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부모님 > 부모님 > 소설,일반 > 소설
청춘의 조각들 이미지

청춘의 조각들
열린출판 | 부모님 | 2026.03.23
  • 정가
  • 12,000원
  • 판매가
  • 10,800원 (10% 할인)
  • S포인트
  • 600P (5% 적립)
  • 상세정보
  • 13x21 | 0.187Kg | 144p
  • ISBN
  • 9791124225042
  • 배송비
  •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제주 5만원 이상) ?
    배송비 안내
    전집 구매시
    주문하신 상품의 전집이 있는 경우 무료배송입니다.(전집 구매 또는 전집 + 단품 구매 시)
    단품(단행본, DVD, 음반, 완구) 구매시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이며, 2만원 미만일 경우 2,000원의 배송비가 부과됩니다.(제주도는 5만원이상 무료배송)
    무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
    무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일 경우 구매금액과 무관하게 무료 배송입니다.(도서, 산간지역 및 제주도는 제외)
  • 출고일
  • 1~2일 안에 출고됩니다. (영업일 기준) ?
    출고일 안내
    출고일 이란
    출고일은 주문하신 상품이 밀크북 물류센터 또는 해당업체에서 포장을 완료하고 고객님의 배송지로 발송하는 날짜이며, 재고의 여유가 충분할 경우 단축될 수 있습니다.
    당일 출고 기준
    재고가 있는 상품에 한하여 평일 오후3시 이전에 결제를 완료하시면 당일에 출고됩니다.
    재고 미보유 상품
    영업일 기준 업체배송상품은 통상 2일, 당사 물류센터에서 발송되는 경우 통상 3일 이내 출고되며, 재고확보가 일찍되면 출고일자가 단축될 수 있습니다.
    배송일시
    택배사 영업일 기준으로 출고일로부터 1~2일 이내 받으실 수 있으며, 도서, 산간, 제주도의 경우 지역에 따라 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묶음 배송 상품(부피가 작은 단품류)의 출고일
    상품페이지에 묶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은 당사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되며, 이 때 출고일이 가장 늦은 상품을 기준으로 함께 출고됩니다.
  • 주문수량
  • ★★★★★
  • 0/5
리뷰 0
리뷰쓰기

구매문의 및 도서상담은 031-944-3966(매장)으로 문의해주세요.
매장전집은 전화 혹은 매장방문만 구입 가능합니다.

  • 도서 소개
  • 출판사 리뷰
  • 작가 소개
  • 목차
  • 회원 리뷰

  도서 소개

김귀례의 네 번째 시조집 『청춘의 조각들』은 청춘을 지나간 시절의 이름이 아니라, 오래 마음속에 남아 삶을 비추는 감각으로 다시 불러낸다. 시인은 “청춘의 여행은 / 여름날 한 잔 찬물 맛”이라고 말하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던 시간을 담담하고 맑은 언어로 돌아본다.

이 시조집은 짧은 형식 안에 삶의 온기와 사색의 깊이를 함께 담아낸다. 표제작 「청춘의 조각들」을 비롯해 「청춘 파는 시장에서」, 「별일 없지」, 「이미 청춘」 등은 기억과 관계, 시간과 위로를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펼쳐 보인다. 일상의 작은 장면과 사람 사이의 다정한 마음, 지나온 날의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길어 올리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출판사 리뷰

『청춘의 조각들』은 시인의 말에서 드러나듯, “넘칠 것도 덜 할 것도 없었던 / 내 청춘의 물결”을 돌아보며, 청춘을 한때의 시간이 아니라 오래 품고 가는 내면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낸다. 시인은 청춘의 여행을 “여름날 한 잔 찬물 맛”에 비유하며, 지나온 시간의 결을 담담하면서도 함축적인 언어로 길어 올린다.

이석규(가천대 명예교수) 평설에 따르면, 김귀례 시인의 시조는 단시조의 간결성과 함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의미를 쉽게 소진하지 않는 깊이와 무게를 함께 지닌다. 특히 주어와 서술의 생략, 이미지의 절제, 변죽을 울리듯 여운을 남기는 표현을 통해, 짧은 형식 안에서도 사유의 폭을 넓혀 보인다. 평설은 이러한 작품 세계를 두고, 청춘의 순수와 열정, 인간 본원에 대한 향수, 사람 사이의 인정과 존중, 그리고 깊이 있는 사색과 상상력이 어우러진 시 세계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청춘의 조각들』에 실린 작품들은 삶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감정과 통찰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오래된 위로」, 「칭찬 한 말씀」, 「별일 없지」, 「친정엄마」, 「반찬 보따리」 등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정한 관계와 기억의 온기가 살아난다. 또한 표제작 「청춘의 조각들」을 비롯해 「이미 청춘」, 「지금도 청춘이다」, 「청춘 파는 시장에서」 등에서는 청춘을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의 감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돋보인다. 「그해 여름」, 「석모도」, 「겨울 호수」, 「어청도 등대」 등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사유와 정서를 겹쳐 놓으며 시집의 밀도를 더한다.

