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비판이론으로 잘 알려진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가이자 음악학자 아도르노의 사유를 통해 음악을 ‘귀로 사유하는’ 철학적 반성을 펼치는 책으로, 음악을 다른 것으로 환원하지 않고 그 자체로 사유하려는 시도와 함께 글쓰기의 구조와 배열, 짜임까지 음악의 전개 방식과 닮은 독특한 사유의 형식을 보여 준다.
1930년대 초부터 1940년대 초까지 쓰인 음악 에세이 네 편을 묶은 선집으로, 라디오라는 새로운 매체가 음악 경험을 변화시키던 시대를 배경으로 음악의 생산과 재생산, 수용을 아우르는 음악사회학의 핵심 개념을 제시하며, 청취를 단순한 듣기가 아닌 역사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실천으로 읽어 낸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라디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대중매체와 음악의 관계를 직접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문화와 문화산업을 비판하면서도 매체가 음악에 미친 영향을 깊이 성찰하고, 오늘날 스트리밍 시대에도 유효한 분석을 통해 음악과 사회, 사유의 관계를 다시 묻게 한다.
출판사 리뷰
‘귀로 사유하는 철학자’ 아도르노의 음악에 대한 ‘철학적 반성’
‘귀로 사유하는 철학자’ 아도르노! 그는 비판이론으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가, 미학자, 사회학자이지만 또한 뛰어난 음악학자, 음악비평가, 작곡가이기도 하다. ‘귀로 사유하는 법’이라는 표현은 변증법적 사유의 긴장 가운데 인식의 감각적 계기를 복구하고자 하는 그의 수수께끼 같은 기획을 함축하는 말이다. 개념에 비개념적인 것을 열어 보이고, 그러면서도 비개념적인 것을 개념과 동일화하지 않는 사유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인식의 유토피아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그의 사유와 음악의 친화성을 생각해보면 좀 더 이해가 될 것이다. 음악에 대한 그의 철학적 반성은 음악적인 것을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거나 환원시키지 않는, 오히려 마치 그 자체 음악이기나 한 것처럼 음악을 언어로 구사하는 고난도의 능력을 발휘한다. 아도르노가 쓴 문장 구조와 배열, 짜임 관계, 때로는 악센트까지 글쓰기 자체가 음악의 전개 방식과 닮았다는 것이다.
음악 청취, 그것은 단순한 듣기 행위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실천
이 책은 ‘도서출판 길’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테오도르 아도르노 음악 에세이 선집’ 제1권으로 아도르노의 주요 ‘음악 에세이’ 네 편을 모은 것이다. 1930년대 초에서 1940년대 초까지 쓴 이들 글은 라디오라는 새로운 매체가 음악 생활과 음악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던 시대를 진단한다. 특히 「음악의 물신성과 듣기의 퇴행」(1938)은 음악의 생산, 재생산(연주), 수용을 아우르는 아도르노 음악사회학의 핵심 개념들이 응축된 텍스트로 나머지 세 편을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된다. 아도르노가 포착한 ‘청취’는 단순한 듣기 행위나 감각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실천이다. 라디오 시대의 청취자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서도 들리는 것에 주의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탈집중적 청취, 퇴행적 청취, 상품 듣기, 따로 분리된 세부 사항을 미립자처럼 낱낱이 듣는 방식 등 아도르노가 제시한 개념은 오늘날 스트리밍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진단 도구이다.
「음악의 사회적 상황에 대하여」(1932)와 「음악의 물신성과 듣기의 퇴행」은 자주 인용되는 아도르노의 대표적 초기 저술임에도 이제야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주제 면에서 이 선집의 특징은 음악의 ‘수용’에 대한 정교한 사유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주로 작품 미학을 논의하지만, 이 선집은 음악의 생산과 재생산(연주)뿐만 아니라 특히 청취와 수용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 망명 시절에 쓴 영문 원고 「대중음악에 대하여」(1941)와 「라디오 심포니: 이론적 실험」(1941)은 오늘날 매체 환경 변화를 고려해 음악의 생산, 재생산, 유통, 수용을 포괄하는 음악사회학 이론을 재구성할 때 핵심적 논점을 제공한다. 그는 대중문화 또는 문화산업에 대한 혹독한 비판으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진지하게 대중매체가 음악 일반에 끼친 영향을 깊이 성찰한 이론가도 드물다.
미국 망명 시절, 대중문화와 음악의 관계를 실천적으로 연구하다
물론, 여기 실린 그의 글들은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한 개인의 제한된 경험을 토대로 쓰인 것이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프린스턴 라디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대중매체와 음악의 관계를 직접 연구했다. 유럽의 교양 시민이 미국의 대중문화를 만난 충격, 라디오 전파를 타고 표준화되는 음악을 목격한 당혹감이 이론적 성찰의 출발점이었다. 그의 사유는 결코 추상적 사변이 아니다. 구체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들이 지금도 유효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아마도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객관적 이율배반을 인식하고 그것이 자체 모순에 의해 정반대로 급변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그의 철두철미한 변증법적 사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로 그 순간, 가장 작은 것에 침잠하는 미시학적 시선에서만 ‘진리 내용’이 개시된다.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관계에서 이론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성찰과 자기반성을 놓치지 않던 그의 태도 역시 여전히 우리에게는 유효하다. 그의 말대로 “사유의 시의성은 뉴스 정보와의 경주에서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테오도르 아도르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부유한 유대인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192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철학, 음악, 사회학을 공부한 이후 음악비평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곧 자신의 음악적 자질에 회의를 품고 학문적 전향을 시도해 1924년 에드문트 후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27년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가까워져 이후 지속적인 지적 유대 관계를 맺으며, 1947년에는 공저로 『계몽의 변증법』을 출판했다. 1934년 영국으로 이주했다가 나치의 박해가 심해지자 1938년 미국 뉴욕으로 망명했다. 1949년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재건된 사회연구소에 재직했으며, 1956년에는 프랑크푸르트 대학 정교수가 되었다. 1961년 카를 포퍼와 유명한 ‘실증주의 논쟁’을 벌여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1963년에는 독일 사회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1966년 그의 주저 가운데 하나인 『부정변증법』을 출판했으며, 1968년 혁명기에는 학생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1969년 8월 스위스에서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사후에 미완성 상태로 『미학이론』이 출판되었다. 1970년부터 1986년에 걸쳐 롤프 티데만(Rolf Tiedemann)에 의해 20권 분량의 ‘아도르노 전집’이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1993년부터 같은 출판사에서 그의 유고와 강연, 편지 등을 편찬한 사루 출간물이 계속 출판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음악의 철학』, 『프리즘』, 『문학 노트』 등이 있다.
목차
옮긴이의 말 5
음악의 사회적 상황에 대하여(1932) 13
Ⅰ. 개요, 생산 15
Ⅱ. 재생산, 소비 52
음악의 물신성과 듣기의 퇴행(1938) 91
대중음악에 대하여(1941) 147
Ⅰ. 음악 재료 149
Ⅱ. 재료의 제시 169
Ⅲ. 청취자에 대한 이론 183
라디오 심포니: 이론적 실험(1941) 233
해제: 청취의 역사적 조건-「음악의 물신성과 듣기의 퇴행」을 중심으로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