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체르노빌 폭발 이후 40년, 침묵하던 식물들이 방사능의 필치로 말을 건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접근 금지 구역’은 식물들만의 거대한 실험실이 되었고, 이 책은 그 시간을 견뎌낸 식물들의 몸짓을 통해 재난을 기억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방사능을 머금은 식물을 감광지 위에 직접 올려 만든 포토그램과 철학적 단상이 함께 엮였다. 식물 내부의 방사선이 스스로 형상을 새겨 넣은 이미지들은 40년간 이어진 보이지 않는 고통의 시각적 증거로 남는다.
마이클 마더는 이 파편화된 이미지들 사이에서 인류세의 윤리를 묻는다. 재난이 망각으로 넘어가는 것을 경계하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대지의 진실과 재난 이후의 사유를 직시하게 하는 사진책이자 철학 에세이다.
출판사 리뷰
체르노빌 40주기, 폭발 이후 40년,
침묵하던 식물들이 방사능의 필치로 말을 걸어오다1986년 4월 26일의 폭발 이후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체르노빌의 '접근 금지 구역'은 인간의 발길이 끊긴 채 식물들만의 거대한 실험실이 되었다. 2026년의 오늘, 우리는 여전히 그날의 잔해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철학자 마이클 마더와 예술가 아나이스 통되르는 이 40년의 세월을 견뎌낸 식물들의 몸짓을 통해, 재난을 기억하는 가장 정교하고도 아픈 방식을 제안한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난 식물들을 채집하여 제작한 방사능 포토그램과 그에 대응하는 철학적 단상들을 엮은 사진책, 혹은 철학 에세이다. 아나이스 통되르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대신, 방사능을 머금은 식물을 감광지 위에 직접 올려두었다. 식물 내부의 방사선이 종이를 태우듯 스스로의 형상을 새겨 넣은 이 이미지들은, 40년간 이어져 온 보이지 않는 고통의 시각적 증거다.
마이클 마더는 이 파편화된 이미지들 사이에서 ‘폭발한 의식’을 수습하며, 인류세라는 독성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윤리를 묻는다. 40주기를 맞이해 출간되는 이번 판본은 재난이 망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경계하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대지의 진실을 직시하게 한다.
마흔 번의 봄을 지켜낸 식물들의 ‘빛나는’ 기록과
식물 철학의 정수가 만난 현대의 묵시록 체르노빌 사고 40주기를 맞는 지금, 우리는 그 사건을 역사책 속의 한 페이지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아나이스 통되르의 작업은 재난이 결코 종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체르노빌의 토양에서 자란 식물들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빛'을 내뿜고 있다. 작가는 이 식물들을 암실에서 감광지에 밀착시켜, 식물의 유령 같은 실루엣이 스스로 나타나게 했다. 이는 인간의 시선이 아닌, 재난의 물질성이 직접 써 내려간 40년의 기록이다.
* 40년의 망각을 뚫고 나온 식물의 유령들, 우리는 이 독성 세계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 식물 스스로가 품은 방사능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30점의 포토그램 * 1986년의 폭발이 2026년의 우리에게 던지는 여전한 경고와 성찰 폭발한 의식을 수습하는 30개의 철학적 조각, 에코-마테리알리즘철학자 마이클 마더는 이 이미지들을 '파편화된 의식의 조각들'이라 부른다. 원자로의 폭발은 단순히 물리적인 파괴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근대적 오만을 산산조각 냈다. 그는 40주기를 맞아 쓴 단상들을 통해, 부서진 조각들을 억지로 이어 붙이기보다 그 파편들을 응시하며 식물적 생존의 지혜를 배울 것을 권한다. 식물이 독성을 흡수하면서도 묵묵히 삶을 이어가듯, 우리 또한 재난 이후의 지구에서 새로운 사유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6년, 다시 '체르노빌'을 읽어야 하는 이유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가 가속화되는 2026년의 시점에서 『체르노빌의 식물 표본』은 단순한 예술 서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독성(Toxicity)'이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닌, 우리 일상의 배경이 된 시대의 윤리를 다룬다. 40년 전의 폭발음은 멈췄을지 몰라도, 식물의 몸속에 각인된 그날의 기억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986년 4월 26일이다. 나는 모스크바에서 아나파(Anapa)로 향하는 침대칸 열차에 타고 있다. 북서쪽으로 약 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바로 사건(Event)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사건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일어난다. 다시 말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어난다. 그것은 사물 그 자체 안에 갇힌 채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포함하고 우리를 자신의 집합 속으로 끌어들인다.
인간의 언어가 추상적인 기호 속에 사물을 가두고 박제하려 든다면, 식물의 해석은 어둠을 뚫고 뻗어 나가는 뿌리의 궤적이나 빛을 향해 비틀리는 줄기의 각도 그 자체로 서술되는 구체적인 존재론이다. (...) 성장하는 식물은 그 자체로 자신 바깥을 향해 나아가는 이중의 운동을 수행한다. 싹을 틔우는 순간부터 식물은 이미 자신을 벗어난 존재다. 식물의 삶은 단순히 노출된 ‘상태’가 아니라, 노출 그 자체이며 외부성, 곧 바깥으로 향하는 존재성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이클 마더
현상학, 정치철학, 환경철학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식물 철학자다. 식물 존재와 비인간적 삶의 사유를 전개해온 그는 인간 중심적 사유를 넘어서는 철학적 틀을 제안해왔다. 특히 식물을 수동적 존재가 아닌 관계적이고 시간적인 존재로 재정의하며, 존재론과 생태학을 연결하는 독자적인 사유를 구축했다. 주요 저서로는 『식물 생각하기(Plant-Thinking)』(2013), 『철학자의 식물(The Philosopher's Plant)』(2014), 『불의 정치학(Pyropolitics)』(2014), 『체르노빌 식물표본(The Chernobyl Herbarium)』(2016) 등이 있다.
지은이 : 아나이스 통되르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다. 사진, 설치, 텍스트를 결합한 작업을 통해 기억, 생태, 재난 이후의 풍경을 탐구해왔다. 특히 체르노빌 프로젝트를 비롯해 인간의 흔적이 남은 장소에서 자연과 물질이 어떻게 변형되고 지속되는지를 시각적으로 기록해왔다. 현재는 샤마랑드 연구소(Chamarande's lab)의 프로젝트로 인류학자, 생태학자, 지리학자들과 협업하며 도시 토양에 대한 장기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의 작업은 예술과 환경 담론의 교차 지점을 탐색하며, COAL(Coalition for Art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기획 아래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감수성을 시각언어로 번역하는 데 집중한다. 2025년에는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마이클 마더와의 사진-글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목차
기차역
빛의 폭발들
우리는 달아나려는 바로 그것을 향해 달아난다
평범함의 비범성
의미의 과잉
노출
침묵의 증언
에너지 악몽들
쓰러진 나무들
아나파에서
벽 위의 그림자에서 종이 위의 흔적으로
위험
식물 표본이란 무엇인가
방사능의 수많은 사후 생명
체계가 붕괴하다
체르노빌, 장소와 단어
낙진
귀향의 꿈
식물은 여전히 길을 가리킬 수 있을까
사르코파구스, 육체를 삼키는 묘비
아나파-체르노빌
접근 금지 구역과 예외 상태
방사능의 불
타임캡슐
심연이 심연을 부른다
감각을 회복한다는 것... 의미를 되찾는다는 것
세계의 끝 이후에
숭고한 아름다움
헌사
반감기, 생의 반, 반으로 잘린 삶, 삶의 (또 다른) 절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