■ 출판사 북 리뷰

김귀례의 네 번째 시조집 『청춘의 조각들』은 청춘을 지나간 시절의 이름이 아니라, 오래 마음속에 남아 삶을 비추는 감각으로 다시 불러낸다. 시인은 “청춘의 여행은 / 여름날 한 잔 찬물 맛”이라고 말하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던 시간을 담담하고 맑은 언어로 돌아본다.
이 시조집은 짧은 형식 안에 삶의 온기와 사색의 깊이를 함께 담아낸다. 표제작 「청춘의 조각들」을 비롯해 「청춘 파는 시장에서」, 「별일 없지」, 「이미 청춘」 등은 기억과 관계, 시간과 위로를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펼쳐 보인다. 일상의 작은 장면과 사람 사이의 다정한 마음, 지나온 날의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길어 올리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청춘의 조각들』은 우리말의 간결함과 함축미를 바탕으로, 안정감과 경쾌함, 그리고 무게와 깊이를 함께 보여주는 단시조집이다. 청춘의 순수와 열정,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존중이 책 전반에 스며 있으며, 짧아서 쉽게 읽히지만 오래 여운이 남는 작품집이다. 오늘의 독자에게도 조용하고 단단한 공감을 전하는 한 권이다.

노을빛 완숙을 지향하는 사랑의 언어

이석규
(시조시인, 가천대 명예교수)


Ⅰ. 들어가기

김귀례 시인께서 네 번째 시조집, 『청춘의 조각들』을 출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 시조집은 등재된 시조 작품 91편이 모두 단시조로 된 이를테면 단시조집이다.
요즘 단시조집을 선보이는 사례가 가끔 있는데, 시조의 원조가 단시조이므로 시조의 정체성을 새로이 하고, 간결과 함축을 표방하는 언어 운용의 참 묘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보통 단시조집을 대할 때, 집중해서 읽으면 보통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김귀례 시인의 작품들은 일반 단시조들과는 달리 그 표현과 내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특히 시어의 배열이 매우 개성적이며, 화자의 의도를 감추거나 흐리게 하는 성향이 짙다. 표현기법이란 관점에서 볼 때, 시조는 자유시의 영역을 거의 다 커버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은 바로 화자의 의도를 의도적으로 흐리거나 감추는 기능이다.
소설의 경우는 작가의 문체(style)가 중요시된다. 그러나 시조는, 문체 문제에 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형식이 매우 짧고 간결하며, 함축 또는 생략과 특히 율격을 중요시하는 표현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시조나 시에서도 문체와 비교되는 시인 나름의 언어 운용의 개인적 특성이 작품에 나타나기는 한다. 자유시는 율격 면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화자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감추거나 흐리게 하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김귀례 시인의 시조는, 주어나 서술어를 생략하면서까지 의미를 감추거나 구체적 표현을 피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게다가 변죽만 울리면서 딴전을 피우거나, 추상적으로 흐리게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 장치를 활용해서, 작품 내용의 깊이와 무게를 더하는 성향이 남다르다. 그래서 읽을수록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김귀례의 특별한 개성으로, 크게는 시조의 표현영역을 확대하는 소중한 기법상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
김귀례 시인은 연배가 아직 원로급에 이르기에는 젊은 편이다. 당연히 청춘의 순수하고 발랄한 요소가 그의 시조에서 아직도 살아 생동하고 있다. 동시에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과 관조, 성찰을 통하여 지혜의 길을 닦고 삶의 본질을 깨우치며 격물치지(格物致知) 하는 자기 수련의 뜨거운 열정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발효를 기다리는 여유에 노련미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자질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다 구체적으로 김귀례 시인의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꿈, 사랑 그리고 관계

1) 사람과의 관계
우리는 AI가 문명을 주도하는, 정에 메마르고 칼바람이 차가운, 21세기 전반부 초현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화자는 아날로그 시대의 가깝고, 정다웠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기억하고 그것을 그리워한다. 그런 가운데 허드레 한 장식과 수식어는 모두 걷어내고 필요한 것만으로 간결하게 깊이를 가지고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섬섬해진 이야기들 미안타 하시더니
이따금 안부 전화에 고맙다 하시더니
그물 벽 헐고 허물어 온기 한 톨 주시더니
「오래된 위로」

감히 선배님께
채근하진 않을래요

긴 세월 도반 길에
꽁꽁 싸맨 한 말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무겁지 않은 그 말
「칭찬 한 말씀」

