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6년에도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작을 책으로 엮었다. 이야기마다 작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면면을 읽을 수 있다. 내 안의 아이를 다독이듯 동심을 찾고 그것을 보여주고 키우는 어른의 고민이 행간에 녹아 있다. 2026년 15개 언론사에 실린 신춘문예에 당선된 19명의 동화 동시 작가들의 빛나는 작품들이다.
출판사 리뷰
2026 동심을 들려주다
동화의 독자는 어린이다. 좀 더 말하면,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그 마음을 통한 세계와 현실을 그려내고, 더 나아가 꿈과 이상의 세계까지 그리는 문학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어른일지라도 작품은 동심의 눈으로 그려야 한다.
동화작가는 어른의 세상을 살다가 동심이 그리워 돌아온 사람이다. 이 순수로의 회귀는 삶에 지쳐서가 아니다. 현실을 헤치느라 미처 돌보지 못해 뒤란으로 밀어낸 내 안의 아이가 칭얼거려서다. 이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다독이면서 쓴 글이 바로 동화다.
2026년에도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작을 책으로 엮는다. 이야기마다 작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면면을 읽을 수 있다. 내 안의 아이를 다독이듯 동심을 찾고 그것을 보여주고 키우는 어른의 고민이 행간에 녹아 있다.
2026년 15개 언론사에 실린 신춘문예에 당선된 19명의 동화 동시 작가들의 빛나는 작품들이다
쫄보 훈련일기
윤소정
〈훈련일기 시작〉
목표: 쫄보를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닭으로!
이유: 할아버지 생신에 잡힐 위기.
장소: 귀신의 집
남은 시간 : 7일
쫄보가 우리 집에 온 건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노란 솜뭉치 같은 쫄보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디를 가도 따라왔고, 내가 안 보이면 슬프게 울었다. 부리로 톡톡 건드리며 장난을 치거나 내 다리 위에 앉아 TV를 보기도 했다.
쫄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다. 이제는 진짜 닭처럼 보였다. 새벽이면 어둠을 뚫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꼬끼……끼오! 어느 날은 옆집 아줌마가 시끄럽다고 투덜댔다.
“더 크기 전에 잡는 게 낫지 않아요?”
나는 깜짝 놀라 할머니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냐며 쫄보는 우리 가족이라고 말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는데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생일 때 삼계탕을 할까 봐요. 여름이니까 몸보신도 할 겸.”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어떻게든 쫄보를 구해야 해.’
며칠 전 TV에서 봤던 신기한 동물들이 떠올랐다. 코로 붓을 잡고 그림 그리는 코끼리, 노래 부르는 원숭이, 두 발로 걷는 고양이.
‘쫄보도 유명해지면 괜찮을 거야.’
먼저 연습할 장소가 필요했다. 동네 아이들이 귀신의 집이라고 부르는 곳이 딱이었다. 뒷산이라 쫄보가 울어도 아무도 모를 거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쫄보를 품에 안고 살금살금 집을 나섰다.
해가 쨍쨍한데도 산속은 으슥했다. 무서웠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왜 안 오는 거야.’
시우와 귀신의 집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우는 보이지 않았다. 혼자 갈 생각을 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심장 소리가 쿵쿵 귀에 울렸다.
헉헉 숨을 몰아쉬며 시우가 달려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엄마 몰래 나오느라.”
“야, 너부터 들어가.”
팔꿈치로 시우를 툭 쳤다.
--- 중략 ---
고니의 동전
김령희
“야, 비켜. 냄새나니까!”
태오가 앞서가던 고니를 확 밀치고 교실로 들어갔다.
고니는 고개를 숙이고 교실 맨 뒤 자기 책상으로 갔다. 햇살 좋은 여름날 운동장 수업을 하고 들어오는 길이라 고니에게 땀냄새가 났다. 같은 운동을 했는데도 태오에게는 비누 향이 났다.
태오는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책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열었다. 안에는 인터넷 게임에 사용하는 아이템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다. 새로운 왕국의 왕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은 사자 동전도 있었다. 사자의 검은 갈기가 근사하게 새겨진 동전. 아이들은 동전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만지지 마! 보기만 해!”
태오는 2학년 2반의 왕이라도 된 듯 명령했고, 아이들은 고분고분 따랐다.
“진짜 많이 모았다. 검은 사자는 어디서 구한 거야?”
“내가 말만 하면 아빠가 다 사줘.”
짝꿍이 부러워하며 묻자 태오는 으스대며 말했다.
고니는 사자 동전이 궁금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했지만 태오 옆으로 갈 수 없었다. 제자리에서 머리를 쭉 빼고 태오를 보기만 했다.
“자, 이제 4교시 시작해야지? 다들 책 펼치세요.”
선생님의 말에 태오는 상자를 가방에 다시 넣었고, 아이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수업 내내 교실은 시끌벅적했지만, 고니는 조용했다.
딩동댕동, 종이 울리고 수업이 끝나자 태오와 아이들은 급식실로 몰려갔다.
고니는 제일 늦게 급식실에 들어가서는 맨 구석에 앉았다. 멀뚱멀뚱 식판만 보며 오물오물 밥을 다 먹고는 급식으로 나온 딸기주스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주스를 마시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고니의 팔을 세게 쳤다. 태오였다. 고니의 얼굴과 옷은 딸기주스 범벅이 됐다.
