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대사회를 잠식한 원한과 혐오의 정동을 해부하며, 이를 넘어서는 길을 모색하는 철학 에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 신티아 플뢰리는 인간의 정신건강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근원을 ‘르상티망’이라는 감정에서 찾는다.
프랑스 국립공예원 석좌교수이자 국가윤리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온 저자는 임상 경험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원한과 적대의 감정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니체와 셸러의 개념을 바탕으로 르상티망의 작동 방식과 사회적 확산을 짚고, 혐오와 포퓰리즘, 정체성 정치 등 오늘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개인의 내면 분석에서 집단 심리, 정치적 구조까지 확장되는 3부 구성으로, 감정의 반추를 승화와 회복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길을 제시한다. 인간의 역량과 공동체의 의지를 토대로 민주주의의 회복을 모색하는, 현대를 진단하고 치유를 제안하는 실천적 인문서다.
출판사 리뷰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의 역작
르상티망이 잠식한 현대사회에 건네는 해독제와도 같은 에세이
신티아 플뢰리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로, 보건인문학의 실천적 장을 열며 돌봄과 민주주의의 병리학 연구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국립공예원CNAM의 인문학·보건학 석좌교수이자 파리 정신의학·신경과학 대학병원그룹GHU의 철학 연구 의장으로서 국가윤리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정치와 의료, 정신분석과 사회윤리를 잇는 독보적인 관련 저서들을 펴냈다. 이 책 『쓰라림, 여기 잠들다』는 그간의 임상 경험에서 얻은 정신분석학적 분석과 철학적 사회학적 연구가 집약된 결과물로, 현대사회를 잠식한 원한과 혐오의 정동을 파고든 수작으로 꼽히며 영미,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저자는 오늘날 개인의 정신건강과 민주주의의 공동체 윤리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하에, 개인과 집단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성숙을 막는 원인을 ‘르상티망’에서 찾고 그 감정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이 원한과 적대의 감정이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여기서 벗어나 어떻게 새로운 삶을 재발명해나갈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구체적이고 감동적으로 묘파해 보인다. 해외 유수 언론사에서는 “저자를 프랑스 최고의 사상가 반열에 오르게 한 하나의 사건과도 같은 책”(팔터)이자, “우리 시대의 현대성을 살피는 데 필수적인 저자로 자리매김시킨 책”(리베라시옹)으로 언급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배타적 광기, 피해자임을 내세워 경쟁하는 정체성 정치, 혐오 발언, 캔슬 컬처가 뒤섞인 원한의 전성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이 시대를 위한 책”(디 차이트)이 나왔다며 강력 추천했다.
원한과 부정의 쓰라린 감정, 반추와 승화 사이
개인의 정신건강과 민주주의를 돌보기 위한 야심찬 기획
‘르상티망ressentiment’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니체에게서 빌려 셸러를 참조하며 정의하는 이 개념은 되씹고 곱씹은 쓰라림의 감정으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스스로가 불공정한 상황의 피해자이자 모욕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 끓어오르는 원한, 앙심, 억울함 등의 부정적 정념이다. 플뢰리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처럼 이 반추에 중독된 개인은 결국 자기감정에 유폐되어 스스로를 좀먹고, 이 반추 속에서 자신을 희생자로, 타자를 박해자로 여기게끔 만든다. 종내에는 자신은 물론 타인마저 공격하게 만들기에 위협적이다. 또한 이 감정은 오늘날 자본과 정치와 디지털정보가 결합한 권력집단에 의해 음모론과 포퓰리즘의 도구화로 전락하며 점점 더 민주주의적 인본주의적 역사를 퇴행시키는 집단적 재앙을 가져오는 불씨가 된다는 점에서, 절박한 성찰과 긴급한 예방을 요하는 감정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점점 능력과 성과로 양적 가치가 우위를 점하며 개인마저 구매력으로 셈해지는 가속화한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또한 민주주의의 객관적 조건인 만인의 평등주의에 내재된 필연적인 모순과 한계 속에서, 종교적 문화적 민족적 근본주의를 내세우며 갈등과 전쟁으로 쉼없이 이어지는 글로벌 국제정치 상황에서, 이제 르상티망은 그야말로 (자기)소외와 물화를 양산하며 번성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되었다. 굳이 객관적 외부 조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소유에 대한 르상티망(시기)과 존재에 대한 르상티망(질투)”을 느끼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불평등을 되새김질할 수밖에 없는 게 사회적 삶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처럼 르상티망에 빠진 인간이 소모적인 분노와 무책임한 권리 보상 욕구에만 매몰될 때 무력감의 쳇바퀴는 그를 주변 세계에 대한 부정, 욕구불만, 무행동으로 가닿게 한다. 그 어떤 해결책도 시도도 거부한 채 스스로를 응당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된 피해자-희생자라는 나르시시즘적 덫에 걸려든 취약한 주체는 타자의 현실에 대한 부정, 세계의 경이에 눈감는 무기력과 낙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개인의 내면과 공동체 윤리를 갉아먹는 독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그간의 임상 경험과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완전한 회복에 대한 안온한 낙관은 경계하면서 개별 주체에서 사회집단 전체로 나아가는 이 변증법적인 난바다 여정을 시작한다. 