인간은 외로움이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생활을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하여 인간은 그들 사이에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서로가 이해하며 인정을 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오래된 위로」의 고맙다는 말, 미안타는 말, 이러한 말들이 화자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그물 벽을 허물고, 세월이 지나도 생각만 하면 위로가 되고 위안을 받는 그런 사람을 회상한다. 그것만으로도 전혀 가볍지 않은, 인정과 존중을 받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칭찬 한 말씀」에서 절대 가볍지 않게 해준 칭찬 한 말씀을 오랜 세월 꽁꽁 싸매 마음 깊은 곳에 소중히 간직했던 것은 그것이 화자의 진심을 깊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칭찬은 사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준다. 상처를 씻어주고, 무엇보다도 꿈을 갖게 한다. 그것은 이해와 존중의 표현이다. 고래도 코끼리도 칭찬엔 춤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칭찬 한마디에
환호성은 열 마디

교묘한 알고리즘에
포로가 된 느낌이다

가벼이 들뜨지 않게
마음을 묶어두다
-「들뜬 마음」

어쩌면 사람은 칭찬받기 위하여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것을 위해 일하고 그것을 위해 싸운다. 화장을 정성껏 아름답게 하는 것도, 일에 목숨을 걸고 뛰는 것도 칭찬받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루어가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칭찬이라 한다. D.카네기는 그의 『인간관계론』에서 칭찬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설파함으로써 전 세계에 수천만 권의 책을 팔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칭찬이 사교와 산업화의 또는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급속히 많아졌다. 진심이 담기지 않고 입에 발린 말로 전락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시인은 자성(自省) 소리를 외친다. 남의 칭찬이나 인정에 매달리지 않도록, 나 자신을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진실이라는 말뚝에, 참나, 진아(眞我)라는 굳건한 기둥에 말이다. 왜냐하면 진실보다 넘치는 것은 아무리 칭찬이라도 독이 되기 때문이다. 화자의 치밀한 균형감각을 느낄 수 있다.

2) 어머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원초적 관계의 대상은 어머니이다. 그리고 ‘사랑’하면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너무도 소중한 어머니의 사랑이 생각난다. 시의 화자는 자기 내면에 흐르는 사랑 원조를 떠올리는 것으로 사랑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주도 안 부럽게
사랑을 듬뿍 줬지

시집을 보내놓고
발바닥 달구었지

그 누가
씌워놓았나
딸 가진 죄인이란 멍에
-「친정엄마」

어머니가 그랬듯 친정엄마 완장 차고
반쯤은 정성으로 반쯤은 기쁨으로
속으로 중얼거리는 말 고봉고봉 차오르네
-「반찬 보따리」

어린 딸을 둔 어머니는 그 딸을 공주처럼 예쁘게, 귀하게 사랑으로 보살피며 키운다. 그렇게 자란 딸이 시집을 가고 남의 집 며느리가 되면,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어머니와 딸 사이에는 사위와 시집이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친정어머니의 출가한 딸에 대한 사랑은, 상당 부분 조심스러워지고, 마음 놓을 수 없는 염려와 걱정으로 변화되기 일쑤다.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때 친정어머니는 죄인이라는 굴레에 갇힌 형국이 된다. 그런 중에도 ‘발바닥만 달구다가’도, 어쩌다 딸을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기회가 오면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된다. 반찬 보따리 하나에 또는 선물 꾸러미 하나에, 담기는 넘치는 정성은, 밥의 고봉처럼 꾹꾹 눌러서 높이 넘치는 모습, 곧 고봉밥으로 치환된다. 참았던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아주 적절한 메타포로 구체화하고 있다.

3) 기억의 이미지

지각생 인사하듯
따뜻한 물음으로

가뭇없는 삽질로
이름 석 자 꺼내 본다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잠든 세월 들깨운다
-「별일 없지」

다정하고 편한, 오래도록 정이 든 친구, 어떤 때는 자주 생각하고 어떤 때는 까맣게 잊기도 하는, 그런 친구와의 관계를, 화자는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변죽만 울려서 실제는 감추면서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이는 표현법을 쓴다.
깊은 사념의 세계를 파헤치며, 세월 속에 숨은 편한 사람을 불러내고 있다, 여전히 별일 없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남몰래 안심한다.

