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가르치며 배우는 선생님 이야기! 사람들은 특수학교라는 말에서 무엇을 떠올릴까요? 선한 사람이라면 가여운 장애 학생들과 헌신적이고 천사 같은 선생님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성이 고약한 사람이라면 아마…… 더 말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는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이야기입니다. 여느 학교의 교실에서처럼 선생님이 가르치는 교실에서도, 선생님은 가르치고 아이들은 배웁니다. 교육 내용과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특수학교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배우는 게 느리거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툽니다. 보통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을 이 아이들은 하나하나 천천히, 끈질기게 배워야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교육을 합니다.
선생님의 일과는 학교 버스 타고 오는 아이들을 마중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아이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인사합니다. 실내화를 잘 갈아 신게 돕는 것도 수업이고, 숟가락으로 밥을 먹게 하는 것도 수업입니다. 오줌이 마려운데 마렵다는 표현조차 못 하는 아이에게는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색깔 이름도 가르치고, 가게에 가서 과자를 사 오는 것도 가르칩니다. 마침내는 아이들이 혼자서 해내도록 가르치고 돌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다리를 못 쓰는 아이를 제 발로 걷도록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서도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입니다.
사실 선생님이 하는 일은 일반 학교 선생님들보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 보입니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해 보입니다. 작가 김영란은 취재를 하면서 그런 선생님들을 관찰하고 또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깊은 교감이 형성되어 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뿐 억지로 힘내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선생님들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취재에만 열중했습니다. 그 열정과 정성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이 공부하며 교감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아이들 말소리,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명랑한 글과 마음결이 느껴지는 섬세한 그림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사랑스럽게 드러냈습니다.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살려 냈습니다. 아이들이 세상 사람들과 웃으면서 어울려 지내기를 소망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꼭꼭 담았습니다.
어린 독자들은 이 책에서 불쌍하거나 귀찮거나 무서운 아이들이 아니라, 자기들처럼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배우며 자라는 장애 아이들을 만날 것입니다. 피곤에 지친 선생님이나 천사 같은 선생님이 아니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꾸중도 하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날 것입니다.
책 뒤 부록에서는 어린이들이 장애 어린이를 만났을 때 궁금해 할 법한 일들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레의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소개했습니다. 또, 선생님이 쓴 일기를 실어서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진지한 선, 섬세한 채색이 전하는 깊은 울림책을 쓰고 그린 김영란 작가는 참 진지한 사람입니다. 그의 그림을 이루는 선들은 어느 하나 빠르고 가벼운 것이 없습니다. 그 느릿한 선 속에 작가의 목소리와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목소리는 심각에 빠지지 않았으며 태도는 겉핥기로 가볍게 스치지 않았습니다. 진지한 목소리를 닮은 선과 섬세한 태도를 닮은 색깔로 빚은 그림이 독자의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듭니다.
인물들은 자기 이야기에 맞는 개성을 갖추어, 곳곳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인물의 표정, 손동작, 시선은 글로 적힌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교실 곳곳의 소품들, 동네 구석구석 풍경, 아이들과 수업하는 교구, 점심시간 급식실 풍경 들을 하나하나 만지듯 그려낸 탁월한 묘사도 눈에 띕니다. 풍경과 사물을 자세하게 드러내는 것을 넘어 묵직한 감정이 실린 묘사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모습이 다양한 구도와 시점으로 화면 속에 펼쳐집니다.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이 어우러진 화면들은, 마치 한 교실 안에서 여러 아이들이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 또는 동시에 여러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그런가 하면 독자의 시선을 단박에 붙들고 마음을 움켜쥐는 대담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두려움에 눈물 흘리는 아이의 얼굴을 화면 가득 담아 낸 장면은, 선생님의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해 줍니다. 달리던 아이가 매트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선 장면에서는, 바로 전까지 시끌시끌하던 소리를 일시에 딱 꺼 버린 듯한 정적이 느껴집니다.
이 책의 그림이 지닌 모든 덕목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이야기를 빚어낸 정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작가는 이 한 작품을 위해 꼬박 3년의 시간을 들였습니다. 가벼울 수도 없고 무겁지도 않아야 할 주제를 감당하고 소화해 내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쏟은 정성이, 마음이, 눈물이 독자의 마음 깊은 곳에 울림으로 가 닿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