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엄마, 오늘도 다녀갔지? 오늘은 무지개가 되어서 말이야.
아까 이모랑 심은 상추에 물을 주다가 무지개를 봤어.
겨울 상추는 잎이 종잇장보다 지만,
저희들끼리 꼭 붙어서 추위를 이겨 낸대.
엄마 딸 정연이도 언니들이랑 꼭꼭 붙어서 씩씩하게 잘 살게.
항상 우리를 지켜봐 줘.
엄마, 사랑해!
“항상 지켜보겠다던 약속, 꼭 지킬 거지?”
엄마 잃은 슬픔을 이겨 내고 단단하게 성장해 가는 아홉 살 정연이의 이야기 ‘엄마’는 우리에게 기쁠 때나 슬플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다. 특히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엄마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런데 언제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던 엄마와 영원한 작별을 했을 때, 남겨진 아이들의 충격과 상실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겪게 될 일이지만, 작별의 시간이 너무 빨리 왔기 때문이다.
제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과 제3회 정채봉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동화작가 양인자의 신작 장편동화 <엄마 딸 하정연이야>는 오랫동안 병을 앓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세 자매가 겪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정신적 성장을 막내인 아홉 살 정연의 시선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시련을 이겨 내고 서로 의지하며 단단하게 성장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준다.
“이제 엄마는 없는 거야? 우리만 두고 진짜 다른 세상으로 간 거야, 응?
사랑하는 엄마와의 영원한 작별,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의 크고 깊은 상실감 엄마의 장례식을 치른 뒤 아빠마저 일하던 곳으로 떠나자, 정연은 언니들과 함께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된다. 이모는 어린 조카들을 안쓰러워하며 따뜻하게 보살펴 주지만, 정연은 이모가 아무리 잘해 줘도 괜히 눈치가 보이고 서럽다. 어느 날엔 이모가 입혀 준 사촌 언니의 잠바를 다시 사촌 언니에게 빼앗기자, ‘세상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면서 쓸쓸해한다. 그 일로 정연은 말도 없이 예전 집으로 옷을 챙기러 가고, 식구들은 밤늦도록 정연이 돌아오지 않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가면서 정연은 엄마 생각을 한다.
“잘못 타면 다시 갈아탈 수도 있고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데, 결코 여기가 끝은 아닐 거 같은데…… 엄마는 왜 환승할 수 없을까? 진짜 우리 곁에 다시 올 수 없는 걸까?” (46면)
아픈 엄마를 보면서 일찍 철이 든 정연은 슬픔을 속으로 삼킨 채 언니들과 이모 앞에서 애써 씩씩한 척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연의 마음은 더 헛헛해지고, 그 빈 마음을 채우려는 듯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 댄다. 첫째 시연 역시 갈수록 말이 없어지고, 둘째 주연은 밥을 잘 먹지 않으며 상처 입은 마음을 드러낸다.
갑작스레 바뀐 일상의 변화 앞에서 정연은 이따금 일찍 자신들 곁을 떠난 엄마를 원망하기도 한다. 엄마가 살아 있었으면 전학도 안 왔을 테고, 먹보가 되지도 않았을 테고, 엄마 없는 아이라고 놀림 받지도 않았을 거라면서. 그러나 자신을 놀리던 아이들을 언니들이 혼내 주자, 정연은 언니들이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서로 붙어서 추위를 견디는 거야.”
고통의 시간을 견뎌 내고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가족시간이 흐르면서 정연과 두 언니의 아픔과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 간다. 그리고 세 자매는 변화된 일상에 차츰 적응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든든한 힘이 되어 준다. 이제 정연은 항상 지켜보겠다던 엄마와의 마지막 약속을 떠올리며 남은 가족들과 함께 씩씩하게 살아갈 거라고 다짐한다.
텃밭에서 상추 모종을 심던 날, 이모는 정연에게 이렇게 말한다.
“겨울을 나는 상추란다. 비닐로 살짝만 덮어 줘도 추위와 눈보라를 견디고 살아남아 봄에 먹을 수 있지. 서로서로 붙어서 추위를 견디는 거야.” (137면)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세 자매의 상처와 성장의 시간을 잔잔하게 그린 〈엄마 딸 하정연이야〉. 매서운 추위를 견뎌 내고 봄에 푸른 잎을 키워 내는 겨울 상추처럼, 슬픔을 이겨 내고 서로 의지하며 단단하게 성장해 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가족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와 닿는 요즘, <엄마 딸 하정연이야>는 아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함께하는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귀중하고 행복한 시간인지 깨닫게 해 준다. 또한 뜻하지 않은 시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미리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부딪치며 살라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조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이모네 가족들을 통해, 점차 희미해지는 친족 간의 사랑을 일깨워 주는 것도 이 동화의 미덕이다. 색을 최대한 절제하여 정연의 슬픔과 엄마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백하게 담아 낸 그림이 이야기의 감동을 더한다.

“씩씩해야 해, 우리 정연이.”
갑자기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엄마는 내 손을 힘없이 잡았다. 나는 엄마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걸고 흔들었다. 손바닥을 마주하며 복사도 하고 코팅까지 했다. 그때 엄마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나는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런 다음 눈물이 다시 차오르지 못하도록 입을 꾹 다물었다. 한숨이 나오려다 다시 뱃속으로 들어갔다.