그믐달 언저리를
먼빛으로 맴돌다가

해체된 빛깔들로
단꿈까지 훔쳐본다

무거운
눈까풀 밀치며
뜨물처럼 번지다
-「기억의 빛깔」

기억은 보관해 둠과 꺼내 봄을 전제로 한다.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그러나 기억의 색깔은 불분명하기 일쑤다.
그믐달 언저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빛? 해체된 빛? 뜨물 같은 빛? 이렇게 불분명한 것은 현실이 아니고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억은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꿈을 찾아내고, 온통 생각을 정복해 버리기도 한다.
화자는 빛깔이란, 변죽만 울려서 그리움이란 화자의 핵심을, 불분명해서 더욱 애타 하는 화자의 속마음으로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낮달이 길을 묻듯
비행기 지난 자리

단색의 물감으로
먼 길을 잇던 안부

어쩌다
밀려왔는지
장승처럼 서 있다.
-「오늘 새삼 그립네」

생각하면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처럼 눈에 그릴 순 있어도 실재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단색이다. 그러한 마음속 상념이 현실처럼 앞에 서 있다. 먼 세월 안부를 이어주는 선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설명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그런 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새삼스레 드러나는 이미지만 강렬하다.

3) 청춘

꽃망울 터트리며 얼마나 아팠을까
그 소리 그럭저럭 뼛속까지 스며들며
단 한 번 옹달샘 같은 단비 속에 홍수였나
-「이미 청춘」

꽃망울이 터졌다. 그것은 아픔이고 동시에 기쁨이다. 그것이 뼛속까지 스며들고, 옹달샘 같은, 단비가 쏟아져 홍수가 된다. 이미 청춘의 절정을, 마음으로 몸으로 행동으로 누리고 있음이다.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이미지고, 모든 것이 암시다. 곧 함축성과 내용의 깊이를 가늠만 하도록 표현하고 있다. 김귀례 시인의 작품에서만 흔히 만나는 특성이다.

말갛게 보이면
마음 티를 들킬까 봐

호수처럼 깊은 눈에
내 눈빛도 잠길까 봐

둘 사이
오고 간 교신
남긴 흔적 있을까 봐
-「품어 두어야」

순수와 순수가 맞닿을 때, 상대를 너무 사랑해서 높아 보일 때,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간 사연이 너무 소중할 때, 그 소중한 모든 것은 남김없이 그냥 마음속 깊이에 품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방 사라지는 말로 하지 않고 말이다.
이 시조는 목적어가 없다. 무엇을 품어두어야 하는지 독자들은 얼른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다시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조각들이다. 그것을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언제나 속으로만 품어두어야 할 만큼 귀하고 소중하다.
사랑을 지키고 간직하려 하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월은 하루해도
앞가슴을 풀어본다

정열의 바람도
시달리기 죄스러워

붉은빛
마음 졸이며
어느 혼을 끌어왔나
-「장미」

오월의 정직하고 순결한 진초록도, 정열의 바람도, 모두가 수단이고 배경이 된다. 오직 붉디붉은 정열의 바람으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 있는 혼, 곧 장미로 집중되고 있다. 장미의 절대 지위가 가히 여왕의 경지를 넘어서고 있다.

꽃바람 휘둘리며
초록의 혈맥 타고

햇살이 들락날락
끓을 만큼 끓고 나면

봄 색시
오시는 길에
수줍게 일어선다
-「씨앗, 일어서다」

씨앗은 하늘의 사랑 속에 싹이 튼다. 훈훈한 바람이 불어 얼음을 녹이고, 따뜻한 햇볕이 언 땅을 녹인다. 봄에 내리는 보슬비가 땅속까지 보드랍게 적신 후에, 다시 말하면 하늘의 사랑과 땅의 호응, 곧 천지의 훈훈한 사랑의 작용 속에서, 씨앗은, 사랑은, 꿈은 비단옷을 입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일어서는 것이다. 화자가 아직 청춘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게 된다.

4) 그리움

하얗게 도드라져 건들바람 내어주고
안부가 궁금해서 오늘로 불러놓고
오지게 그리운 것들 울컥울컥 배웅한다
-「찔레꽃 이맘때면」

이 시조에서 화자는 찔레꽃이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나서 친애하는 모든 것을 불러낸다. 그리고 모여든 모든 것들,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돌려보낸다. 이 찔레꽃에 불려온 시인은 반가움과 기쁨으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같은 순간에 모든 것이 떠나가 버리는 안타까움을 벗어날 수 없다. 반갑다고 불러놓고 동시에 배웅한다. 반가움과 서운함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역설이다. 우화를 통하여, 찔레꽃의, 어쩌면 화자 자신의 짧은 생애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뼈아프게 노래한다. 기쁨과 슬픔의 아이러니가 잘 드러나 있다.

