물던 이야기를 현재의 관계와 미래의 가능성으로 확장시키며 이야기에 또 하나의 층위를 보탠다. 마야와 제프의 감정은 과거의 기억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두 사람이 현실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선택하게 될지가 이야기에 긴장과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달콤쌉쌀 시간 한입』은 하나의 맛으로 설명되지 않는 서사다. 시간 여행, 가족의 비밀, 새로운 만남,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마야의 현재가 차곡차곡 겹쳐지며 이야기는 끝내 감칠맛을 완성한다. 그래서 이 판타지는 읽을수록 서서히 맛이 살아나는, 한식의 맛처럼 겹겹이 우러나는 이야기다.

얼음 눈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마야는 팥과 과일의 달콤함부터 작은 육각형 모양 떡의 쫀득거리는 식감에 이르기까지 팥빙수의 모든 맛을 빠짐없이 음미했다. 두 번째 숟가락은 더욱 크게 퍼 담았다. 할머니는 마야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좋아할 거라고 했잖아. 그럼 이것도 마음에 들 거야.”
할머니가 갑자기 마야의 손을 꽉 쥐었다. 할머니의 차디찬 손가락에서 전해진 냉기에 마야는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세상이 사라져 버렸다.
아빠 얘기를 하면 엄마가 싫어하는 걸 잘 알면서도 마야는 조금이라도 아빠에 대해 알고 싶어서 구실을 만들어 내고는 했다. 아빠는 마야가 겨우 세 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기에 마야의 기억 속에는 없었다. 엄마에게 찔끔찔끔 알아낸 사소한 내용들을 이어 붙여 상상하고는 했지만, 마야에게 아빠는 조각이 절반쯤 사라진 퍼즐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사라진 절반을 엄마는 어딘가에 꽁꽁 숨겨 놓고 혼자서만 간직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플로라 안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작가이자 삽화가로 일한다. 쓴 작품으로 『퍼그 친구들Pug Pals』 시리즈가 있으며 아마존 오디오북 플랫폼인 오디블에서 『황금빛 과수원The Golden Orchard』을 만나 볼 수 있다. 한국인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랐으며 지금은 버지니아주에서 두 마리 퍼그와 함께 살고 있다.
목차
1.팥빙수 날씨
7 할머니의 레시피
13 꿈이 아니야
21 엄마와 딸
28 두 개의 마야
2.허기를 달래는 된장찌개
36 냄새의 정체
39 특별한 능력
47 멀티플렉스 기억 영화관
3.따끈한 생일 미역국
54 조별 과제
57 잔칫날
62 초대받지 않은 손님
4.피라미드 소풍 김밥
71 돌돌 김밥 말기
77 봄날의 왕릉 소풍
81 시간의 과수원
5.노릇노릇 빈대떡
90 빨강빨강 스웨터
95 삶의 순간들
101 제프의 비밀
106 아빠의 빈자리
6.우정의 짭더초 쿠키
117 쿠키 던지고 받기
121 비밀은 이제 그만
127 두 개의 목록
136 파랑파랑 마야
140 먼저 찾지 않을 거야
7.추석 반달 송편
152 굴리고 채우고 빚고
157 추석 전날
163 삼계탕 화재 사건
171 제프의 과거
8.새해 첫날 떡국
180 사라진 할머니
186 엄마와의 시간
191 긴긴밤
9.호호호 호떡
199 부엌에 모인 세 사람
207 유진과 마야
213 온전한 진실
224 제프 구하기
229 다시 시간의 과수원
233 못다 한 경고
10.크리스마스 이브
243 일상으로
248 5분만
255 안녕, 제프
261 안녕, 할머니
267 한국 독자에게
270 옮긴이의 말
272 독서 교육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