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삶은 축복으로 시작되지만, 그 축복이 곧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드문 행성에 태어났다는 경이와 그럼에도 버거운 삶 사이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사는가, 무엇으로 견디는가, 그리고 끝내 어디로 향하는가.
종교적 위안에 기대지 않고 삶의 의미를 붙들려는 시도는 가혹하다. 영혼이 절망의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순간들, 고통을 견디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들,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시련 앞에서 차라리 영면을 꿈꾸는 나약한 바람까지. 저자는 인간이 애써 외면해 온 감정의 가장 깊은 층을 정직하게 응시한다.
‘부도 난 어음처럼’이라는 비유에서 드러나듯이 삶의 고통을 냉정하게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포기나 체념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 오히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을 떠난 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 고유한 흔적을 조용히 복원해 낸다.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힘들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생을 통과하고 있다. 그리고 그 통과의 기록이야말로,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는 조용한 선언이다.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에 태어난 행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종교적 가치관에 기대지 않고는 생에 대한 의미를 찾기도 힘들다. 삶 앞에서 영혼이 수천 길 절망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도 있고 부도 난 어음처럼 고통을 견디는 것만이 전부일 때도 있다. 마음이 분해되는 것 같은 시련 앞에서는 꿈도 없는 영면에 들고 싶은 바람이 생기기도 한다. 까닭 모르게 와서 왜 사는지도 모르게 살다가 아무것도 모른 채 사라지는 인생. 어떤 이는 꽃 피는 시절에, 어떤 이는 숲을 헤집으며, 어떤 이는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육신을 벗었다. 때로는 꿈길에서 온다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지지난 한여름에는 젊은 친지가 유골이 담긴 항아리 하나 남기고 땡볕을 피하듯 떠나갔다.- 「지구를 지나가면서」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혜강
1988년 부산 MBC 신인상 수필 당선과 2019년 지용신인문학상 시 당선으로 등단하였으며 천강문학상 수필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 수필집 『자전거를 기다리다』, 『격』, 『맨발의 춤』과 시집 『어머니의 마을에는 눈이 내린다』, 『포스트 신데렐라』, 운동 에세이 『운동 망설이지 말고 당장 하라』가 있다.』, 운동 에세이 『운동, 망설이지 말고 당장 하라』가 있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지구를 지나가면서
지구를 지나가면서
안개
숲에 들다
외딴 행성 같은
성당 가는 길
강의 속삭임
후박나무를 보았습니까
공존을 생각하다
카오스와 코스모스
주변과 중심
2부
다음 역은 봄입니다
다음 역은 봄입니다
마당 넓은 집의 경사
멸종 위기종 인간
삼십 리 꽃길 따라
기적
기적의 씨앗
변주, 바다에 의한
아담과 이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너무 많은 행복
3부
종소리
종소리
불멸
등잔 밑
마침내 평등
비는 어둠을 타고
멀미
바쁜 사람들
사과의 속사정
이규정 선생님을 기리며
봄이 오고 있습니다
4부
아모르 파티
지나갈 것은 지나간다
여름날 소나기처럼
우산과 우산
아모르 파티
가을의 기도
책들
시월 소묘
우리는 곧 외딴 바다로 간다
여왕벌
다시 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