어린 날의 종종걸음 인기척 남았을까
코스모스 살랑살랑 그 바람 불고 있을까
웃음꽃 피는 소리가 무논에도 들리려나
-「그 신작로」

여기서 공간의 중심은 어릴 때 화자가 노닐던 신작로이다. 거기서 보고 듣고 느꼈던 기억들 그리고 그곳에 함께하던 사람과 정경이 함께 떠올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신작로에서 뛰놀던 기억들, 길가의 줄 서서 웃고 서 있는 코스모스의 행렬,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쟁쟁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어린 날의 그 풍경에 풋풋한 그리움이 새털구름처럼 서려 있다.

햇살을 긁어모아
물이 흘러 가는 소리

말없이 머무르며
물결이 여무는 소리

첫사랑
그대 목소리
얼룩지는 저 물소리
-「겨울 호수 2」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을 내면화한 작품이다. 조용히 반짝이며 흐르는 모습과 한곳에 머무르며 속으로 익어가는 모습, 그리고 향기로운 첫사랑의 모습을 청각적 이미지로 바꾸어 들려주고 있다. 깊은 관조(觀照) 속에서 그리움의 심미적 감성을 시청각적으로 형상화한 멋진 작품이다.

마음의 뒤꿈치가
볕에 잠겨 졸고 있다

순간에 매료당한
어제 일이 그리운 듯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어이 다 표현하랴
-「안부」

이 작품 역시 다른 작품들처럼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안부’를 들었을 때의 감정의 흐름을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안부를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런 가운데 그리움이 일고, 그래서 설레는 마음을 함축한 작품이다.

막차가 떠난 자리 잊혀진 이름들이
헛기침 소리에 초승달 살 오르듯
어차피 흘러가는 것 떠밀리듯 가는 거
-「여전히 그곳에」

시골 역사(驛舍)는 언제나 이별의 상념이 명멸한다. 슬프고도 기쁜 곳이다. 그곳은 여전히 잊힌 사람들의 흔적이 숨어있다. 기억의 창고에 숨어있던 존재들이 싱싱하게 살아나서, 떠밀려 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헛기침 소리에 초승달 살 오르듯’이에서 보이는 헛기침 소리라는 보조관념은 초승달이 살 오른다는 원관념과 아무 인과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인은 이유 없는 관계를 유의미한 관계로 기정사실화한다. 그리고 독자도 그럴듯하게 여기거나 언어의 재미를 느끼며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시어(詩語)가 보여주는 묘미다. 인과를 넘어서는 은유의 비약이 만들어내는 시적 설득력이다.

5) 자연과 함께

저 높은 아파트 위
호미끝이 반짝인다

태양을 포획하려
바람도 숨죽였다

한여름
불볕 도가니로
자글자글 끓이던 날
-「그해 여름」

우리의 여름은 자주 상상을 초월할 만큼 덥다. ‘그해’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여름내 불볕 도가니에다 밤에도 자글자글 끓었다.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원흉은 햇살이었다. 그 뜨겁고 눈 부신 햇살의 존재를 화자는 호미 끝에서 찾아내는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 그것도 아파트 옥상에서 말이다. 그러니 콩밭 매는 사람의 더위야 오죽하랴. 바로 그 겁나게 뜨거운 햇살을 바람이 포획하려 한다는 가정은, 화자의 감각과 상상력의 조화로 이루어낸 언어미학의 리얼리티다. 감각적 은유, 의인화 그리고 과장으로 무장을 하고, 온난화 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 노력에 대하여 훈수를 두고 있음이다.

남산타워 명물인
사랑의 자물쇠에

시윤이가 써 놓은
일곱 살 지구사용설명서

‘지구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오늘은 맑음이다
-「파란색 자물쇠」

‘시윤의 소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남산타워에 수없이 매달린 자물쇠 중 하나, 구체적 대상물인 시윤의 자물쇠에 쓰여 있는 말을 빌려 지구사랑을 외치고 있다. 삼라만상이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평화 속에서 때로는 역경을 이겨가며 삶을 영위해내는 터전인,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자는 화자의 의지를 한발 비켜서 외치고 있다. ‘오늘은 맑음이다’가 마지막 여운을 빛내준다. 아마도 시윤의 소원을 오늘 하늘이 들어주셨나 보다.

외다리 허수아비 여름을 지우고 있다
매미가 읊어대는 허수어미 잔소리
바람이 해찰하는지 제 음정을 잃었다
-「어떤 풍경」

요즘 허수어미란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허수아비가 우리가 아는 그런 모습으로 있다면, 허수어미도 그런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 재미있는 언어 놀이이다. 이 시조에서 허수아비는 시각적으로 허수어미는 청각적으로 늦여름 한때의 풍경을 그려주는 소임을 맡고 있다. 게다가 시청각을 넘어서 촉각적일 수 있는 바람까지 참여시켜서, 완성된 입체적 풍경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Ⅲ. 노을빛 익음의 철학

1) 평범, 소박, 행복

모질지 못한 사람들의
미소처럼 환한 봄날

햇살을 뚝 비집고
종달새 높이 날면

하루쯤
부자가 되어
헤픈 웃음 흘린다
-「그냥 좋은 날」

햇살이 좋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마음, 게다가 종달새 높이 날면 기분이 괜히 더 좋은 것, 그냥 헤프게 웃으며 부자가 된 듯 흡족하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보면 공연히 돕고 싶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나누고 싶은, 그런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미소처럼 환한 봄날’, 마치 20세기 아날로그 시절의 느릿한 풍경처럼, 화자는 그냥 그렇게 좋은 날을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소박함, 평범함의 예찬이다.