책의 맨 앞에 쓴 저자 자신과 독자에 대한 주문과도 같은 말은 선언이자 결의다. 즉 이 어두운 심연에 맞서, 무엇보다도 주체의 역량과 의지에 대한 확신―“인간은, 주체는, 환자는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을 내보이며 오디세우스적 모험에 들어선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제도, 공공정책이 이를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고 상기시킨다. 르상티망의 역사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힘든 게 일면 숙명이라 해도 그 작동 기제의 핵심을 간파하고 이를 승화해 인간다움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이 책의 여정 자체는 곧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하는 모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총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쓰라림: 르상티망을 지닌 인간이 경험하는 것」은 ‘르상티망’이라는 개념의 정의와 본질, 이 감정의 연원과 동력을 파악하기 위한 정신분석학적인 정념 분석으로, 주로 이에 빠진 개별 주체의 내면을 살핀다. 2부 「파시즘: 집단적 르상티망의 근원을 향해」에서는 르상티망의 역사적 정치적 표출의 극점인 20세기 초반 파시즘 사회에서, 특히 아도르노와 빌헬름 라이히의 사유를 경유해 결핍된 군중이 어떻게 독재자의 얼굴과 겹쳐지는지 시대정신을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죽음과 파괴의 집단적 욕동 속에서 르상티망에 굴복하지 않도록 이끄는 내면 성찰의 ‘열림’을 향한다. 3부 「바다: 인간을 향해 열린 세계」에서는 식민지 시민들의 파괴된 영혼과 삶을 재발명하기 위해 애쓴 탈식민주의 사상가이자 치료사 프란츠 파농을 중점적으로 재론하며 존재의 식민화로 연결되는 이 원한과 부정의 감정을 어떻게 승화와 치유, 자아 확장의 대양으로 나아가도록 할지를 교육과 돌봄 윤리, 삶과 창조적 작업 양식(스타일, 문체)의 발명에 대한 제안을 통해 모색한다.
주체의 역량과 공동체의 의지를 옹호하는 실천적 인문주의자를 위한 윤리학
오늘날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불안정성에서 정신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저자는 이 위협적인 ‘슬픈 정념’ 르상티망의 예방과 승화가 무엇보다 긴박한 과제임을 여러 철학자의 저서와 문학작품을 빌려와 감동적으로 호소한다. 마르크스가 말한 소외와 물화를 가속화하는 자본주의 체제, 토크빌이 ‘풍요 속의 멜랑콜리’라고 말하고 셸러 역시 지적한 민주국가의 평등주의가 빚은 모순 속에서 번성하는 이 사회적 원한은, 인간과 삶의 전반이 취약해진 상황을 틈타 인포데믹스로 번지는 음모론의 도구로 손쉽게 쓰인다. 일례로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는 혐오 발언이나 뚜렷한 대상 없는 피해망상적 증오 범죄에서 이 욕동은 뚜렷이 확인된다. 또한 포퓰리스트나 권위주의적 독재자들이 ‘그들’과 ‘우리’라는 이분법 속에서 희생양을 택하고 대중을 선동하며 자신의 실리와 이득에 기반한 지지세력을 확보해가는, 파시즘의 집단적 심리 기저에서도 이 부정적 정념은 확연히 그 파괴성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여러분은 피해자고, 내가 여러분을 지켜주겠다”라고 말하는 트럼프식의 전형적인 논리는 아도르노가 “희생자들의 모든 박해 불안을 실현하는 박해망상 환자들의 독재”라고 정의한 파시즘과 정확히 공명한다. 르상티망을 도구삼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마땅한 권리에 대한 무책임한 환상을 부추김으로써 주체로서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수동적인 피해자로서 둔갑시키는 이들의 권위주의적 독재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저자가 현대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며 섬세히 분석한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치유와 승화의 실천적 여정에 동참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 재설정을 위해 주체의 역량과 공동체의 의지를 끝까지 믿음직하게 지지하며 분석해간다. 릴케의 ‘열림’, 데카르트의 ‘관대함’,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와 ‘운명에 대한 사랑amor fati’, 푸코의 ‘자기 통치/타자 통치’, 파농의 ‘개방’, 호네트의 ‘상호인정 윤리’,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 도스토옙스키의 상징화 작업, 시오랑의 검은 유머, 희극적 힘 등을 원용하며 이들을 시적 자양분으로 삼아 썩고 발효된 원한의 영토를 해독해내고 있다. 또한 셸러, 프로이트, 위니콧 등을 비판적으로 수용한 독자이자 환자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실천가로서 독자를 현대의 정신적 삶의 밑바닥으로 데려가 원한의 어두운 힘이 개인과 공동체의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에 저항하도록 몇 번이고 경보를 울리며 독려한다. 인간의 가장 슬프고 치명적인 정념인 르상티망에 호소하는 지도자들이 득세하는 오늘날, 이 책은 필수불가결하며 대단히 명민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병에 걸리고 나아가듯, “아픈 자는 회복중인 자”로서, 신티아 플뢰리가 견지해내는 인간의 감정적 역량에 대한 확고한 믿음, 자아의 축소가 아닌 확장, 내면에 깃든 자아의 일부였던 회복 불가능한 상처에 대한 애도와 단념, 그리하여 인문학적 창조적 작업을 통한 승화에 사활을 건 이 책에서 진정 회복을 향해 일어설 용기와 현시대 자기진단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쓰라림의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고통에서 기인한다고, 또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서 유래한다고 일단은 말해볼 수 있겠다. 평온한 우리의 세계에 폭발을 일으키는 저 실재, 그리고 쓰라림과 더불어, 이미 유년기부터 무슨 일인가가 일어난다.