“갑자기 움직이면 어떡해? 나한테까지 튀었잖아!”
태오가 소리쳤다.
잘못은 태오가 했는데, 고니가 고개를 숙였다.
태오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공을 던져 때리고, 이유 없이 괴롭혀도 고니는 늘 가만히 있었다. 그럴 때마다 태오를 따라다니는 무리는 고니를 걱정스럽게 보았지만, 선뜻 돕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모두 태오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태오가 급식실을 나가자 으레 그랬듯이 아이들이 따라 나갔다.
고니는 손으로 옷을 툭툭 털고는 식판을 반납하러 갔다. 급식 선생님이 고니를 보더니 주스 묻은 얼굴과 옷을 휴지로 닦아주었다.
“에구, 어쩌다 이랬어?”
고니는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급식 선생님은 앞치마 주머니에서 젤리 하나를 꺼내 고니에게 주었다.
“이거 먹으면 기분 좋아질 거야.”
고니가 좋아하는 쫀득쫀득 젤리다. 고니는 젤리 봉지를 만지작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아직 점심시간이 남아 있었다. 태오가 있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보다 걷는 게 나았다.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마냥 걷다가 학교 창고까지 갔다.
--- 중략 ---
아이라는 이름의 북
조현숙
“어째 현고수는 아직 잎도 안 틔웠을까요?”
산하 할머니가 날 힐끔 보면서 말했어.
“그러게. 봄이 온 지가 언젠데. ”
연주 할머니가 맞장구를 쳤어.
“긴 겨울 넘어오느라 힘에 부쳤나 봐요.”
“그렇겠지. 저 봐. 몸통도 비었고 나이는 오죽 많아.”
할머니들 흰 머리카락 위로 봄 햇살이 반짝거렸어.
‘체, 자기들은 뭐 안 늙었나.’
명주바람이 혀를 차는 날 슬쩍 흔들고 지나갔어. 며칠 전부터 공원 정비 작업을 하러 오는 할머니들이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덕에 심심하지 않아서 좋긴 해. 산하는 올 초에 아빠와 헤어져 할머니한테 왔대. 연주는 예전부터 이 마을에서 삼대가 같이 살고. 둘 다 올해 햇살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1학년이 달랑 둘 뿐이라 단짝이 됐대. 난 혼잔데.
“띠링띠링”
아휴, 깜짝이야. 연주 할머니 핸드폰 소리잖아.
“애들 데리러 못 간다고? 그래, 알았다.”
연주 할머니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어.
“연주 어미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애들끼리 오라고 했다네.”
“집까지 걸어 오려면 제법 걸릴 텐데요.”
“둘이 같이 오는데 놀며 쉬며 오겠지.”
저 핸드폰 참 신통도 하지. 그 시절에도 저게 있었다면 의병들을 모으기 위해 내 허리에 북을 매달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때가 정말 좋았거든. 둥둥 울려 퍼지던 북소리와 의병들의 뜨거운 함성이 날 들뜨게 했어. 온몸으로 전해지던 떨림은 또 어떻고. 나라를 지키는데 한 조각 도움이 됐으니 이만한 삶도 없을 거야.
‘근데 요즘 나 왜 이러지? 나른해.’
산등성이에는 연초록이 번지고 눈앞에선 철쭉꽃이 방긋거려. 그때도 봄이었지. 벅찼던 그 봄을 기억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을까? 꽃도, 잎도 피우기 싫고 담장 아래 고양이들처럼 졸음이나 오고 말이야.
현고수로서 명성도 자자했지만 아득한 세월이잖아. 옹이 지고 휜 몸으로 균형을 잡아가며 사느라 안간힘 썼던 세월이야. 마을 사람들이 가지에 지주도 받쳐주고 곪아 터진 몸도 치료해 주면서 보살펴 준 살뜰한 정을 생각하면 기운을 내야 하는데 자꾸만 까라지네.
--- 중략 ---
작가 소개
지은이 : 황명숙
지은이 : 정남득
지은이 : 남지은
지은이 : 윤소정
지은이 : 김령희
지은이 : 조현숙
지은이 : 최승연
지은이 : 정경미
지은이 : 신미래
지은이 : 김현아
지은이 : 현정아
지은이 : 최재민
지은이 : 황채영
지은이 : 이해준
지은이 : 박양미
지은이 : 송이후
지은이 : 코샤박
지은이 : 류한월
지은이 : 송우석
목차
서문 | 2026 동심을 들려주다 | 김이랑 4
동화
강원일보 황명숙 점 빼 주는 사서 선생님 12
경남신문 정남득 내 이름은 미호종개 24
경상일보 남지은 다정, 다감 38
광남일보 윤소정 쫄보 훈련일기 52
광주일보 김령희 고니의 동전 68
국제신문 조현숙 아이라는 이름의 북 84
동아일보 최승연 날 좋아해줘 98
매일신문 정경미 하나, 둘, 셋, 넷, 다섯 114
무등일보 신미래 가오리 연 130
문화일보 김현아 구름을 잡는 방법 146
서울신문 현정아 엄마가 돌아오게 하는 방법 168
전북일보 최재민 롤러코스터가 멈춘 날 184
조선일보 황채영 내 박자는 조금 느려 200
한국일보 이해준 지피티가 그러는데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