한때는 단물 솟듯
입맛대로 고른 행복

모난 것 둥그런 것
그 마음 붙잡으며

넓이도
깊이도 없이
품고 있는 한 컵 바다
-「살맛 나게 속 끓이기」

누구나 ‘입맛대로’ 인생의 길을 선택한다. 그것은 모난 것이든 둥근 것이든, 수용하고 적응하며 또 좋아하고 즐긴다. 넓이도 깊이도 마찬가지다. 한 컵밖에 되지 않는 마음이지만 그것은 바다보다 깊고 넓을 수 있다. ‘한 컵 바다’는 무한한 신축이 가능한 인간 마음의 구체화다. 멋진 메타포이다.

양심의 둘레둘레
벌써부터 비릿하다

지축을 흔들 만큼
불붙은 선수같이

가려진
막을 헤치며
초침보다 빠르다
-「절반의 허세」

자기 내면에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나 꿈이 있고 소망과 집념이 있다. 그러나 급한 마음으로 보면 그것은 언제나 실제보다 크고 넓다. 어릴수록 자신의 현실과 간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절반은 허세다. 그렇게 나아간다. 내면적 자아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그것을 안다는 게 중요하다.

2) 인생을 사는 지혜
사소한 보통 일, 평범한 사람, 그리고 일상 속의 사물과 생각 그리고 그 속에서의 언행 속에서 결국은 의식 없이 깊은 본질에 도달한다.

도전하고 싶을 때
닫혀있던 앞쪽 문

도전하니 옆문이
슬그머니 열리더니

중간쯤
비상구에는
초록 꿈이 숨어있다
-「문」

길을 가려면 문을 나서야 한다. 문은 외부로 가는 출입구이며 그 길로 나가야 사람과 일을 만나게 된다. 그것을 통하여 동기와 목표가 구체화한다. 그러나 도전했을 때의 생각과는 달리 기대했던 곳에서 문을 찾을 수 없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문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 인생길이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꿈을 실현해 나아가다가 막히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의 화자는 엉뚱한 곳에서 초록 꿈을 향하는 작은 문을 발견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할 것도 없고, 보인다고 언제나 자만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시의 화자는 도전하라고 외친다. 도전하면 문은 열린다고. 그리고 찾았다고, 찾을 수 있다고 시인은 외치고 있다.
지혜의 길에 서 있음이다.

살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준비만 했던
수십 년 시절 인연 어느 누가 알겠나
나 오직
기대하는 건
헛된 맹세의 기억
-「그리고 그 훗날」

세상을 모르던 시절,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진정과 진심만이 부딪칠 뿐이다. 세상을 알고 시들해지거나 욕망에 눈을 뜨게 되었을 때도,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역시 순도 백으로 마음과 일치되는 말이다.
때로 헛맹세가 될지는 모르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므로, 헛된 옛 맹세의 기억도 순수 그대로 소중할 수 있다.
종장의 표현은 역설적이지만, 화자 자기 뜻을 ‘낯설게하기’로, 정말로 낯설게 만드는 작용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멋진 아이러니다.

헛소리 능선 길에
오르다가 무너지고

억지소리 산자락에
매달려 쓰러지고

웃는 일
별것 아니다
조금씩 철드는 일
-「웃어요 다 괜찮아요」

시의 화자는 핵심을 갑남을녀의 보통 일 속에서 정확히 찾아내고 있다. 웃는 일, 다시 말하면 화자의 핵심이 되는 뜻은, 능선 길에 오르다 실패를 하든 산자락에 쓰러지든 그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하여 철이 든다면 대단한 일,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아주 근본적인 자기 수양의 깊은 경지를 가볍게, 아주 쉽게 다루고 있다.

만 가지 세상사를 쓰든 달든 맵든 짜든
소소하게 차려 놓은 인생이란 차 한 잔
살아온 세월을 걷듯 향기를 완성한다
-「너를 보니 알겠더라」

인생이라는 아주 크고 근본적인 일을 과장하지 않고 쉽게 축소하여, 그러나 핵심을 정확히 담은 뛰어난 깨달음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대단한 것을 사소하고 편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한 언어 운용 능력이 돋보인다. 인생이란 차에 ‘마지막 향기’를 완성하는 것. 이를테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실현이다.