르상티망의 역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어는 반추rumination인데, 이것은 무언가를 곱씹고 되새김으로써 신물나게 씹혀 삭아버린 내용물이 주는 특유의 쓰라린 느낌을 동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본래는 특정 인물을 겨냥했을 어떤 정서적 ‘반작용re-action’을 되살린다는 의미에서, 반추는 그 자체로 다른 반추를 곱씹는 행위가 된다.
르상티망은 자신을 희생자라 여기는 망상이다. 개인이 실제로는 희생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망상인 것이 아니라―그는 잠재적 희생자다―개인이 어떤 부당한 질서의 유일무이한 희생자일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이것은 망상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티아 플뢰리
오늘날 프랑스에서 윤리와 정치를 잇는 분석적 실천적 사유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 1974년 파리 출생. 2000년 소르본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프랑스 국립공예원의 인문학․보건학 교수이자, 파리 정신의학․신경과학 대학병원그룹에서 철학 연구 의장을 맡고 있다. 철학, 정신분석학, 의학 관련 주요 단체와 기관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라디오, 텔레비전, 잡지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인 『상상력의 형이상학』(2000)을 필두로, 『말라르메와 이맘의 말』(2001), 『민주주의의 병리학』(2005), 『용기의 종말』(2010), 『다시 용기를 얻기』(2017), 『대체 불가능한 존재』(2015), 『돌봄은 휴머니즘이다』(2019), 『존엄의 임상』(2023) 등 여러 저작을 발표했다.
목차
제1부 쓰라림
르상티망을 지닌 인간이 경험하는 것
1 보편적인 쓰라림의 감정 13
2 르상티망에 직면한 개인과 사회. 끓어오르는 반추 17
3 르상티망의 정의와 표출 양상 20
4 르상티망의 관성과 물신-르상티망 25
5 르상티망과 평등주의. 분별의 종말 31
6 풍요 속의 멜랑콜리 38
7 셸러가 돌봄에 대해 건넬 법한 교훈 45
8 르상티망의 여성성? 47
9 거짓자기 49
10 막膜 51
11 필연적 대면 56
12 쓰라림의 맛 58
13 멜랑콜리의 문학 60
14 결핍된 존재들로 이루어진 군중 63
15 망각의 능력 71
16 세상에 대한 희망 품기 76
17 디오니소스 여사제들의 비극 81
18 위대한 건강: 열림을 선택하기, 성스러움을 선택하기 85
19 끊임없이 세계에 대해 놀라워하기 92
20 행복과 르상티망 98
21 약자로부터 강자를 보호하기 101
22 르상티망의 병리학 105
23 인본주의인가, 인간 혐오인가? 114
24 분석을 통해 르상티망과 싸우기 116
25 시간에 가치를 되돌려주기 120
26 역전이와 분석 치료의 틀 안에서 124
27 르상티망의 근원을 향하여, 몽테뉴와 함께 135
제2부 파시즘
집단적 르상티망의 심리적 근원을 향해
1 망명, 파시즘, 르상티망. 아도르노 I 141
2 자본주의, 물화, 르상티망. 아도르노 II 154
3 인식과 르상티망 160
4 성좌적 글쓰기와 둔감함. 아도르노 III 167
5 어떤 사람들은 진실되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영리하고 175
6 감정전염병으로서의 파시즘. 빌헬름 라이히 I 178
7 내 안의 파시즘. 빌헬름 라이히 II 185
8 역사가들의 독법과 현시대의 정신구조 206
9 창조로서의 삶: 열림은 구원이다 219
10 히드라 223
제3부 바다
인간을 향해 열린 세계
1 파농이 말하는 개방 235
2 개인성 상실을 무릅쓴 보편성 248
3 피식민자 돌보기 261
4 존재의 탈식민화 270
5 창조력을 회복하라 277
6 탈식민화 치료법 285
7 시오랑을 통한 우회로 하나 294
8 치료사 파농 301
9 특이성의 인정 309
10 개인의 건강과 민주주의 318
11 언어 훼손 324
12 증오에 기댄다는 것 331
13 거꾸로 뒤집힌 세계: 음모론과 르상티망 337
14 자아의 확장을 향하여 I 345
15 분리가 의미하는 것 348
16 자아의 확장을 향하여 II: 민주주의, 열린 가치체계 353
17 지하생활자: 심연에 저항하기 360
옮긴이 해제: 르상티망을 승화하기, 삶을 재발명하기, 역사의 가능성을 창조하기 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