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꿈으로 질주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인간에 대한 믿음,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간직했던 그들
그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도저한 감동
하지만 우리는 과연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걸까?
잊을 수 없는 오월의 상흔
타인의 고통과 함께 머물렀던 '그들'의 자취
5‧18 정신을 뼛속 깊이 되새기는 문학적 묘비명!
★“인간 존엄의 숭고함과 연대의 철학을 눈부시게 증명.” 박구용 철학자
★“12‧3 비상계엄을 막으러 국회로 달려간 시민의 모습에서 80년 5월의 광주 시민이 떠오른 것은 역사의 신비였다.” 정찬 소설가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올해의예술상, 요산김정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받은 소설가 정찬은 5·18민주화운동을 총체적 시각에서 그린 장편소설 『그들이 있었던 곳』을 내놓았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들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계엄군의 무력 진압에 죽음으로 저항하여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 이정표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캄캄한 역사의 밤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 민주 시민들을 국회로 불러들여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웠다. 평화학과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이 『그들이 있었던 곳』의 인물들이 현재성을 가진다고 말한 것은 그런 역사적 맥락 때문이다.
이 작품은 24년 전 출간됐던 장편 『광야』를 바탕으로 쓴 것으로, 바뀐 내용에 맞게 새로운 제목(『그들이 있었던 곳』)을 달았다. 특히 작가는 12·3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그것을 막기 위해 국회로 달려갔던 사람들을 보면서 5‧18의 경험이 현재화되는 신비를 느껴 『그들이 있었던 곳』을 쓰게 되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소설가 정지아는 ”광주항쟁을 제대로 다룬 작가는 드물다. 한 세대 뒤인 한강 작가가 긴 침묵을 깨트렸고, 한국문학의 숙원이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들이 있었던 곳』은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광주항쟁의 전모를 섬뜩하게 우리 앞에 들이민다.“라고 추천사에 썼다.
한반도의 역사와 실핏줄처럼 연결된 광주민주화운동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왜 시작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갔으며, 어떻게 끝났는지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독자들은 『그들이 있었던 곳』을 통해 5월 광주의 전체 모습을 구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조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광주 시민들이 겪었던 영혼의 상처와 만나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비극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들’의 도저한 열정에 큰 감동을 얻게 된다.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5·18정신은 불의에 대한 주권자 시민의 저항 정신, 공동체의 연대, 민주주의 열망과 수호 의지이다. 정찬 작가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이 5·18정신이 새겨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역사의 안개를 걷어내는 강력한 소설
해방광주는 민주주의의 등불
그때 그곳에 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그들이 있었던 곳』은 역사의 안개를 걷어내고 해방광주가 민주주의의 등불이었다는 진실을 생생히 드러내는 강력한 소설이다.
소설은 일요일의 평화로운 거리 묘사로 시작되지만, 둘째 문단부터 곧바로 1980년 광주 5·18 비극의 현장이 전개된다. 치밀한 조사에 바탕을 둔 시간대별 중요 사건들이 다채로운 인물의 시선 속에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되면서 독자를 5월 광주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갑자기 폭력과 불의를 마주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해방광주’가 켠 역사의 등불을 지키고자 하는 항쟁 지도부 박태민, 목숨을 건 항쟁을 통해 영혼의 자유를 느끼는 기층민 출신의 시민군 김선욱, 계엄군의 폭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계엄군 강선우, 광주의 고통을 십자가의 고통으로 변용하는 신부 도예섭, 광주항쟁을 혁명적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외신기자 머턴 등은 온몸으로 광주의 진실을 증거하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다 내란 세력의 우두머리 전두환, 5월 광주를 미국의 입장에서 관리하는 글라이스틴 미국대사와 위컴 한미연합사령관 등을 등장시켜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정치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헤치면서 5월 광주의 시간과 공간을 장려한 서사로 펼쳐낸다.
계엄군이 ‘해방광주’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 5월 26일 다시 탱크를 앞세우고 광주 시내로 들어갔을 때, 자정을 기해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펴겠다고 했음에도 끝까지 도청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항쟁파가 있었다. 계엄군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들은 남았던 것일까. ‘도청사수 항쟁파’인 박태민은 그들이 지키려는 진실이 무엇인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공수특전단의 무참한 폭력은 시민들에게 진실을 일깨웠습니다. 진실은 시민들의 혼을 흔들어 죽음을 넘어서는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죽음은 진실을 지키기 위한 불꽃이었습니다. 죽음을 껴안고 싸웠던 이들은 알 것입니다. 해방광주는 죽음의 혼이 켠 진실의 등불임을.”
그리고 박태민은 죽음으로써 지킬 희망을 이야기한다.
“진실은 스스로의 시간을 창조합니다. 창조된 시간은 젊은 혼을 격동시킵니다. 격동된 혼은 전사의 혼입니다. 해방광주의 전사는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전사들은 역사의 시간, 그 광야를 가로지르며 진실의 불꽃을 향해 달려올 것입니다. 해방광주의 패배는 잠시의 패배입니다. 역사의 광야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입니다.”
작가는 죽음 앞의 인간 존재를 깊이 들여다 보았다. 그는 “5월 광주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들’에게 닥쳐온 죽음의 양식을 들여다보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이 죽음과 마주했을 때 ‘그들’의 표정과 숨결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작가가 46년 전의 비극을 오늘 다시 생생히 되살린 것은 사실 너머의 진실이 여전히 소중한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역사와 다른 점은 사실에 멈추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괴테가 ‘일어난 일들에 대한 기록인 역사보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이야기인 소설이 더 진정한 역사’라고 말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꿈으로 질주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사람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웠다. 혁명의 시간은, 사람을 아름답게 한 눈부신 시간은 너무 짧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구름에 가린 저녁 하늘은 거무스레했다. 축축한 바람이 흐린 빛에 싸인 도시를 훑고 지나갔다. 도시는 적막에 잠겨 있었다. 그런 도시의 모습이 대단히 비현실적으로 보여 어떤 마술로 도시 전체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길을 잃은 유령들이 황혼도 저녁 별도 잃어버린 하늘 아래서 소리 없이 배회하는 듯했다. 깨어진 가로등과 부서진 공중전화 박스들은 그런 느낌을 조금도 훼손하지 못했다. 훼손은커녕 오히려 짙게 했다. 강선우는 상념을 쫓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헬멧에서 빗물이 후드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