3) 나의 노년
인간이 익어가는 일은 넉넉한 여유와 기다림. 그리고 끊임없는 익힘이 필요하다.

간밤에 도둑처럼
슬며시 찾아온 바람

타인처럼 고개 숙여
흰머리만 밀고 왔네

뵈는 것
뵈지 않는 것
무엇이든 감지덕지
-「어차피 인생이다」

여기서 바람은 바람이고 사람이다. 일이고 깨달음이다. 그리고 신념이고 수용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든 무가치한 것이든, 아니면 나의 소질과 흥미에 맞는 것이든 맞지 않는 것이든 말이다. 시의 화자는 말한다. 어차피 감지덕지 받아드려야 할 인생이라고. 넉넉한 여유와 모든 것을 놓은 사람, 비워서 감사한 사람, 그렇게 진실 닿은 사람, 큰 인물의 전범(典範)이다.

재촉하는 석양에
익은 듯 살자는데

바싹 마른 외로움
묻어 놓고 감춰 놓고

바람 띠
딴죽을 건다
아직도 신열인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화자가 보고 싶은 것은 석양이다. 인생의 후반기를 노을빛처럼 곱고 아름답게 익어가고 싶다.
그러나 익기가 그리 쉬운가. 꽃을 보라. 지기가 그리 쉽기만 한가? 벚꽃은 져서 날고, 날다가 밟힌다. 목련이나 백합은 외로움에 두려움에 짓무른다. 잔병치레에 바람까지 딴죽을 건다. 여기서 화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기도 쉽지만은 않다고 한탄을 한다. 그리고 그것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리가 있지만, 화자의 자기 다스림이 강조된 작품이다.

해마다 된장 담가도
연습은 필요했지

말 줄임 늘어져도
복습은 필요했지

사람의
입맛 맞추러
간장은 숙성 중
-「발효의 시간」

모든 것이 익어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익을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화자는 주장한다. 알아도 익숙해도 연습하고 단련해야 한다고, 당연한 기대로 할 말이 없어지고 습관처럼 일을 처리할 때도 복습하고 준비한다. 이러한 시간이 지나야 간장도, 인간도 제맛이, 지혜와 품격이 이루어진다. 숙성을, 발효를 위한 관조(觀照)와 침잠(沈潛)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수용하고 기다리라고 한다.

국물을 우려내듯
낚싯대를 드리운 채

모자라서 빈자리는
이 눈치 저 눈치로

지금껏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선이 닿은 곳」

밝기와 깊이가 이색적 추상화를 보는 느낌이다. 시작도 결말도 없이, 쌓여 있는 긴 시간의, 마지막 한순간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내려다보는 눈길의 목표를 감춘 채로 말이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살피며, 여유와 기다림으로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먹이를 기다리는 물가의 해오라기처럼.

주먹을 꽉 쥐던 일 풍덩풍덩 놓아 버렸다
가볍게 비워 둔 일 얄팍하게 잃어버렸다
모든 게 있거나 말거나 비어있거나 말거나
-「이처럼 사소한」

김귀례 시인이 아직 연로한 분은 아니다. 그러나 놓는 법, 비우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사실 많은, 특히 노년기의 사람들이 방하착(放下着)을 주장한다. 그러나 주장이 강한 사람일수록 놓는 게 아니라 붙들려고 애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을 내세우고 자랑하려고 한다. 이기려고 온갖 힘을 다 기울이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이 시조의 화자는 그냥 사소한 것으로 인식한다. 무겁든 가볍든 소중하든, 모든 것을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자 한다. 그냥 그렇게 놓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적은 말로 많은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정곡을 찌르고 있음이다.


Ⅳ. 맺음말

김귀례 시인의 단시조집 『청춘의 조각들』은 우리말의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생략과 응축이 세모와 네모, 혹은 굵게 또는 가늘게 선을 따라서 자유자재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조는 안정되고 경쾌하면서도 애써 가늠해야 할 만큼 무게와 깊이를 아울러 갖춘 작품들이 많았다.
김귀례 시인의 시 세계는 청춘의 순수와 열정과 설렘이 가득하다. 인간 본원적 모습에 대한 향수, 현재와 과거가 교감하는 교착점에서 인간의 순수와 소박함을 구현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사람 사이의 인정(認定)과 존중을 나누며 겸손과 소박함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추구한다.
이러한 인식을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이며 깊이 있는 사색, 상상력 그리고 창의력을 한데 모아서 멋진 시조로 작품화는 기량이 뛰어나다.
김귀례 시인은 일일이 예를 열거할 수는 없지만, 매우 감각적이다.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햇빛의 반짝임을 아파트 위의 호미 끝에서 찾아낸다.

‘헛기침 소리’에 ‘초승달 살 오르듯’,
‘넓이도/ 깊이도 없이’/ 품고 있는 ‘한 컵 바다’

전자는 시적 리얼리티를 위해서 의미개념의 흐름을 무시한다. 이처럼 논리나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독자들은 쉽게 수용한다. 언어 운용의 마법이요 아이러니다. 후자는 변화와 신축(伸縮)이 무한한, 인간 마음의 구체화요, 멋진 메타포이다. 때로는 지구 살리기의 주장을 시윤의 말 뒤로 슬쩍 비켜서서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역경과 실패를 별것 아니라고 웃기도 한다. 그것으로 하여 철이 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수많은 관조와 침잠의 결실에다 상상을 덧입히고 창의를 그려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꾸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는 시조 표현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일인 만큼 참으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더 정제되고 더 세련되어서, 빈자리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본질적 의미와 그것을 수용하고 내면화하는 문제에서도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 시인은 비우고 내려놓는다. 방하착(放下着)의 경지를 소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진리의 영역이다. 그런데도 김귀례 시인은 아주 쉽게 접근한다. 겸손과 소박함 그리고 평화와 존중의 생활화에서 오는 것 같다. 물론 직간접적인 것으로 많은 체험과 연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시조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게다가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였으며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숙성이 되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것이다.
그의 시조는 우리가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겨 벌벌 떠는 것들을 그냥 사소하게 무심히 보아 넘겨 버린다. 짐작하건대, 그 방향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을 인내와 수용이란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걸어왔을 것이다.
김귀례 시인은 필시 인생의 후반에, 일곱 빛깔의 무지갯빛을 발하며 저녁노을처럼 익어 갈 것으로 믿는다.
부디 더욱 분발하여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의 맛과 멋 그리고 겨레의 충정을 가꾸어 나가는, 시조 창작에 매진하여 큰 시인이 되기를 축원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귀례
시인은 전북 정읍 출생으로, 세계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 한국시조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여성문학인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강남문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조집으로는 『해바라기 키 재기』, 『남실바람』, 『아는 사람』, 『청춘의 조각들』이 있으며, 《시조생활》 제정 신인문학상(2000), 시천시조문학상, 세계전통시인협회 공로상, 포은시조문학상 본상, 대은시조문학상 본상, 한국시조협회 작품상, 서울문예상, 청명시조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큰 울림
큰 울림
품위 유지
들뜬 마음
그들 덕분에
몇 분 차이
어차피 인생이다
최소의 간격
이까짓 거
거기쯤 어디쯤
그러거나 말거나
기억의 편식
품어 두어야
당연한 건 없다
오래된 위로
사막을 걷다
발효의 시간
무딘 손끝으로
놀라운 일상

제2부 하지만 괜찮아
하지만 괜찮아

값어치
이처럼 사소한
별것 아닌 이야기
살맛 나게 속 끓이기
애면글면
피하느냐 맞서느냐
뭐 그리 대수인가
절반의 허세
길을 닦는 일
웃어요 다 괜찮아요
선물이 올 거야
한 발짝 물러서서
칭찬 한 말씀
초록 쉼표
너를 보니 알겠더라
팔불출
웃어야 할지

제3부 청춘의 조각들
청춘의 조각들
다시, 경춘선
청춘 파는 시장에서
철쭉꽃 찻잔
별일 없지
아직도 꽃
이미 청춘
기억의 빛깔
바람 부는 거리에서
오늘 새삼 그립네
찔레꽃 이맘때면
사랑 뒤편
콩깍지
청춘 유혹
여전히 그곳에
지금도 청춘이다
주책없이
여름날의 수다
그래, 추억이다
꿀잠

제4부 시선이 닿은 곳
시선이 닿은 곳
파란색 자물쇠
서향 동백
춘설, 단풍잎
석모도
새벽 비
어떤 풍경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해 여름
그 신작로
그대여, 무엇보다도
비켜 간 인연
서울 살면서
어청도, 등대
바람 바람아
겨울 호수
겨울 호수 2

제5부 밥 한번 먹자
밥 한번 먹자
그냥 좋은 날
봄바람 들어오다
너처럼
감자전
반찬 보따리
씨앗, 일어서다
장미
그리고 그 훗날
안부
웃는 개그
친정엄마
오일장
외할머니
고향은 먼데
봄을 담다
특별한 힘

■ 평설: 노을빛 완숙을 지향하는 사랑의 언어__이석규

  회원리뷰

리뷰쓰기

    이 분야의 신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